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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지 않는 도시의 밤…빛공해 노출 국토 면적 세계 2위 수준에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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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지 않는 도시의 밤…빛공해 노출 국토 면적 세계 2위 수준에 달해
  • 주현진 소비자기자
  • 승인 2019.03.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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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공해, 생체 리듬 변화 및 생태계 교란 등 피해 유발
▲ 실내 인테리어 조명

[소비라이프 / 주현진 소비자기자] 멀리 산 중턱에 올라가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면 고요함 속에서 반짝이는 불빛들이 참으로 아름다움을 느낀다. 반짝이는 빌딩 숲들과 타워는 연일 사람들이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이처럼 조명은 사물을 밝히기 위한 빛이라는 본연의 역할에서부터 주거 및 상업지역, 오피스 공간의 인테리어, 도시의 경관, 아트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어 왔다. 우리의 시야는 환해졌지만, 건강은 어떨까. 사실, 그리 이롭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제 보건 기구 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구는 지난 2007년 빛공해를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했다. 빛공해가 인간의 생체 리듬을 파괴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빛공해로 인한 멜라토닌의 생성 억제로 생체 리듬이 변화하며 불면증, 피로,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2008년 이스라엘에서 시행한 147개 커뮤니티의 옥외 조도 레벨과 유방암 발병률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야간에 과다한 빛에 노출된 지역의 여성들이 그렇지 않은 여성이 비해 유방암 발병률이 73% 높게 나타나는 결과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생식 주기가 변화하고, 성장 지연 및 생산력이 낮아지는 등 생태계를 교란한다. 광원의 유인으로 희소종 사멸 가능성이 높아지고 산란 장해를 일으킬 수 있으며, 야간 조명에 의해 농작물의 출수 지연 등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일명 ‘빛공해’와 관련한 민원 또한 최근 8년간 3만 건에 육박하고 있으며, 빛공해에 노출되는 국토 면적의 비율은 세계 2위 수준이다. 빛공해에는 조명효과가 의도하지 않은 구역까지 침투해 피해를 입히는 ‘장해광’, 강렬한 빛에 눈이 노출되어 순간적으로 시각이 마비되는 눈부심, 한 장소에 과도하게 조명이 사용되어 혼란스러움을 유발하는 현상 등이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26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제2차 빛공해 방지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2019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 추진 과제로는 조명 용도별, 지역 특성별 등의 맞춤형 빛공해 관리대책 추진, 빛공해 관리제도 집중역량 강화, 빛공해 측정망 구축과 빛공해 평가 방법론 등 과학적인 빛공해 관리 기반 구축, 좋은 빛 문화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고 빛공해 연관 산업을 육성하는 것 등이 있다.

‘제1차 빛공해 방지 종합 계획’이 크게 성과를 거두지 못하여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빈축을 듣기도 한 만큼, 이번 대책이 실제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의식적으로 지나가지만 우리는 매일 수백개의 조명을 마주한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 TV,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 현대인의 피로한 눈이 더 이상 편안하게 쉴 곳을 잃은 듯하다. 좋은 조명환경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조명의 목적과 효과가 효율적으로 달성되는 것이라 한다. 적절하게 자연과 조화를 이룬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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