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1:51 (목)
[제133호] 세계는 지금 ‘현금 없는 사회’로 진화 중
상태바
[제133호] 세계는 지금 ‘현금 없는 사회’로 진화 중
  • 추재영 기자
  • 승인 2018.11.13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자결제 플랫폼 확산…QR코드 도입 서둘러

[소비라이프 / 추재영 기자] 전 세계가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란 정보화 시대에 각종 금융 기관의 업무가 전산화됨에 따라 실질적인 현금의 이동이 없어진 사회, 즉 지폐나 동전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를 말한다. 스웨덴 등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움직임은 ‘모바일 결제시장 확장’에서 이제 ‘QR 코드 도입 확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 비용 절감 커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 가장 성공적인 진입을 한 국가는 세계 최초로 지폐를 발행했던 스웨덴이다. 2030년까지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던 스웨덴의 현금 사용률은 2016년 이미 1.4%에 불과했다. 현재 절반 이상의 스웨덴 국민은 ‘스위시(Swish)’라는 앱을 통해 주요 은행들의 실시간 결제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스카이프’와 ‘스포티파이’ 등의 결제시스템도 널리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상점에서는 현금을 거부할 수 있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도 카드로 요금을 내야만 한다. 현금 인출기도 정책에 따라 급격히 줄어들어 아예 현금을 사용하기 힘든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당국은 여러 가지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덴마크의 최대 상업은행 ‘단스케뱅크’는 ‘현금 없는 사회’를 이끄는 대표적 핀테크 혁신 사례로 꼽힌다. 5년 전 모바일 결제시스템 ‘모바일 페이’를 도입한 단스케뱅크의 사용률은 덴마크 인구(약 560만 명)의 60% 이상에 달한다. 스마트폰 이용자 90% 이상이 모바일 페이 애플리케이션을 깔았으며 심지어는 교회 헌금도 모바일 페이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독일 등의 나라에서도 현금 사용에 대한 여러 법안이 통과된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현금 폐지 방안을 마련했던 프랑스는 2015년 9월부터 현금으로는 1,000유로 이상 결제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으며, 벨기에는 5,000유로 이상, 스페인은 2,500유로 이상의 현금 결제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 역시 저소득층 생활 보조금을 현금에서 전자결제카드로 전환했고, 인도에서는 우리나라의 5만 원과 같은 고액화폐 거래를 중지한 상태다.

 

편의점 등에서 ‘동전 없는 사회’ 시범
지난해 4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IT 정상회의에서 개막 연설을 맡았던 마윈은 중국의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입은 5년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 중국에서는 노점상에서도 모바일 결제 서비스 이용하며, 강도 2명이 슈퍼마켓 세 곳을 털어 손에 쥐게 된 돈은 겨우 1,800위안(29만 원)에 불과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마윈 회장의 말에 의하면 거지도 QR코드를 이용해 돈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견인해온 알리바바그룹은 지난 2004년 말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출시, 2017년 말 현재 4억 5,000만 명의 실명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4월부터 현금 없는 사회의 시범 판인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시범사업은 현재 씨유(CU), 세븐 일레븐, 위드미, 이마트 및 롯데마트 등 5개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편의점, 백화점, 슈퍼 등 2만 7,000여 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는 현금으로 물건을 사고 난 뒤 남는 돈을 거스름돈으로 받는 게 아니라 교통카드와 같은 선불지급수단에 적립하는 형식이다.

적립 가능한 전자지급수단은 매장별로 다르다. 씨유에서는 티-머니, 캐시비, 하나머니 등에 적립할 수 있고, 세븐일레븐은 캐시비, 네이버페이 포인트 등으로 적립 가능하다. 위드미와 이마트에서는 에스에스지(SSG)머니, 롯데마트(백화점, 슈퍼 포함)에서는 엘포인트에 적립할 수 있다. 신한카드 등 다른 선불사업자들도 전산시스템이 정비되는 대로 참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QR코드 결제시장 등장
광고판이나 책, 제품 등의 한쪽 구석을 보면 정사각형 모양의 불규칙한 마크가 있는 경우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초점을 맞춰 이것을 찍으면 화면에 광고 동영상이나 제품 이용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바코드를 여러 겹 겹쳐놓은 이 정사각형의 이름이 바로 QR(Quick Response)코드다.

QR코드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새로운 홍보 및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았으며 기업의 마케팅 활동과 버스노선 확인, 관광지 안내 등에 주로 적용돼 왔다. 하지만 실제 사용되는 경우는 적었는데, 이는 QR코드 홍보가 부족한 데다 스마트폰으로 검색 가능한 것을 번거롭게 확인할 필요가 없어서였다. 그런데 이런 ‘QR코드’가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 시장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QR코드를 이용한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카카오페이 등 기존 업체에 이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신용카드사들까지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BC카드는 지난달 초 국제결제표준규격에 맞춘 QR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BC카드 고객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페이북)에서 ‘QR결제’ 메뉴를 선택한 뒤 가맹점의 QR 인식기에 스마트폰 화면을 대면 결제가 완료된다. GS25 편의점과 두타몰, 노량진 수산시장 등 1만 4,000여 개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 BC카드 측은 향후 300만 개의 전국 가맹점으로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롯데카드 등도 공동 QR결제 시스템 구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몇몇 카드사들의 경우 공동으로 ‘QR결제 통합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가령 A카드사가 가맹점에 설치한 QR코드를 B카드사 이용 고객도 쓸 수 있는 구조로, 이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려는 취지로 보인다.

한발 앞서 QR결제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페이의 점유율은 빠르게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페이는 출시 3개월 만에 소상공인 가맹점 10만 개를 돌파했으며 QR코드가 인쇄된 결제 키트를 무료 배포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8월 카카오페이 거래액은 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과 28개 금융·유관기관이 모인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도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직불 서비스 도입을 추진 중이다. 우정사업본부는 QR코드로 결제가 가능한 ‘포스트페이(Post Pay) 간편결제 서비스’를 최근 내놓았다. 포스트페이 앱으로 가게에 부착돼 있는 QR코드를 찍고 결제 금액을 입력하면 대금이 자동으로 이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QR코드를 활용한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2016년 11조 7,800억 원에서 지난해 39조 9,900억 원으로 세 배 이상 성장했다. 2020년엔 200조 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로페이 등 결제 플랫폼 확산
정부와 지자체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연내 QR코드를 이용한 ‘제로(서울)페이’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들의 카드 결제 수수료 부담을 없앤다는 취지를 담아 고안된 것으로 카드가 아닌 스마트폰 결제앱을 통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이는 소상공인에게 결제 수수료 0%를 보장하면서도, 민간 결제 플랫폼업체들이 손쉽게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는 공동 QR코드를 도입해 오프라인 결제 플랫폼의 확산과 경쟁을 유도한다. 서울시는 여기에 소비자에게 소득공제율 40% 혜택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2020년까지 전국 확산을 목표로 서울페이, 경남페이 등 각 지자체가 별도로 추진해온 소상공인 전용 결제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결제 플랫폼 업체들은 이번에 도입하는 공동 QR코드로 가맹점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편의점들은 카카오페이 QR코드, 네이버페이 QR코드 등 지급결제플랫폼 사업자의 QR코드를 별도로 배치할 필요 없이 하나만 설치해도 통용된다. 이로써 그간 오프라인 가맹점이 부족해 QR코드를 이용한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쓰지 않았던 소비자들이 QR코드에 익숙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마련된 공동 QR코드는 새롭게 진출하는 민간 플랫폼 사업자나 은행도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게 설계됐다. 참여를 원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가맹점 등록정보 데이터베이스(DB)도 언제든지 탑재할 수 있게 해 중복 투자 없이 전국 어디서든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많은 정보 담을 수 있지만 범죄 우려도
바코드에 비해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QR코드는 악성코드나 유해 웹사이트 주소를 유포하는데 악용되기도 한다. 국내에선 최근 스마트폰으로 은행 거래를 하는 이용자들을 노려 QR코드를 이용한 신종사기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악성코드에 감염된 스마트폰으로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가짜 사이트로 접속된 후 거기서 QR코드를 이용한 추가 인증을 완료하면 개인정보가 누출되는 형식이다.

그렇다면 ‘동전 없는 사회’, 나아가 ‘현금 없는 사회’로의 이행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행한 동전 중 회수된 동전의 비율은 75.5% 내외였다. 그로 인해 신규 동전 발행에 들인 비용은 약 500억 원에 달했으며 이러한 일은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결국 동전 없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비용을 절감, 다른 부분의 효율적 운영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또한 지하경제에서 일어나는 탈세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현금 없는 사회에서는 현금거래로 인한 탈세가 원천적으로 막혀있기에 효율적인 시장 형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금 위주로 사용하는 고령층이 겪을 불편과 해킹 위협, 불법 자금 세탁 등 부작용이 예견되는 만큼 사전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