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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호] 소비자 마음 읽는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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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호] 소비자 마음 읽는 ‘넷플릭스’
  • 추재영 기자
  • 승인 2019.01.15 16: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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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취향에 맞게 영화 추천…‘몰아보기’가 강점
 
[소비라이프 / 추재영 기자] 지난해 초 한국 콘텐츠에 대해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시장에 본격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할리우드 유명 감독의 새 영화를 극장 개봉과 거의 동시에 서비스하는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까지 제작, 이달 방영을 앞둔 상황이다.
 
좀비물 〈킹덤〉 이달 방영 예정
‘넷플릭스(Netflix)’란 인터넷의 ‘Net’와 영화의 ‘Flicks’를 합성한 이름으로 이는 전 세계에 5,70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이달 25일 넷플릭스가 방영하게 될 국내 드라마는 〈터널〉,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과 〈시그널〉, 〈유령〉, 〈싸인〉 등의 김은희 작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킹덤〉으로 알려졌다.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조선의 땅끝에서 굶주리다 괴물이 돼 버린 이들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평소 좀비물에 관심이 많았다는 김은희 작가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아시아 최초의 넷플릭스 라인업 행사에서 “목이 잘리고 피도 많이 나오는 만큼 너무나 잔인해서 기존의 플랫폼에서는 소화할 수 없었는데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만나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영상 제작자들 제작 환경 개선 기대
넷플릭스는 콘텐츠 창작자에게 창작의 자유를 보장한다. 또 사전 제작한 콘텐츠의 전편을 한꺼번에 공개함으로써 이용자들이 편성 시간에 구애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넷플릭스 이용자들과 국내 영상 제작자들 모두가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를 반기는 것은 부당한 처우와 불합리한 관행에 시달렸던 국내 콘텐츠 제작 환경이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인해 좀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에 대한 제한이 비교적 적다는 것 자체가 영상 제작자들의 입맛을 맞추기에 충분한 데다가 거대한 제작 지원비를 지급하는 넷플릭스의 투자 방식 역시 콘텐츠 제작 환경에 완벽한 조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옥자’에도 거액 지원…동시상영은 실패
지난 2017년 6월, 칸 영화제에 오르며 화제와 논란이 됐던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된 영화다. 당시 넷플릭스는 ‘옥자’를 영화관에서의 상영과 동시에 서비스한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는 ‘옥자’를 자체 제작한 넷플릭스 입장에서 보면 아주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기존의 영화들은 영화관에서 상영된 지 짧게는 2주, 길게는 3주 후 서비스가 가능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상영관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영화관들은 ‘옥자’의 상영을 거부하기 이르렀다. 넷플릭스를 이용해 영화를 보는 사람이 늘고 있는 만큼 영화관 측에서는 이로 인해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결국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의 대형 영화관에서의 상영이 무산됨에 따라 ‘옥자’는 전국 약 100여 개의 소형 영화관에서만 개봉됐다. 
 
넷플릭스와 국내 영화관 사이의 이해관계로 정작 국내 영화 팬들은 대형 영화관의 스크린을 통해 ‘옥자’를 관람할 수는 없었지만 넷플릭스였기에 봉준호 감독이 570억이라는 거액의 제작비를 지원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콘텐츠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방영할 수 있게 된 우리나라의 콘텐츠는 무려 550여 개에 달하며, 제작비용 역시 1,500억 원 가량의 거액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총 제작비 400억 원에 달하는 tvN ‘미스터 션샤인’에 300억 원을 투입했으며,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고리즘’으로 영화 추천
넷플릭스의 서비스는 PC·노트북·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 등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다양한 기기를 통해 이뤄진다. 전 세계 회원 60% 이상이 휴대전화로 넷플릭스를 보며 한국 역시 휴대전화 시청자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음으로써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앞으로 U+tv를 통해서도 제공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용자의 연령대는 보다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재·주제·장르도 다양해서 국내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동성애·페미니즘·스탠드업 코미디 등도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여성 캐릭터 위주로 서사가 진행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쉬라’는 이미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이미 지난 2016년 1월 우리나라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달 무료’ 시청으로 가입자 수를 늘리는 마케팅 전략을 택했으며, 이에 따라 국내 이용자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넷플릭스의 가장 큰 장점은 한 시즌 에피소드가 모두 업로드 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몰아보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취향에 맞게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한다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과연 어떻게 이용자가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고르게 되는 것일까? 독일의 한 과학저널리스트에 의하면 그것은 ‘알고리즘’ 때문이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추천 서비스는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과 ‘내용 기반 필터링(content-based filtering)’을 아우르는 알고리즘으로 가능해지는 것이다. 
 
협업 필터링이란 기존 사용자의 행동 정보에 대한 분석을 근거로 해당 사용자와 비슷한 성향의 사용자들이 좋아했던 항목을 추천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설령 항목의 구체적인 내용을 분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알고리즘을 통해 충분히 직관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가령, 기존에 <워킹 데드>를 시청한 사람 대부분이 <왕좌의 게임>을 시청했다면 지금 <워킹 데드>를 시청한 사람에게 <왕좌의 게임>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반면 항목 자체를 분석해 추천하는 내용 기반 필터링의 방식도 있다. 내용 기반 필터링을 기반으로 영화를 추천하기 위해서는 항목을 분석한 프로파일과 사용자의 선호도를 추출한 프로파일 사이 유사성을 계산하는 방식을 따른다. 즉 ‘사용자가 어떤 영화를 찾는가?’, ‘보기 시작했다가 금방 그만둔 영화는 무엇인가?’, ‘시리즈물을 한꺼번에 보는가?’ 등의 개인적 취향을 영화의 배경·인물·장르 등 분석된 내용과 비교한 뒤 영화를 추천, 제공하는 형식이다.
 
게다가 취향에 따라 콘텐츠를 제공·검색하고, 추천을 받을 수 있는 프로필을 한 계정 당 최대 5개로 만들어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기분에 따라 ‘행복한 날’, ‘우울한 날’, ‘화나는 날’ 등 자신의 기분에 따른 프로필을 만들어두면 이용자는 그날의 기분에 맞는 맞춤 추천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방송계, ‘양날의 검’ 해석
이와 같은 강점을 내세우고 있는 넷플릭스 측은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 진출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넷플릭스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와 테드 사란도스 CCO(최고콘텐츠책임자)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컨퍼런스에서 한국 시장에 관한 평가와 전략을 제시하는 중에 “인터넷 속도가 빠른 한국은 콘텐츠 접근성이 높다”며 넷플릭스 한국 사무소의 성장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킹덤’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킹덤’은 좋은 이야기와 좋은 감독이라는 콘텐츠의 기본 요소를 갖춘 데다 장르를 넘나드는 스토리텔링을 전하고 있다”며 ‘킹덤’ 역시 ‘기묘한 이야기’와 같은 충분한 성공의 가능성 가지고 있음을 피력했다. 
 
밤 새워 책을 읽듯, 분명 넷플릭스는 영화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도록 서비스 한다. 그런 면에서 넷플릭스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방송국이며 (인터넷만 된다면) 모든 시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국내의 방송계는 “유료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를 활용하면 우리나라의 콘텐츠가 확산되는 데에도 좋은 기회”일 것이라는 입장과 “콘텐츠 제공자임에도 끌려가는 상황이 되다보면 결국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은 저해되고 말 것”이라는 입장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곧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에 대한 넷플릭스의 공습은 한류 콘텐츠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통로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방송사와 국내 제작사들이 결국엔 넷플릭스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우려도 분명 존재한다.

‘관람’이냐 ‘소장’이냐 성패 영향
그러나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에 끼치게 될 영향력은 시간을 두고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있다. 물론 알려진 바에 의하면 넷플릭스는 고객의 취향을 2,000여 개로 세분해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시장성 있는 어떤 콘텐츠가 어떤 국가에선 외면 받는 경향이 있어도 다른 시장(190개 국)을 겨냥해 투자를 결정하면 그만인 것도 넷플릭스가 가진 힘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작년 11월 말 모 인터넷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넷플릭스의 하루 평균 설치량이 무려 1만 건이 넘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영화 소비자들의 성향을 근거로 예측해야 한다.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영화를 소장하려는 욕구 또한 그것 못지않기 때문이다. 결국 넷플릭스의 우리나라를 향한 공략의 성공 여부는 영화의 ‘관람’으로 끝내느냐, 아니면 파일 ‘소장’까지 가느냐를 결정하는 영화 소비자들에게 달려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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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비 2019-01-22 08:43:33
소장하고픈 영화들이 많이 개봉되었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