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라이프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T 님 ~
얼굴을 맞대본 지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이 느닷없는 편지에 놀라지는 않았는지요? 사실 편지는 지금 썼지만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당신이 약속 시간에 나오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운동을 하는 몸이니 바쁜 훈련 일정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었더군요. 당신의 부모님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당신이 슬럼프에 빠져서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T 님 ~
슬럼프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답니다. 'Slump, Boom의 반대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부진 상태가 비교적 길게 계속되는 일'. 사실 슬럼프라는 용어는 스포츠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전체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슬럼프에 빠지면 의욕이 생길 리 없고 심하면 무기력증이나 우울증 증세까지도 보입니다. 슬럼프가 더욱 골치 아픈 것은 확실한 원인 파악이 어렵다는 점에 있습니다. 다만 슬럼프 현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그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완벽주의, 지나친 욕심, 실패 경험 부족, 조급증, 주위의 기대에 대한 부담 등.
유재석, 강호동과 같이 이른바 국민 MC라고 불리는 인기 연예인들도 슬럼프에 빠집니다. 팬들의 기대에 항상 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그냥 쑥쑥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남과 다른 점은 그 좌절을 잘 극복한다는 점입니다. 그들에게 비결을 물어봅니다. 뼈를 깎는 노력뿐이라는 대답만 들려옵니다.
이승엽 선수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뛸 때의 일입니다. 일본 시리즈 우수상을 받는 등 맹활약을 한 후에 갑자기 깊은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많은 팬들이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극복 방법 또한 특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직 연습뿐이었습니다. 그는 흐트러진 마음을 바로잡고 꾸준히 노력하여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골프의 박세리 선수에게도 예외 없이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한 물 갔다" "배가 불렀다"라는 등 온갖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다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과 만날 수도 전화할 수도 없었습니다. 자신을 아끼지 못하고 혹사한 결과가 원인이었는데 극복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별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더 많은 땀을 흘렸습니다.
연예나 스포츠 분야의 전설들이 슬럼프를 극복한 방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첫째는 마음가짐입니다. 본질을 추구하되 좀 더 여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훈련입니다. 아마도 이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어찌 다른 해결책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어떤 이는 이렇게도 말합니다. "슬럼프가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 나중에 후배가 물어볼 때 '별거 아니야 극복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슬럼프 극복 전문가들은 다음의 방법을 추가로 덧붙이고 있습니다. 좋은 순간, 즉 잘 나가던 순간을 떠올려 보는 것입니다. 나아가 구체적으로 과거에 성공했던 경험을 글로 써서 기록해 보는 것입니다. 당신의 경우는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딸 때의 그 느낌을 되새겨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때 저도 당신의 경기를 보았는데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이야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입니다
T 님 ~
슬럼프는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도약의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슬럼프는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 더 전진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고 합니다. 수준 이하의 대상에게는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니 이러한 측면에서는 슬럼프도 일종의 선물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엄청난 변화와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슬럼프를 극복한 사람들이 말하는 눈물범벅의 이야기입니다.
고진감래라고 했습니다. 비 온 뒤의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한 말에 기대를 걸어야 합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희망 속에 현재라는 기회가 있다"
그도 미래를 바라보고 미래의 좋은 모습을 그려 보면서 슬럼프 극복의 의지를 다졌다고 합니다. 지금의 생채기를 미래의 굳은살로 거듭나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자기 자신이 냉혹한 해결사가 돼야 합니다. 부모님조차도 마음으로 응원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최근, K-팝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의 유엔 총회 연설이 화제입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꿈과 희망을 갖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감동의 메시지를 선사했습니다. 메시지의 핵심은 '나를 사랑하자' 입니다. 연설은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서 왔든, 피부색과 성별이 어떻든 당신 자신에 대해 얘기하세요. 당신의 이름을 찾고 당신에 대해 말해 줄 당신의 목소리를 찾으세요"라는 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BTS의 이 연설에서 '목소리'를 스포츠 용어인 '루틴'으로 바꾸면 BTS의 메시지는 바로 당신에게 꼭 맞는 슬럼프 극복의 응원가가 될 것입니다. 하루 빨리 당신의 루틴을 회복하여 사자처럼 코트의 정글을 지배하는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