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2:35 (금)
[제129호] 1934세대의 키워드 ‘휴식’ ‘싫존’
상태바
[제129호] 1934세대의 키워드 ‘휴식’ ‘싫존’
  • 서선미 기자
  • 승인 2018.07.06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쉼 있는 삶 선호…싫음도 존중받고 싶어

[소비라이프 / 서선미 기자] 치열한 경쟁 속 스펙 쌓기에 몰두했던 ‘1934세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19세부터 34세까지의 직장인을 말하는 이들은 쉼 있는 삶을 선호하며, 싫음에 대한 존중을 원한다. 즉 온전한 휴식을 위해 시간을 가지길 원한다. 또한 타인이 자신에게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는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주는 것을 더 큰 배려로 여기는 것이다.

돈보다 ‘휴식’에 가치 둬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1934세대의 이러한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3월 27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934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900명 중 56.4%가 온전한 휴식시간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하루 평균 휴식 시간은 평일 기준 4.1시간이었으나 주말은 평일의 1.7배인 7시간이었다. 이는 주말을 이용해 평일의 부족한 휴식시간을 보충하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소는 분석했다.

연구소 측의 한 관계자는 “조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삶에 점수를 줬다”며 “쉼이 사치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휴식에 가치를 두고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밸런스)’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무민세대”
‘無·mean·世代’. 곧 무민세대란 의미 있는 것들에만 중점을 두고 중시하던 삶에서 벗어나 무의미한 것들로부터의 꾸밈없는 의미와 즐거움을 찾는 세대를 뜻한다.

1934세대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번 조사에서도 최근 경험해본 휴식 및 여가 트렌드를 물어본 결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쉬는 ‘스테이케이션’을 경험해봤다는 1934세대가 41.0%에 달했다. 멍 때리며 볼 수 있는 ‘ASMR 영상(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 35.1%)’이나 ‘Satisfying Video(마음에 안정을 주는 영상, 19.9%)’를 시청해봤다는 응답도 높았다.

가볍게 즐기다 ‘배움’ 찾기도
요즘의 1934세대는 취미와 여가를 통해 배움을 찾기도 한다. 1934세대 71.6%가 “덕질을 통해서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69.3%는 “취미 생활이 나의 직업이 될 수도 있다”고 응답하는 등 취미와 여가를 통한 배움의 가치를 높이 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1934세대 중 60.0%는 잡학을 배우거나 새로운 지식을 경험하는 것을 선호했다. 실제로 배우고 싶은 원데이 클래스를 묻는 질문에도 이전에는 단순한 기호나 취향이었던 ‘미식(24.0%)’, ‘커피(19.3%)’, ‘맥주(14.7%)’까지 배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등 ‘지식’의 영역 면에서도 확장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전과는 달리 ‘배움’의 방점이 ‘스펙’보다는 단순한 ‘자기만족’에 찍혀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잡학피디아(잡학(雜學)+Wikipedia(백과사전), 넓고 얕게 지식을 탐하는 1934세대를 지칭하는 트렌드 키워드)’적 성향을 가진 1934세대는 주로 지식습득 관련 유튜브·팟캐스트 구독(57.9%)을 통해 그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직접 도서관·전시회·독립서점 등 문화생활 공간을 찾아 나서는 1934세대 역시 43.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좋음’보다 ‘싫음’에 예민
이러한 현상은 1934세대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1934세대는 실제 적극적으로 불호를 표현하고 있었다. 1934세대 중 77.4%가 최근 6개월 내 “불호를 표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싫어하는 걸 강요하는 개인·집단에 불편함을 표현(47.6%)’하거나 ‘싫어하는 SNS 계정을 언팔(47.5%)’하는 등 가시적으로 불호를 표현하는 경향 또한 두드러졌다. 이들은 개인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과 소신을 당당히 표현하고 있었는데 예를 들면 ‘청와대 청원 또는 서명 운동(46.1%)’, ‘SNS 해시태그 운동에 공감 표시(42.5%)’, ‘SNS 익명 고발에 공감 표시(30.8%)’ 등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형식이다.

또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불매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1934세대도 36.2%에 달했으며, 이들은 평균 1.9개의 브랜드를 ‘갑질 논란(48.2%)’ 이후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불호’ 표현에 적극적인 1934세대의 이러한 경향성을 ‘싫존주의(싫음마저+존중하는+-주의(~ism))’로 정의한 후 사회에 무관심했던 1934세대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를 ‘가치관 변화’에서 찾았다. 즉 “나의 관심과 참여로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회 변화의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불편한 것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야 한다(65.6%)”는 용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연구원은 “최근 몇 년간 ‘국정농단’과 같은 큰 사건을 경험하고 변화를 이끌어낸 1934세대가 사회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도 확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934세대가 내는 목소리에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더 좋은 사회에 대한 기대가 있다”며 “이들이 만들어낼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