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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호] 늘어나는 언택트 기술, 비대면 시대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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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호] 늘어나는 언택트 기술, 비대면 시대 가속화
  • 추재영 기자
  • 승인 2018.07.06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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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만이라도 ‘나홀로’

[소비라이프 / 추재영 기자] 유통업계에 ‘언택트 기술’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언택트’란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이 합해진 신조어로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언택트 기술’이란 직원을 통하지 않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게 돕는 첨단 IT기술을 말한다.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이기도 한 ‘언택트 기술’의 국내 사례로는 카카오택시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 등이 대표적이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
일각에서는 유통업계에서 언택트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초연결사회에 대한 피로감의 발현으로 해석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연락이 가능한 오늘날엔 많은 사람들이 쇼핑할 때만이라도 잠시 사람들을 피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원하며 점원의 밀착이나 접근을 친절보다는 감시로 여기며 불쾌해 한다. 여유 있게 둘러보면서 구매를 결정하고 싶지만 그런 여유는 허락하지도 않은 채 그저 ‘뭐 라도 사라’고 강요하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매장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말’과 ‘쓸데없는 감정 표현’을 꺼리면서도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받으려는 소비자의 성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제품을 홍보하는 IT 기기를 배치하게 된 것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뜻밖에도 비용절감에 큰 효과를 가져다 줘 언택트 기술의 확산은 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언택트 기술의 원조 ‘자판기’의 진화
커피를 비롯해 코코아·율무차·우유 등을 뽑아 마실 수 있었던 자동판매기가 사실은 이전부터 존재했고 지금도 쉽게 볼 수 있는 언택트 기술의 예다.

미처 인식하지 못했지만 오래전부터 언택트 기술로 서비스 해왔던 자동판매기가 최근에는 우리 생활 전반에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음료수 정도가 고작이던 판매 품목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아진 것은 물론 ‘감성’으로 포장된 독특한 자판기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자판기 수요의 증가를 소량의 상품을 사고 싶은 1인 가구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또한 점원을 만나지 않아도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꼽으며, 비싼 인건비를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한몫할 거라는 해석도 내 놓고 있다.

꽃 자판기 최근 도심에서 ‘꽃 자판기’가 종종 눈에 띄고 있다. 실제로 ‘꽃 자판기’는 이색 창업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꽃을 사기 위해 꽃가게에 들렀는데 마음에 드는 꽃이 없는 상황을 겪지 않아도 되며, 생화뿐 아니라 보존처리된 ‘프리저브드’, 비누공예 꽃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화장품 자판기 아모레퍼시픽의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화장품 자판기 ‘미니숍’을 일부 매장에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자판기에 돈을 넣으면 화장품이 나오며, 매장 화장품보다 용량이 적고 가격도 저렴해 인기다. 신세계 강남점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도 완전한 의미의 자판기는 아니지만 구매금액 적립을 통해 원하는 화장품을 뽑을 수 있는 ‘벤딩 머신’을 설치했다.  

 

라면·아이스크림 자판기 일본 여행을 가면 신기하게 보이던 라면이나 우동자판기가 이제 우리 나라에도 생기기 시작했다. 버튼만 누르면 3분 내에 끓인 라면이 나오는 ‘라면 자판기’는 아직 흔하지는 않지만 설치된 곳에선 인기 만점이다.

‘백종원 역전우동’ 역시 우동이 기계에서 나오지는 않지만 주문을 자판기로 받는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배스킨라빈스도 지난해 서울 청담동, 한남동 지점에 ‘아이스크림 ATM’을 마련했다. 24시간 내내 사먹을 수 있다.

고기·반찬 자판기 농협중앙회 본관에 설치된 ‘IoT 식육 스마트 판매시스템(한우자판기)’도 화제를 모았다. 정육점에 가야만 구매가 가능하던 고기가 부위별, 양념별로 진공포장돼 나온다. 이밖에도 ‘반찬 자판기’를 설치, 인기 반찬을 자판기로 파는 반찬가게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 ‘집 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헌책·글 자판기 ‘감성’을 파는 이색 자판기 또한 눈에 띈다. 연세대 학생들의 비영리단체 ‘책 it out’은 청계천 중고서점가를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헌책 자판기’를 만들었다. 이들은 헌책을 랜덤으로 보내주는 ‘럭키박스’ 배송 서비스에 이어 고양 스타필드에 ‘설렘 자판기’를 설치, 이용자들에게 어떤 헌책이 나올까를 기대하는 ‘설렘’까지 선물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부산대학교 도서관에는 ‘글 자판기’가 설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한바닥’이라는 이름의 이 자판기는 누군가 쓴 글을 손바닥만 한 종이에 출력해주는 기계로, 자판기에 등록된 70편의 글 중 하나를 선택하면 가로 8cm 영수증 재질의 종이에 해당 글이 인쇄돼 나오는 형식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키오스크’ 확산
무인주문기를 의미하는 키오스크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외식·프랜차이즈 매장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키오스크는 ‘주문시간 단축’과 ‘원가의 절감’이라는 장점을 고객과 매장 모두에게 제공하며 소비자 곁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맥도날드·롯데리아·버거킹 등은 진작부터 매장 내 키오스크를 운영 중이며, 그중 맥도날드가 최근 업계 최초로 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 기능을 선보임으로써 무인화 서비스의 다양화를 예고했다.

맥도날드의 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는 화면에 장애인을 위한 버튼을 생성, 버튼을 누르면 화면을 축소한 뒤 아래로 이동시켜 휠체어에 앉은 눈높이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 또한 최근 무인주문시스템 키오스크 도입을 결정, 경기도 파주와 전남 여수 등 중소도시 매장 20여 곳을 시작으로 차차 늘려갈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매장 방문 고객은 점원과 대면하지 않고도 본인이 직접 원하는 메뉴 주문부터 매장 식사, 포장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결제방법도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 다양하다.

맘스터치 측은 고객 편의 증대와 함께 가맹점주들의 운영 효율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커피 브랜드 이디야커피는 언택트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다.

최근 도입한 ‘스마트 오더’는 고객이 매장 밖에서 모바일 앱을 통해 음료를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기능으로, 가까운 매장을 선택하고 주문 사항을 전송하면 메뉴 준비를 마친 매장이 알림을 발송함으로써 수령토록 하는 O2O(Online to Office, 온라인 형태의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가져감) 서비스다.

헬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의 강남 본점 또한 언택트 기술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스마트 테이블과 가상 메이크업 앱, 제품 위치 안내 키오코스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색조화장품을 얼굴에 직접 바르지 않고도 잘 어울리는 색상 선택이 가능하다.

이는 화면에 얼굴을 대면 실시간 합성기능으로 사용자의 피부 나이와 상태를 분석, 알맞은 제품을 추천해 주는 스마트 미러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이는 직원의 간섭이 없는 나 홀로 쇼핑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를 적극 반영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인간소외 문제 남아
키오스크 중심의 마케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언택트 기술로 인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즉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 패스트푸드점이나 영화관에 직원보다 키오스크가 더 많은 것은 머지않아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불안감이 현실화되는 징표다.

언택트 기술로 인해 지금과는 다른 인간소외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술을 따라갈 수 없는 고령층이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큰 불편을 겪게 되면서 정보소외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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