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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이년아, 넌 도둑 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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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이년아, 넌 도둑 년여~”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 승인 2018.07.11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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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브랜딩 컨설턴트]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브랜딩 컨설턴트
June ~
저에게 토요일 점심 먹기는 곤혹스러운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와 가족들간의 좋아하는 점심 메뉴가 늘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내와 딸과 아들은 피자, 스파게티, 빵을 제안합니다. “당신은요?” 아내의 형식적인 질문에 저는 이렇게 응답하곤 합니다. “칼국수, 수제비, 라면”. 제가 종종 ‘토요일 점심 혼밥’의 거사(巨事)를 치르게 되는 이유입니다.

어느 토요일. 단골 칼국수 집을 찾았습니다. 혼밥 존에 앉아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몹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뒤돌아 보니 60대 중반은 돼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소음에 가까운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말이 너무 거칠어서 식사 후에 주인에게 조용히 물어보니 시골 초등학교 동창모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이 귀에 턱 걸렸습니다. 바로 제가 당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기 때문입니다. 기분 나쁘겠지만 한 번 들어보시죠. 한 친구가 자주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년아 넌 도둑년이다. 시간은 금인데 네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서 우리가 시간을 제때 못쓰게 됐으니 금을 훔쳐간 것과 똑 같아. 한 두 번도 아니고 …”

당신과 약속이 있었던 그 날 저는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약속 장소가 처음 가보는 곳이기도 하고 강남 역 인근에서 사전 미팅이 있었던 터라 마음이 다급했던 것이지요. 저만 그랬을까요? 다른 회원님들도 똑 같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장대비까지 쏟아져서 더욱 마음을 졸이게 했습니다. 뛰어 전철을 타고, 뛰어 환승(換乘)을 하기를 반복했지요. 왜 그랬을까요?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 이지요. 우리들의 7시 독서 모임.

그런데 당신은 무엇입니까? 1시간이나 지난 후에 나타났지요. 사전에 한마디의 언질도 없이 말입니다. 이러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기에 몹시 화가 나더군요. 어떤 때에는 이상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당신같이 매사 스마트하고 정확한 사람이 약속 시간만큼은 잘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그날의 독서는 무 의미 했고, 음식도 무 의미 했고, 분위기도 무 의미 했습니다. 참사는 자연 재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약속 안 지키는 것도 여러 가지를 망쳐버리는 참사의 하나입니다.

June ~
중학교 시절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도 새롭습니다.
“약속, 특히 시간약속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 약속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내가 꼭 말해주고 싶은 가장 큰 가치중의 가치다. 약속만 잘 지키면 사회에 나가 밥은 안 굶을 것이다. 물론 공부까지 잘 하면 그야 금상첨화지만 말이다.”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전광판에 분단위로 도착 시간을 알려줍니다. 언젠가는 실제로 측정을 해보기도 했는데 정확했습니다. 자주 이용하는 전철은 어떤가요? 2분 후 5분 후 열차가 도착한다고 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시도착 정시 출발을 합니다. 회사에서의 출근 시간, 회의 시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처럼 갈수록 시간은 더욱 디테일 하게 우리를 압박하는 것 같습니다. 각박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정확한 시간에 맞추어 살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은 불편함과 무능함의 낙인뿐인 것을요. 

고객회사에 추천한 채용 후보자의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황당한 경우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면접당일에 시간에 늦거나 심지어는 아무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업계에서 당연히 요주의 인물로 분류됩니다. 이른바 black list. 시간 약속을 쉽게 생각하게 되면 신뢰를 쌓을 수 없고 신뢰를 얻지 못하면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응당 멋진 개인 브랜딩은 멀어져 가는 것이죠.

June ~
만일 당신이 약속 시간보다 빨리 도착한다면 당신은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만일 늦게 간다면 도발가(挑發家)가. 그리고 정확히 시간에 맞춰간다면 강박관념의 소유자. 만일 영영 가지 않는다면 머리를 의심해야 할 것이다. – 앙리 장송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에 관한 명언입니다. 바로 ‘도발가’라는 단어 때문입니다. 도발은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입니다. 북한 도발 하면서 말입니다. 아마도 가장 나쁜 행위를 뜻하는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전적인 의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도발(挑發, Provocation)은 ‘화를 돋아(도(挑)) 일이 일어나게(발(發)) 함’ 또는 ‘남에게 집적거려 일이 일어나게 하다’입니다.

만일 당신이 다음 번 모임에도 약속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이러한 협박과 망신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당신에게는  ‘진짜 도발가’라는 낙인이 찍히게 될 것입니다. 약속 장소에 최소한 5분 먼저 와서 기다리다가 번쩍 손짓으로 우리들을 맞는 당신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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