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2:35 (금)
‘빼는 것’이 유행인 최신 IT제품…최신 기술의 선도와 소비자 불편 사이
상태바
‘빼는 것’이 유행인 최신 IT제품…최신 기술의 선도와 소비자 불편 사이
  • 박선호 소비자기자
  • 승인 2019.02.20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능 떨어지고 모양 깔끔하지 않은 구형 규격 입력 단자 없애는 추세
[소비라이프 / 박선호 소비자기자] 2019년 현재, 전 세계인들은 가볍고 편리한 '스마트 세상'에 살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컴퓨터를 활용해야 하는 작업들은 고정된 장소가 필요한 데스크탑 컴퓨터를 사용해야 했고, 이동이 가능한 노트북도 전용 가방이 필요할 정도로 두껍고 무거웠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작업들의 상당수를 언제 어디서나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과 에코백에도 넣어 다닐 수 있는 얇고 가벼운 노트북으로 처리할 수 있다.

IT 제품들은 시대가 흐를수록 휴대성이 우수해지고, 사용 가능한 소프트웨어적 기능도 지속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IT제품 시장은 일부 기능을 ‘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프트웨어적 기능은 늘리지만 하드웨어적 기능을 빼는 것이다.
 
▲ 2016년 이어폰 단자를 삭제하고 출시한 애플의 ‘아이폰7 / 사진 제공 : Pixabay

지난 2016년 애플이 아이폰7을 출시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전작인 6과 6s에 비해 외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디자인에 대한 화제성은 크지 않았지만, 이 제품은 다른 부분에서 많은 논란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애플은 그동안 스마트폰에 당연히 있어야 될 것으로 여겨진 3.5파이 이어폰 단자를 삭제했다. 이어폰 단자의 역할은 충전 단자가 대신하게 되었다.

반발이 컸던 애플의 시도는 다른 제조사로까지 확대되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애플을 뒤따라서 이어폰 단자를 삭제했으며, 이어폰 단자를 고수해온 삼성마저도 2019년 신제품인 갤럭시 A9 프로에서 이어폰 단자를 삭제했다.
 
▲ USB 단자를 최신 규격인 C타입만 채용하고 출시한 애플의 ‘맥북 프로’ / 사진 제공 : Unsplash
 
비단 스마트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노트북 컴퓨터에서는 오래 전부터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달로 CD롬이 삭제되었으며, 애플은 2016년부터 자사의 맥북 라인업에서 기존 USB 규격을 삭제하고 신규 규격인 USB C타입 포트만 탑재하였다. HP도 최고급 기종인 ‘스펙터’에서 C타입 포트만을 탑재하였다.

어떤 이유에서 IT제품의 트렌드가 ‘기능 삭제’가 된 것일까. 전문가용 제품과는 달리 일반 소비자용 제품 생산에서 디자인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성능도 떨어지고 모양도 깔끔하지 않은 구형 규격 입력 단자는 디자인을 해치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제조사는 이들을 삭제하는 방향을 택한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이는 소비자의 불편을 늘리는 처사이기도 하다. 삭제된 기능이 아직까지도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CD롬 삭제의 경우에는 이미 미디어 소비 플랫폼이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옮겨간 시점에서 실행된 일이라 반발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3.5파이 이어폰 단자 삭제와 구형 USB 삭제는 이 규격들이 시장에서 널리 사용 중인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이어폰 단자 삭제가 무선 이어폰의 보급과 가격대 하락의 순기능을 가져왔지만, 유선 이어폰과는 달리 충전의 불편함을 가지고 있어 아직도 유선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 USB도 마찬가지다. 2019년까지 생산되는 키보드, 마우스 등 주변기기의 입력 단자는 여전히 구형 규격이다. 빠른 기술 보급과 디자인만을 위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 옳은가는 현재 IT업계가 마주한 주된 문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