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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아름다운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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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아름다운 버팀목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 승인 2018.12.05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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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S님 ~
그날은 첫눈이 마치 대설처럼 푹푹 내렸습니다. 잠시 첫눈은 무엇을 상징하는가에 대한 상념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하얀 눈도 그 눈을 바라보는 마음의 모양새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 같습니다. 강아지에게는 기쁨 시그널 일 수 있지만 누구에게는 걱정 어린 한숨일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날의 첫 눈은 경사로움을 알리는 서설(瑞雪)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그와는 정반대의 눈이었습니다. 님과 관련된 슬픈 소식을 싣고 왔으니까요. ‘S님 부군 K님께서 오늘 새벽에 별세하셨습니다.’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브랜딩 컨설턴트
사실, 님은 어디 하나 부족한 점이 없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저를 비롯한 님을 아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객관적으로 좋은 직업을 가진 맞벌이 부부, 좋은 학교에 다니며 유망한 전공을 하는 자식들까지. 이러한 사실은 평소에 님과 부군의 집안도 역시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이 선입견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문상을 갔을 때 쓸쓸한 빈소의 모습을 보고서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고자 스스로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S님~
우리가 경험하는 아픔 가운데 가장 큰 아픔은 가족 상실의 아픔일 것입니다. 부군을 먼저 하늘 나라로 떠나 보낸 미망인의 아픔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그러한 것입니다. 세계적 부부애, 역사적인 부부애라는 찬사를 받았던 님이기에 그 아픔은 비교할 수 없이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

저의 지인 중에도 님과 같은 아픔을 겪는 이가 있습니다. 그녀의 남편도 그녀에게 대학생 아들과 딸을 남기고 홀연히 하늘 나라로 가버렸습니다. 자신은 홍수가 쓸고 간 진흙더미에서 신음하는 벼 이삭 같았다고 당시의 심정을 말하곤 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새 출발을 해서 예전과 다름없는 힘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그녀의 ‘버팀목 작전’인데 크게 4가지 전술 개념을 담고 있습니다.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하나, 자신을 더욱더 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가족의 버팀목이기 때문입니다. 버팀목은 든든함이 본질입니다. 버팀목이 강건하지 않으면 구조물 역시 강건할 수 없고 붕괴됩니다. 등대처럼 불을 밝혀 가족의 항해를 도와줘야 합니다.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버팀목의 모습일 것입니다.

둘, 현재 하는 일에 더욱 집중하는 것입니다. 일에 집중하는 동안에는 슬픔의 감정도 잠시 자리를 비웁니다. 집중을 통한 치유 효과를 얻는 것입니다. 슬픔 극복 전문가인 리아나 챔프(Lianna Champ) 박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이별을 겪었다고 해도 당신의 남아있는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진심을 다해 매일 모든 것을 용서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용서의 나머지 에너지는 현재의 일에 쏟아 부어야 할 것입니다.

셋, 인간관계를 더욱더 강화하는 것입니다. 자칫하면 고립되고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스스로가 바람 앞의 촛불로 느껴져서 심하면 우울 증세로 이어집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개방이고 어울림입니다. 아픔은 나누는 것입니다. 주위의 다른 소중한 사람들과 소통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과 함께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넷, 그녀는 마지막으로 일기를 쓸 것을 권했습니다. 전문가가 추천해서 실천했는데 효과가 좋았다고 합니다. 그녀가 느꼈던 좌절감, 슬픔, 그리움 이 모든 감정을 일기에 쏟아냈다고 합니다. 그녀는 일기를 쓰면서 사별의 감정을 극복하고 나아가 죽음 그 자체를 이해하는 데 이르렀다고 했습니다.

혹자는 박완서의 <한 말씀만 하소서>를 읽어 볼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남편 잃은 지 석 달 만에 외아들 마저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야 했습니다. 스스로 미치지 못한 것이 저주스러웠던 그녀는 몇 날 며칠을 ‘하느님과 대결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자식을 앞세우고도 살겠다고 꾸역꾸역 음식을 입에 처넣는 어미를 생각하니 징그러워서 토할 것만 같았다”는 그녀의 심정이 담겨 있습니다. 슬픔의 객관화도 슬픔을 이겨내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S님 ~
이 모든 것을 오롯이 혼자서 부딪고 극복해내야 하는 것이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없이 슬프더라도 내일을 위해서는 슬픔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변화의 의미입니다. 비록 원치 않았던 변화이지만 그래도 변화는 변화입니다. 현재의 슬픔을 새로운 성장의 전환점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미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복수는 내가 잘 사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인에 대한 가장 큰 보답은 님이 늘 그랬던 것처럼 밝고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일 것입니다. 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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