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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호] 연간켐페인 : ‘必 환경’ 외침 속 쓰레기 대란 또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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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호] 연간켐페인 : ‘必 환경’ 외침 속 쓰레기 대란 또 오나
  • 추재영 기자
  • 승인 2019.02.14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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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배출 꼼꼼히 했는지 ‘나부터’ 반성해야
 

[소비라이프 / 추재영 기자] 미세먼지, 폐플라스틱, 라돈 등의 물질로 인한 환경 문제로 고민이 깊었던 지난 한 해를 보낸 후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은 한층 성숙해졌으며 환경보호에 대한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이후 ‘필 환경’을 다짐하며 시작한 한 해지만 새해 벽두부터 들려온 ‘필리핀 쓰레기’ 소식에 국민들은 또 다시 실망과 충격에 빠졌다.

불법 수출된 필리핀 쓰레기 반입 결정
필리핀 쓰레기는 우리나라가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이제 곧 반입될 예정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쓰레기는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평택시의 모 폐기물 처리업체가 필리핀에 불법으로 수출한 것이다. 

쓰레기 수출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수출 업체 측이 ‘합성 플라스틱 조각’이라고 신고했던 것이 실상은 배터리, 전구, 전자제품, 의료 폐기물 등 각종 생활 쓰레기가 뒤섞여 처리 불가하고 악취만 풍기는 ‘쓰레기’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신고·접수된 내용과는 달리 각종 생활쓰레기가 뒤섞여 있던 문제의 쓰레기는 처치 곤란으로 필리핀의 민다나오 섬에 쌓인 채 방치됐고, 현지 주민들은 악취로 인해 오랜 시간 고통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피스 등 환경 단체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국제 문제로 비화되자 ‘반입’으로 결정 난 것이다. 

원칙대로 하면 반입은 해당 업체의 몫이다. 그러나 수출 업체 측은 폐기물을 섞어 공급한 업체들의 탓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책임질 의지는 물론 능력도 없어, 결국 환경부가 대집행을 통해 반입 시기와 절차를 필리핀 정부와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집행이란 행정 관청으로부터 명령받은 바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 관청이 직접 혹은 제삼자가 그것을 대신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필리핀 이어 말레이시아에도
필리핀의 쓰레기만이 아니다. 말레이시아에도 한국 발 쓰레기들이 산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7일 모 방송국 뉴스에서는 말레이시아 젠자롬 지역의 한 마을에서 산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쓰레기 더미를 보도한 바 있다. 팜오일 군락지로 유명한 이곳은 팜트리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야 하지만 숲 안쪽에는 1만 톤이 넘는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이 쓰레기 가운데서 한글이 적혀 있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들이 속속 발견됐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쓰레기들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유럽 등에서 건너온 것들로 재활용이 불가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쓰레기들은 오랜 시간 방치된 듯 쉽게 부서졌고, 주변에 물웅덩이가 생겨 악취가 났다고 해당 뉴스는 전했다.    

현지인들은 쓰레기로 인한 악취와 불편을 견디다 못해 불법으로 쓰레기를 태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쓰레기장에서는 검게 그을린 쓰레기들도 속속 발견됐는데, 현지인들은 쓰레기를 수출한 나라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최근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에서는 해외 발 쓰레기 산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연간 700만 톤의 쓰레기를 수입하던 중국이 지난해 1월부터 플라스틱 쓰레기와 전자제품 폐기물 대부분의 수입을 금지하자 쓰레기 수입 규제가 느슨한 동남아 주변국으로 쓰레기가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말레이시아는 앞으로 3년간 단계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무의식적 책임 전가, 문제 많아
작년 쓰레기 파동을 겪고 나서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은 분명 성숙해졌다. 갑작스런 갈증에 작은 생수 한 병을 사면서도 괜히 마음은 불편하고, 필요 이상으로 포장된 물건을 뜯으면서는 가슴이 따끔거리는 것 같다.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책을 통해 도덕적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가 왜 비도덕적이 되는지를 탐구했다. 그는 이 책에서 단체 간의 관계에서 윤리가 없고 투쟁과 타협의 정치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의 도덕적·사회적 행동과 사회 단체의 도덕 및 사회 행동 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로랑 베그는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에서 사람의 사회성이 바로 사회의 나쁜 원천임을 피력한다. 조직은 일정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활동을 결정하는 것은 그 조직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몫이다. 이때 조직의 운명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조직의 지도자의 성향과 역량, 조직 구성원의 특성, 외부 환경이다. 결국 사회 집단이 개인보다 더 비도덕적이 되는 것은 개인들이 모임으로써 새로운 악이 가해져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이미 존재하고 있는 악과 무능이 사회에서 보다 더 구체적으로,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인 것이다. 

이번 쓰레기 문제에 있어서도 이런 논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와 같은 사태에 분노하면서도 ‘사실 자체’에 대한 판단보다는 “못난 기업 하나 때문에 내 나라가 망신을 당했다”는 가치 판단을 우선하며 해당 업체의 불법 행위 뒤에 각자의 양심을 안전하게 숨겨두지 않았는지 말이다. 나부터 분리 배출을 꼼꼼히 했는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개개인 스스로 분리 배출 신경 써야
환경부는 2022년까지 사업장 방치 폐기물 처리에 관한 대책을 내놓았다. 환경부와 지자체가 함께 경영 부실 혹은 허용 보관량 초과 업체 등 취약 사업장 4,700여 곳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 추구해온 생활의 편리함은 어느새 우리에게 큰 불쾌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연이은 쓰레기 문제의 국제적인 비화는 다시 한 번 쓰레기 분리 배출에 대한 태도를 다잡게 한다.    

쓰레기 문제가 전 지구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좀 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 구체적인 규제와 재정비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개개인 스스로가 작게는 가정 내에서, 크게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환경을 위한 실천에 박차를 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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