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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컬럼 ] 대통령과 보험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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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컬럼 ] 대통령과 보험약관
  • 조연행 기자
  • 승인 2019.02.12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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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관해석의 원칙‘을 지키면, 보험사가 스스로 알기 쉽고 명확하게 바꿀 것

 [ 금융소비자연맹 / 조연행 회장 ] 성경보다 많이 팔리는 책은? 보험약관이다. 생명보험 약관만 연간 1400만권, 매월 120만권 이상 인기리에 팔린다. 그러나 재미가 없어서 대부분 사 놓고 한 번도 읽어보지 않고 팽겨쳐 버려둔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비자권익보호 문제를 언급하면서, 직접, 보험약관이 어렵고 복잡해 소비자피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대통령의 이 인식은 잘 못된 것이다. 보험약관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소비자피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가 약관해석의 원칙을 무시하고 임의적, 자의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해서 적용하기 때문에 그렇다.
 
▲ 보험약관이 어려워서 소비자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약관해석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하지 않고 법원으로 끌고가는 것이 원인이라는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당‧정‧청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국민체감형 과제 중 하나로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어려운 보험 약관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게 개선토록 주문했다. 소비자들이 약관 사전사후 검증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들이 알기 쉽도록 용어를 변경하는 한편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해결책을 잘 못 짚은 것이다. 답은 약관 규제법에 의거 ‘약관해석의 원칙’에 따라 인가기관에서 해석하면 된다.
 
소비자문제와 피해의 발생은 약관의 인허가 담당기관에서 ‘나몰라라’하며, 약관해석의 원칙에 따른 유권해석도, 이를 어겼을 때 처벌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마음대로 약관을 적용하고 아니면, 법적해석을 받아보겠다며 법원으로 끌고 가는 것이 핵심적인 소비자 문제이다. 법원에 해석을 맡길 경우 소비자는 소송실익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포기하고,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가 ‘승소’ 해도 거의 전부가 소멸시효가 끝나버려 보험사는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만 보상해주면 되기 때문에 보험사는 소송제도를 ‘악용’하는 것이다.
 
첫 번째 좋은 사례로, 소비자피해로 문제가 되었던 ‘재해사망특약’ 보험약관이다. 약관에는 ”자살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 단, 2년이 지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내용의 해석이 문제였다. 이 문구는 모든 보험 상품에 전부 삽입되어 있는 내용이고, 일반사망보장이 있는 모든 생명보험상품에서는 자살은 약관에 따라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일반사망보장이 없는 재해사망, 상해보험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일반사망보험금이 없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한다면 ‘재해나 상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 라면서, 일반 사망시 지급하는 ‘책임(해약)준비금’만을 지급했다. 그래서 소비자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약관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소비자피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보험사의 임의적 해석 때문이다. 보험사는 ‘약관이 잘못된 것’이라거나,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자살’을 조장하거나, 선의의 계약자 피해를 운운하며 지급을 거부했지만, 대법원은 지급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사례로, ‘요실금’수술비를 지급하는 삼성생명의 여성시대건강보험 약관이다. 이 상품은 여성들의 ‘요실금’수술시 수술비로 500만원을 지급하도록 만들었다. 요실금이란, 소변을 자기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 자녀를 출산한 30~40대 이후 여성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병이기에 200만 명이 넘게 가입했다. 예전에는 ‘요실금’수술이 비뇨기과적 질환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다자녀 출산후 질입구를 좁히는 속칭 ‘이쁜이’ 수술이 ‘요실금’ 수술로 대체되어 이 수술이 확산되어 많은 사람이 수술비를 지급받았다. 여성시대건강보험 들고,” ‘이쁜이’수술하고, ‘해외여행’을“ 이라고 판촉도 하여, 전국의 ‘아줌마’들이 이 보험에 손쉽게 가입하였고, 몇 개월의 보험료만 내고 요실금 수술을 받아 수술비 지급이 급증하게 되었다.
 
더구나, 테이핑 요법의 신수술 기술이 개발되고, 의료보험이 적용되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수술비 지급이 폭증했다. 전부 지급하면 10조가 나가야 했다. 삼성은 거의 무조건 ‘이쁜이’수술이라며 지급을 거부했고, 수술을 많이 하는 의사들을 고발했다. 수많은 소비자민원과 분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를 속여 계약을 전환시키거나 해약시켰다. 이 사례는 의술의 발달을 예측하지 못한 상품개발 때문에 소비자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세 번째 사례로, 보험사가 잘 못 만든 ‘즉시연금’ 약관 사례이다. 즉시연금은 10년이 지나면 이자소득세 비과세혜택을 볼 수 있는 보험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절판마케팅용으로 삼성생명이 개발한 상품이다. 이전에는 즉시연금이라는 것이 없었고, 일시납보험료를 내고 연금을 받다가 사망시 ‘준비금’을 상속하는 것에 불과 했으나, 이 즉시연금은 연금 명목으로 이자소득세 없이 이자를 받고, 10년 만기에는 납입원금을 그대로 돌려받는 말 그대로 절세목적 구미에 ‘딱 맞는’ 상품을 만들어 내 판매한 것이다.
 
이름만 ‘연금보험’이었지 실제로는 ‘10년만기’ 저축성상품이었다. 문제는 소비자에게 ”낸 돈에 시중금리로 이자를 받고, 10년 후 낸 돈을 고스란히 돌려 받는다”라고 선전해서 판매한 것이다. 이 마케팅 목적의 화법을 약관에 담다 보니 “ 연금개시시점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매월 계약해당일에 지급”이라고 마케팅 목적에 맞게 표현하고, 만기시에는 “연금계약 적립액(이미 납입한 보험료 해당액)”이라고 적어 놓았다.
 
그런데, 보험상품에는 사업비와 위험보험료가 부가되어 있어 소비자가 보험료를 내자 마자 차감한다. 그러면, 만기시 기납입보험료를 돌려 주기로 했는데 차감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상당액을 ‘벌충’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더구나, 연금월액은 소비자가 납입한 보험료에 이자율을 곱하여 이자(연금월액)를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차감한 준비금(연금개시시의 책임준비금)에 이자율을 곱하여 산출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래 생각했던 이자와 차이가 발생한다.
 
이에 더하여 보험사들은 이 연금월액에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벌충하기 위해 몰래 빼내고 연금월액을 축소 지급한 것이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약관내용과 실제 지급방법이 다른 것이다. 물론 보험사의 기밀문서로 소비자가 보지 못하는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는 빼낸다고 되어 있다. 금융감독원이 민원에서 이 사안을 밝혀내고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지급이 타당하다고 판단 했지만 보험사는 거부하고 법원으로 갔다. 이 사례는 약관을 잘 못 만든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직접적인 치료’라는 모호한 표현의 암보험 약관이다. 약관에는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 수술시 입원비나 수술비를 지급하도록 상품이 설계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암에 걸려 입원, 수술, 치료를 할 경우, 초기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입원, 치료비를 잘 지급하다가 액수가 많아 지거나, 치료가 길어지면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라며 지급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대학병원 인근의 요양병원이나 말기암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며 요야영원에 누어 있는 경우에도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라며 지급을 거부한다.
 
환자와 의사들은 암환자에게 하는 치료는 모두 ’직접적인 치료‘이지,’간접적인 치료‘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보험사는 자기들 나름대로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라며 지급을 거부하여 ’소비자문제‘를 야기 하고 있다. 이 경우는 모호한 약관을 보험사 마음대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제이다.
 
사례에서 보듯이 보험약관의 소비자문제 발생은 문대통령이 말한 대로, 용어가 어려워서도 아니고,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그런 것도 아니다. 금융당국이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그렇다. 금융당국 때문에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것이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사회적 소비자문제를 발생시킨 당사자인 금융당국이 대통령에게 약관이 복잡해서 소비자문제가 발생한다고 대통령에게 거짓 보고해 그렇게 말한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보험약관을 약관법에 따라, 모호할 경우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약관해석의 원칙‘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도 이 원칙에 따라 자신들이 인가해준 약관을 권한을 가지고 유권해석을 해야 하고, 유권해석에 따라 지급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사업방법서 위배로 ’영업정지‘등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그러면, 보험사가 알아서 스스로 약관을 쉽고 명확하게 만들게 된다. 지금과 같이 약관해석도 권위가 없고 거부하면 그 뿐이고, 지급명령도 못 내리고 처벌도 하지 못하는 “물렁물렁한” “종이호랑이”인 현재의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있다면 그렇게 만들 이유가 없다.
 
보험약관은 대통령이 말했듯이 원래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라고 핑계대고,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두루뭉술하게 대충 만들어 마음대로 해석하고, 그래도 소비자들이 분쟁을 제기하면 ’법원‘으로 끌고 가면 그 뿐이다. 더구나, 집단소송, 징벌배상, 입증책임의 소비자권익3법도 없어서 소비자를 두려워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단언컨대, 보험약관이 어렵고 복잡해서 소비자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피해는 금융위원회와 금융당국의 무책임한 직무유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것을 바로잡지 않는 한 보험약관을 아무리 ’쉽게 풀어쓰고 그림을 그려 놓아도‘ 소비자피해와 분쟁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금융당국을 바꾸는 것이 빠른 길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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