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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넴띤', 'ㄱㅊㄴ'... 유행 따르는 기업의 언어유희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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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넴띤', 'ㄱㅊㄴ'... 유행 따르는 기업의 언어유희 마케팅
  • 이혜정 소비자기자
  • 승인 2019.04.05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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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심각한 언어유희, 언어 파괴에 이를 수 있어
▲ 현대H몰의 ‘ㄱㅊㄴ’ 광고 / 출처 : 현대H몰

[소비라이프 / 이혜정 소비자기자] 어느 순간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띵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좋은 곡을 소개하는 젊은 층의 모습을 주로 볼 수 있었다. '띵'이라는 글자가 '명'이라는 글자와 비슷한 모양을 띠고 있어 생긴 말인데, 표기만 '띵곡'으로 할 뿐 아니라 실제 대화에서도 명곡 대신 띵곡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유행 탓일까, 기업들도 덩달아 언어유희 마케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언어유희란, 동음이의어나 각운을 활용하여 말을 재미있게 꾸민 것을 뜻한다. 보통 발음의 유사성, 혹은 말의 순서를 바꾸어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 대다수이며 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알아듣고 재미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례로 작년 10월 현대H몰에서는 ‘괜찮네’를 의미하는 'ㄱㅊㄴ'라는 초성만을 이용한 자체 브랜드 이름을 만들었으며, 팔도는 아예 비빔면 이름을 '괄도 네넴띤'으로 출시하였다. 유행 덕택인지 팔도 비빔면은 없어서 못 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출이 폭증했다.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보이나, 유행으로 시작된 언어유희가 기업으로 번지면서 유희가 아닌 파괴에 이르게 되지는 않았는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상품명과 브랜드 명을 일명 '급식체'로 변형하여 젊은 층만 해당 명칭의 뜻을 알아보고 알아들을 수 있다는 역효과도 있다. 해당 물건을 구매하고 싶어도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명칭으로 인해 헷갈려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마케팅에 공감 못한 이들과 이상한 점을 느낀 이들에 의해 잠시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결과는 매출 폭증이었다. 이익 창출 면에서 매력적인 해당 방식이 또 다른 언어 파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기업은 사회적 책임(CSR) 측면에서 한 번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젊은 층간의 단순 유행에서 기업의 브랜드 명칭이 되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언어유희 마케팅. 자칫 언어 파괴를 불러일으키고 중장년층 소비자에게 소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단순히 이익 창출과 재미에만 급급하지 않고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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