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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호] 2019 소비 트렌드, ‘자아계발’ ‘케렌시아’ ‘필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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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호] 2019 소비 트렌드, ‘자아계발’ ‘케렌시아’ ‘필환경’
  • 민종혁 기자
  • 승인 2018.12.13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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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속 실속 욕구 두드러져

[소비라이프 / 민종혁 기자] 올 한 해 한국 사회를 강타한 ‘소확행’이나 ‘워라밸’이 주요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제시됐던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사람들은 ‘키워드’의 힘을 실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지난 1년간 우리의 압축파일과 같았던 그 단어들을 곱씹게 되는 요즘, 내년엔 또 어떤 키워드가 우리 삶을 압축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서울대 생과연 키워드 발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과 불안한 사회로부터 자기만의 안식처인 ‘케렌시아’를 찾았던 올해의 트렌드는 내년에도 일면 이어질 전망이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 트렌드분석센터(CTC, Consumer Trend Center)는 지난 10월 말 ‘PIGGY DREAM’이라는 2018년과는 전혀 다른 키워드를 발표했지만 ‘자아’와 ‘스스로의 행복’에 집중하는 현상만은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경기 침체와 개인화가 가속화되는 혼란과 불확실성 속에서 ‘같이’, ‘함께’ 라기보다는 ‘나홀로’, ‘나’, ‘싱글’, ‘독립’ 등으로 실속을 챙기고자 하는 욕구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굳어져가고 있음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환경에 대한 사회적이면서도 필연적인 요구나 노쇼족을 지적하는 윤리적 태도 또한 두드러질 전망이다.

시장의 세포분열 확산돼
김난도 교수에 따르면 “2019년의 소비 흐름은 원자화·세분화하는 소비자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콘셉트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가성비가 좋거나 브랜드가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있는지로 구매를 결정했다면 요즘에는 콘셉트가 확실한지, 재미있는지, ‘나’랑 맞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 최근에는 개개인이 SNS나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서 자기 재능과 자기 상품을 파는 1인 1마켓이 성행 중이다. 1인 마켓(세포마켓)으로 빠르게 세포분열이 진행되고 있는 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과 기업 모두는 나름대로의 ‘콘셉력’을 갖춰야 한다. 재미있거나, 희소하지만 공감할만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콘셉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흐름은 밀레니얼 세대가 만들어가는 신(新) 가족풍속도인 ‘밀레니얼 가족’의 등장이다. 밥을 잘 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밥을 잘 사주기도 하는 예쁜 엄마가 오늘날의 시장을 바꾸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고 자기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사는 ‘나나랜드’ 소비자들의 당당함이 주목받는 한편으로, 감정 표현마저 ‘감정 대리인’에게 외주를 맡기는 약한 마음근육의 소유자들이 늘어나는 현상도 포착된다.

 
‘옛것’·‘환경’에 대한 시선 달라져
그런가하면 아날로그 문화가 자취를 감춘 요즘 시대에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옛 것’에 대한 열망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장년층이 추억과 공감으로 옛것을 대한다면 10~20대 층의 젊은이들은 옛것으로부터의 색다른 경험에 매력을 느낀다.

김난도 교수는 이러한 성향을 ‘뉴트로’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는데, 이는 복고풍의 단어인 ‘레트로’와 ‘뉴’가 결합된 신조어로 지금까지의 복고 열풍과는 엄격히 구분된다. 즉 기존의 복고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게 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뉴트로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름’에 끌리는 것이다.

이에 최근 다양한 레트로를 표방하던 브랜드들이 저마다 뉴트로를 내세우며 시장에 나오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화가 단순한 유행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재해석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올초에는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중단함으로써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이후 전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하는 등 다양한 환경정책들을 세우는 데 적극적이었으며 우리나라 역시 플라스틱 컵과 빨대, 일회용 비닐봉지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비자들도 쓰레기를 줄이는 데 적극 동참하며 다양한 운동을 벌여왔다.

내년엔 이러한 분위기가 다소 확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거나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필연적으로’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환경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자각에서 오는 필연적인 요구이기도 하다.

감정 타자화 현상 두드러져
디지털 세상은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가져다주는 대신 느끼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데에는 서툴게 만들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이모티콘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연애나 여행을 관찰예능의 프로그램으로 경험한다.

실제로 최근 방송가에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는 ‘관찰예능’이다. 출연자들의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감상을 늘어놓으며 해석을 덧붙이기도 한다. 다시 말해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시점’, ‘미운우리새끼’, ‘동상이몽’, ‘아내의 맛’, ‘연애의 맛’ 등의 프로그램에 감정을 외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과하지 않고 적당한, 행복하고 편안하며 즐거운 감정만 추구하다 보면 부정적이거나 슬픈 감정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 근육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는 자신의 감정을 대하는 법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렵게 된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정보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의사결정의 패러다임 역시 데이터 주도형으로 바뀌고 있다.  김난도 교수에 의해 ‘데시젼(data+decision)’이라 정의된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IT 기업뿐 아니라 의료, 엔터테인먼트, 패션, 금융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공간 재창조로 소비 유도
최근 기업들이 다양하게 시도한 것 중의 하나는 공간에 대한 변화다. 소비의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감에 따라 기업에게는 소비자들을 밖으로 끌어낼 만한 전략이 절실하게 요구됐다.

오프라인 공간의 획기적 변신으로 소비자 유인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스타필드 코엑스몰이다. 코엑스몰은 지난 2014년 건물 외관을 새롭게 꾸민 바 있지만 다소 지루한 인테리어와 체험 공간의 부재로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6년 말 신세계가 코엑스몰을 인수하고 이듬해 대형 도서관인 ‘별마당 도서관’을 개관한 뒤 사정은 달라졌다. ‘별마당 도서관’이 명소로 부상하자 주변의 상권 매출까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는데 김난도 교수에 의하면 이것은 ‘책과 유통의 시너지 효과’다. 아무리 온라인이 발전한다 해도 재밌고 신선한 공간이라면 사람들이 찾아가기 마련이라는 해석이다.

자기 기준 따라 만족감 느끼는 ‘나나랜더’
80년대생들을 흔히 ‘밀레니얼’ 세대라 부른다.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안정을 이룬 뒤 태어나 부모의 충분한 관심 속에서 자란 요즘의 20~30대다. 이를테면 밀레니얼 가족은 식사 준비를 위해 많은 시간을 쓰기보다는 비교적 준비가 편하고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들을 사 먹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에게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나에 관한 한 절대적인 기준은 나의 시선이어야 한다.

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타인의 시선이 아닌 오직 자신만의 기준으로 바라보고 해석한다. 또한 기존 세대가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관에 반기를 들고, 나의 기준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는다. 진정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을 위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렇듯 이들은 자기애로 똘똘 뭉쳐 일명 ‘나나랜드’에서 살아가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갑질’ 문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의 노쇼와 같은 ‘소소한 갑질’에 분노하면서 근로자의 보호에 대한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올해 직장문화의 워라벨을 이뤘다면 내년에는 소비문화에서의 워커벨을 이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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