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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느린학습자’를 위한 도서를 출판하다, ‘피치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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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느린학습자’를 위한 도서를 출판하다, ‘피치마켓’
  • 신은주 소비자기자
  • 승인 2019.02.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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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청소년 등 ‘느린학습자’의 실질문맹 개선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
▲ '느린학습자'를 위한 도서를 출판하고 교육하는 '피치마켓' / 사진 : 피치마켓 제공

[소비라이프 / 신은주 소비자기자]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늦겨울의 어느 날, 걷는 소리마저 크게 들리는 곳에서 마주한 서울의 건물들은 삭막한 도시의 느낌을 주었다. 그 건물들이 즐비한 공간을 파고들어가자 따스한 이야기를 온 진심을 다해 전하고 있는 곳, ‘피치마켓’이 있었다.

피치마켓은 경계성지능, 발달장애청소년뿐만 아니라 문해력이 부족한 이들을 ‘느린학습자’라 칭하며, 이들의 실질문맹 개선을 위해 쉬운 글을 만들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이다. 느린학습자를 위한 적정도서를 출판하고 교육하며 도서관을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피치마켓을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김민재 홍보 팀장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피치마켓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피치마켓은 사실 ‘발달 장애인을 위한 글을 써보자’라는 취지로 모인 단체는 아닙니다. 제일 처음에는 저를 포함해서 함의영 대표와 함께 모였던 인원들이 있었는데, 모두 사회공헌·사회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다루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 속 수많은 문제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부각되어야 해결방안이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실질적으로 이를 전달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들을 쉬운 글을 통해 전달해보자고 뜻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는 데 망설임은 없었나
사실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것저것 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생계도 중요하지만. 그때 저희에게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이 일은 분명히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고 저 자신에게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저희끼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함의영 대표도 직장을 그만두고 저도 직장을 그만두고 나오게 된 것이죠.

▲ '느린학습자'를 위한 도서를 출판하고 교육하는 '피치마켓' / 사진 : 피치마켓 제공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책을 제작할 때는 여러 측면을 고려하면서 만들어야 하다 보니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됩니다. 제일 처음에는 저희만의 매뉴얼을 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문장을 어떻게 쓸 건지, 책의 흐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게끔 할 것인지 하는 질문이 그 예시중 하나이죠. 등장인물이 많은 경우에는 등장인물을 정리하고, 한 문장에 들어가는 어절 수를 정하고, 어휘를 쉬운 어휘로 바꾸어보고, 감수를 발달 장애인에게 받고, 그러면서 퇴고를 최소 3-40번 진행합니다.

해당 책에 대한 배급은 어떻게 진행되나
피치마켓은 운영을 하기 위해 후원을 받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 도서 같은 경우에도 따로 판매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판매만 한다면 그냥 출판사에 그치겠죠. 저희는 도서가 확산되어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닿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6,000권의 책을 전국 학교에 기부했습니다. 무료 e북으로 올리기도 하고,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도 있게 했죠. 저희는 절대 책을 무료로 내지는 않습니다. 피치마켓의 책은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해할 수 없을 만큼의 노력이 들어갑니다. 한 자 한 자까지 노력해서 만들고 하나의 도서로서의 책을 출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도서를 판매하고 확산이 용이하도록 도서관이나 학교에 기부를 하죠.

앞으로 기획하고 싶은 도서는
소설이나 자기계발서의 경우에는 꾸준히 진행할 생각입니다. 더불어, 꼭 알아야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도서들을 출판하고 싶습니다. 피치마켓의 도서들은 절대 학습지가 아니지만 역사나 뉴스, 시사 등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부탁할 당시 김민재 팀장은 거듭 “말주변이 없다”며 “그렇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는 내내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그 가치를 지키고 실천하며 살아온 사람에게 말주변이라는 것이 굳이 필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팀장은 자신의 신념과 삶 자체로 이야기를 완성하고 있었다.

피치마켓의 10년 후 비전은 전 세계 느린학습자를 위한 쉬운 글 콘텐츠 제작과 교육 국제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지닌 신념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위태로울 때 피치마켓, 그리고 그와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았으면 좋겠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끊임없이 실천하고 있는 곳이 바로 피치마켓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뜻과 목표에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함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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