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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호] 편리함의 역습…쉽게 버린 쓰레기 재앙으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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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호] 편리함의 역습…쉽게 버린 쓰레기 재앙으로 돌아올까
  • 민종혁 기자
  • 승인 2018.08.06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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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민종혁 기자] 지난 2월 지중해 인근의 항구도시인 케이프 팔로스의 해변에서는 길이 약 10미터, 무게 6톤 이상인 어린 향유고래 한 마리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 그리고 약 2개월 후 이 고래의 사인은 각종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복막염’으로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바다로 유입된 인간의 쓰레기로 인한 해양생물들의 ‘황당한 죽음’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재활용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다시 한 번 점화되고 있다.

 

신음하는 바다

최근 해양생물의 어이없는 죽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로써 인간의 편리가 다른 존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과, 더 나아가 인간의 삶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충격이 전 세계의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금 전 세계는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에 그 어느 때보다도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인간이 버린 ‘썩지 않는’ 쓰레기가 해양 동물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음을 깊이 깨닫게 된 것은 2015년 콧구멍에 낀 빨대 때문에 호흡 곤란을 겪는 바다거북의 영상이 화제가 되고부터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의 한 환경단체가 의자에 달린 끈에 목이 졸려 죽은 바다거북을 발견했는데, 이는 지난 6월 태국의 남부 해안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돌고래의 배 안에 비닐봉지 80여 개가 있었다는 발표가 있고 얼마 안 돼서의 일이라 충격은 더 하다.

지난 6월 세계 해양의 날(6월 8일)을 맞아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표한 ‘남극 지역 미세 플라스틱과 유해화학물질’ 보고서를 보더라도 미세 플라스틱과 유해화학물질 등 인간의 편리로 인한 환경오염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린피스는 남극 8개 지역의 해수 표층수를 시료로 삼아 분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시료는 8개 중 7개에 이르렀으며, 해양 부유물질을 채취한 9개 시료 중 2개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9개의 눈 시료에선 잔류성 화학물질인 과불화화합물(PFASs)이 검출되기도 했는데, 이 물질은 오랫동안 섬유·종이·카펫·음식포장재·방수포·계면활성제·발포제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 물질로 알려져 있어 쓰레기 대란 이후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의 주범

쓰레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세계 최대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국가인 중국이 지난 1월 1일부터 폐비닐·플라스틱·종이 등 폐기물 24종을 더 이상 수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본격화됐다. 중국의 이러한 선언에는 플라스틱이 환경에는 물론 인간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실제 중국은 폐기물 수입으로 인한 이득보다 환경과 건강을 회복하는 데 드는 비용의 손실이 더 큼을 토로한 바 있다.

이후 갈 곳 잃은 세계의 플라스틱 폐기물은 이제 동남아시아 국가로 향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재활용되지만 대부분이 소각·매립되거나 바다에 투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세계적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480만∼1270만 톤에 이르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태국 등 5개국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볍고 단단해서 편리한 플라스틱은 석유를 가공해 만들기 때문에 대부분 자연 분해하지 못하고 땅과 바다로 들어가 쌓이면서 환경오염의 최대 주범이 된다. 너무 편리하게 쓰이고 쉽게 버려지는 일회용 비닐봉지 역시 최근에는 심각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며 사용을 자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스타벅스, ‘빨대 없애기’ 총력

해양 생물자원 파괴의 주범은 우리가 하루에도 몇 잔 씩 마실 때 사용하고 쉽게 버리게 되는 플라스틱 빨대다. 이 플라스틱 빨대는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의 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양생물의 호흡기에 박히는 사례 등이 보고되면서 해양생물의 주적으로 인식됐다. 이에 세계적인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가 지난달 초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는 빨대가 해양생물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등 환경과 생물자원을 파괴하고 있다는 여론을 수용한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언론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앨 계획이다.

대신 스타벅스는 앞으로 생분해성 물질로 만든 빨대를 사용하거나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특별하게 디자인된 음료 뚜껑을 사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벅스코리아 역시 지난달 10일 친환경 캠페인 실행 계획안 ‘그리너(Greener) 스타벅스코리아’를 발표,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이는 더 푸른(Greener) 스타벅스를 가꿔가겠다는 의미로 제품(Greener Product)·사람(Greener People)·매장(Greener Place)의 3가지 분야에서 진행되며, 친환경 경영에 대한 스타벅스의 이미지를 표방하는 동시에 고객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과업계, 비닐봉지 단계적 퇴출

국내 제과업체의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국내의 주요 제과업체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지난달 3일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 비닐쇼핑백의 단계적 퇴출과 더불어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말까지 비닐쇼핑백 사용량을 90% 이상 감축하고, 뚜레쥬르는 내년 1월까지 비닐쇼핑백 사용량을 80% 감축한 후 소비자 홍보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두 업체는 재생종이 봉투 사용을 늘려 소비자들의 1회용 쇼핑백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앞장설 것으로 기대된다.

제과업계는 이외에도 이번 협약을 계기로 1회용품 감량을 위한 활동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말까지 플라스틱 빨대사용량(연간 26톤)을 30% 감축할 것이며, 현재는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종이 빨대와 빨대가 필요 없는 컵 뚜껑 등을 개발 중에 있다. 뚜레쥬르도 올해 하반기부터 기존 유색이던 1회용 컵의 디자인을 변경할 계획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

우리가 쉽게 사용하고 쉽게 버리는 일회용 비닐봉투는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하지만 자원을 고갈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비닐봉투는 석유를 이용해 만드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를 만들 자원도 없는 데다가 버려진 폐비닐을 처리할 때에도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에 자원순환사회연대 등 환경단체 회원들은 지난달 3일 ‘일회용 비닐봉투 안 쓰는 날(plastic bag free day)’을 맞아 서울역에서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을 진행했다. ‘일회용 비닐봉투 안 쓰는 날’은 2008년 스페인의 한 환경단체가 제안한 날로 미국, 프랑스 등의 나라에서도 매년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과대포장과 플라스틱 포장 등의 포장쓰레기가 생활쓰레기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국내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으로 연간 이산화탄소 2,300만 톤이 발생하고 있으며, 바다에 버려지는 폐기물 가운데 80%는 플라스틱 폐기물이다. 지원순환사회연대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하루만이라도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원유 95만 1,600리터, 이산화탄소 약 6,700톤을 감축할 수 있음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 등 포장재 줄이기 

최근 재활용 쓰레기로 인한 바다환경의 오염문제가 심각하게 인식되면서 비닐·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대책이 더욱 절실해졌다. 이마트·홈플러스·메가마트·농협하나로유통 등은 이미 2010년 10월 환경부와 협력해 1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비닐쇼핑백 없는 점포’ 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4월에는 ‘1회용 비닐쇼핑백·과대포장 없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개최한 바 있다.

이에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각 식료품 주변에 놓인 대형 비닐 롤백은 줄이고 소형 롤백을 늘리는 방식으로 비닐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쇼핑업계뿐만 아니라 편의점업계까지 ‘비닐 사용 줄이기’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CJ ENM은 홈쇼핑업계 처음 친환경 종이 포장재를 도입, 택배 박스 포장에 사용하는 비닐 테이프를 종이 재질 테이프로 바꿨으며 부직포 행거 의류 포장재도 종이 행거 박스로 대체한 것으로 전해진다.

 
머그컵·에코백 등 사용 늘어

그런가하면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운동이 전 국민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각계각층에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농협에서는 지난달 17일부터 본격적으로 1회용품 줄이기 운동을 시작, △사무실 내 1회용 컵 사용금지 및 개인용 머그컵·텀블러 사용 △각종 회의·행사 시 대용량 정수기와 다회용 컵 이용 △우산 비닐커버 대신 빗물제거기 설치 △비닐봉투 대신 에코백 등 장바구니 사용의 실천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리시 역시 종이컵을 한 개 사용하지 않으면 온실가스 약 11g을 저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피력, 가장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저탄소 녹색운동이라는 관점에서 시민들에게도 일회용 컵 대신 일반 컵·물병을 권장하고 나섰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개인별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커피 매장에서는 텀블러를 소지하거나 머그잔에 달라는 요청이 많아졌으며, 가정에서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물을 끓여 마시려는 시도가 늘어났다. 장을 볼 때는 에코백을 가지고 가거나 판매 보증금을 지불하고 장바구니를 대여해 쓰기도 한다.

각종 환경문제와 캠페인이 이슈가 되고 환경오염의 문제가 점점 심각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는 만큼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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