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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호] ‘숍인숍’, 불황 속 공생비즈니스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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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호] ‘숍인숍’, 불황 속 공생비즈니스로 등장
  • 고혜란 기자
  • 승인 2019.01.15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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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줄임’과 효과 ‘높임’ 동시에
 
[소비라이프 / 고혜란 기자] 러시아의 목각인형 ‘마트료시카’를 손에 쥔 사람은 큰 인형 안에서 작은 인형이 나오고 또 그 속에서 더 작은 인형이 나오는 것을 보며 기대와 반가움을 드러낸다. 그 경우처럼, 최근 한 지붕 아래 두 개 이상의 점포가 들어 선 매장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일명 ‘숍인숍’ 형태의 매장에 흥미로워 하는 분위기다. 
 
비용 ‘줄임’과 효과 ‘높임’ 동시에 
대형서점 안에는 꽤 오래전부터 장난감 가게가 있었다. 또 이어폰이나 스피커 등을 파는 코너도 확장됐다. 서점에서 볼펜이나 노트를 살 수 있는 편리함은 아주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처럼 장난감이나 문구를 넘어 전자제품이나 선물용품으로 그 범위를 넓혀감에 따라 소비자들은 쇼핑의 즐거움을 두 배로 누릴 수 있게 됐다. 
 
‘숍인숍(Shop in Shop, 가게 안의 가게)’이란 큰 매장 안에 작은 매장을 만들고 각자의 상품을 판매하면서도 공존하는 형태의 가게를 말한다. 이는 소비자는 물론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에게도 시너지 효과를 제공하게 되는데, 곧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한 곳에서 서로 다른 품목을 구입할 수 있으며 점주는 점주대로 임대료나 인테리어 비용을 아끼면서도 판매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경기 불황 중 하나의 대안으로 각광받았던 숍인숍 형태의 매장이 이제는 ‘상생’, ‘동반성장’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어 앞으로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한 지붕 두 가게 많아져
그런데 한 가게 안에 또 다른 가게를 창업하는, 일명 ‘숍인숍’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법 행위로 여겨질 수 있었다. 북까페 창업이 성행을 이루던 때 창업자들은 혹시라도 “북까페에서 책을 판다”는 것이 민원의 대상이 될까봐 마음을 졸여야 했다. 책을 파는 구역과 커피를 마시는 구역을 완벽하게 분리하고 있다면 그나마 피할 수 있지만 점주 입장에서 15평 남짓한 매장의 완벽한 분리는 비용 면에 있어서도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별표 14에는 “식품접객업의 영업장은 업종 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시설과 분리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이에 따라 창업이 빈번한 식품관련 업종은 사실상 숍인숍이 불가능해 민원이 발생하면 구청으로부터의 시설개수명령을 받아야만 했다. 시설개수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30일간 영업이 정지됐으며, 4차례의 영업정지 후에도 개선하지 않으면 폐쇄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조치는 “음식과 다른 제품을 함께 팔다보면 제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음식을 섭취하는 국민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식약처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결국 힘겹게 경기 불황을 견디는 소상공인들에게 한 지붕 아래 ‘소소한 동거’는 결국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중소기업청이 숍인숍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 규제 완화에 대한 제도개선을 모색하고 업체들도 규제 폐지에 대한 서명운동에 돌입하면서 숍인숍 점주들의 불안은 다소 해소되기 시작했다. 다음해인 2016년 초부터는 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는 숍인숍은 업종 간 완벽하게 분리하지 않아도, 바닥에 선을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영업이 가능해진 것.
 
이에 따라 숍인숍 형태의 매장은 현재 다양한 산업과 분야에서 기회를 창출하는 핵심 사례로 떠오르게 됐다. 예전에는 목욕탕 내의 이발소, 동물병원 안의 애견미용실, 병원 내의 약국 등 동종업계 간의 현상이었지만 요즘에는 편의점 안에 세탁소, 자동차 매장 안의 커피전문점 등 업종을 불문하고 그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인숍’의 특별함 더 중요해
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을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는 숍인숍이 유통·패션·자동차 업계에서 일반화된 지는 꽤 오래 전이다. 백화점 안에 오리지널 스토어 브랜드를 가진 다른 유명 체인점 등의 입점이 대표적이며 패션 전문점 안에서 액세서리를 팔거나 네일숍을 운영하는 것도 흔했다.
 
이후에는 자동차 관람도 하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자동차매장과 커피숍이 결합된 숍인숍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식당 안에 빵집’, ‘은행 속의 편의점’, ‘캐릭터상품 매장에 디저트 하우스’ 등 숍인숍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숍인숍 매장의 창업이 더 이상 “미용실의 손님은 샴푸나 헤어제품을 사기 쉽다”고 하는, “두 가게의 상품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하는 식의 판단에만 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숍’보다 ‘인숍’이 더 특별해야 한다는 조건으로까지 확대될 수밖에 없는데, 협업의 시너지 효과는 인숍이 확실한 특색을 가졌다거나 독특성에 있어 숍보다 비교적 우위를 차지해야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과 분위기 좋은 카페, 편안하게 앉아 맥주를 마시다 당구 게임을 즐기는 등 숍인숍 마케팅은 단순히 임대료를 절약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다. 오히려 각각의 매장을 개별적으로 운영할 때보다 두 매장의 협업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익성 향상과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판매되는 상품 간 높은 연관성과 타깃 소비자층에 대한 명확한 분석과 이해가 필요하다.
 
즉 숍인숍 마케팅의 성공 여부는 연관성 있는 제품을 소비자가 ‘동시’에 소비하기를 원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구매의 ‘동시성’도 고려해야
만약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가 음악에도 일가견이 있다면 커피와 음악 사이 연관성은 높아질 것이며, 따라서 커피 매장과 음반 매장의 협업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이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커피와 음악으로 숍인숍을 차리기 전에는 반드시 소비자가 그것을 각각 개별적으로 소비하기를 원하는가 하는 질문이 선행돼야 한다.
 
연관성 있는 제품을 소비자가 동시에 소비하기를 원할 때 숍인숍 마케팅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제품 간의 연관성을 찾아내거나 소비자 니즈를 알기 위해서는 각각의 개별적인 시장에 대한 조사는 물론 연대를 이룰 두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기존 사업자에게는 남는 공간을 활용하도록 돕고 이제 막 창업 시장에 뛰어든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공간을 활용하게 되는 숍인숍의 장점은 무엇보다 공간 활용의 유리함과 적은 비용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시너지 효과의 발생은 기존 점포와 소액창업자 사이의 ‘윈-윈’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소액창업자의 숍인숍 마케팅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지만 숍인숍에 대한 정보 제공은 그만큼 뒷받침 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한편, 앞으로 소비자들의 공생 경제에 대한 관심과 구매 패턴이 더욱 다양한 숍인숍의 형태가 태동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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