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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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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요?”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 승인 2018.07.04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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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브랜딩 컨설턴트]

영(英) ~
“선배들에게 배울 것이 없습니다.” 다른 회사로 옮겨가는 명분이 꼭 이러한 말이어야만 했습니까? 한 마디로 실망 그 자체입니다. 아니 섭섭하기까지 합니다. 같이 먹은 밥그릇은 셀 수가 없지요. 함께 밤을 새운 날은 몇 날 며칠입니까? 함께 나눈 성공과 실패의 프로젝트는 그 끝을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인연이 이런 정도의 수준이었나 하는 자괴감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과연 멋진 이별이란 무엇인가? 이별은 멋있을 수는 없는 것인가? 하는 철학적인 의문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좋아하는 시(詩)를 부여잡고 그 해답이 될 수 있을까 마음 쓰며 애를 태울 뿐입니다. 꽃잎 떨어짐은 가장 빠르고도 슬픈 이별의 순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조지훈님과 이형기님은 <낙화(落花)>라는 절창(絶唱)을 우리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 (조지훈)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영(英) ~
당신의 거사(擧事)는 저에게 깊은 반성의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당신에게 그렇게 허접스런 인상만을 안겨준 저를 포함한 선배들의 민낯이 백일하에 들어난 것이니까요. 그러면서도 당신의 모습이 마냥 멋지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당신의 그러한 생각이 당신의 앞날을 가로 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귀에 대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명대사를 크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제가 최근에 졸저(拙著)를 출간했습니다. 아버님 구순(九旬)을 맞아 선물로 드리기 위하여 고향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시골의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별은 쏟아지고 별빛도 흘러내렸습니다. 자연스럽게 북두칠성을 찾고 북극성을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북극성은 많은 이들의 인생 좌표 역할을 한다지요. 어느 지인은 성장과정에서 길을 헤맬 때마다 바른 길을 밝혀주는 북극성의 존재에 감격해하기도 했습니다.

당신에게 굳이 북극성을 마음에 두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룩앤필(Look&Feel)의 쿨(cool)’함을 지향하는 당신이기에 고루하다며 역효과만 부를 것이 눈에 선하니까요. 대신에 ‘사숙’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차라리 북극성을 갖겠다고요? 사숙(私淑)의 사전적인 개념은 이렇습니다. 직접 가르침을 받지는 않았으나 마음속으로 그 사람을 본받아서 도나 학문을 닦음. 스승으로 삼고 직접 가르침을 배운다는 사사(師事)와는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요즈음 말로 친다면 롤모델(Role Model) 정도에 해당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사숙이라는 단어가 깊이가 있고 무게가 있고 진지함이 묻어있는 개념으로 다가옵니다. 사숙의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첫째는 많이 아는 경우일터인데 큰 바위얼굴이야기가 그것입니다.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 <큰 바위 얼굴>을 다시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큰 바위 얼굴이 어니스트라는 소년의 생각을 늘 채워주어 소년은 결국 큰 바위얼굴이 되었습니다. 당신에게도 당신이 닮고 싶은 사람을 기다려야 그 사람이 나타날 것입니다. 당신이 걷는 길에서 어려움을 만나거나 흔들림이 생길 때마다 그의 조언을 구하고 지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제 지인의 경우인데요. 나남 출판사, 나남 수목원의 조상호 회장입니다. 그의 사숙 대상은 청록파 시인으로 유명한 조지훈 선생이었습니다. 선비의 고결함이 그 어떤 논리적인 이유도 뛰어넘어 소년 조상호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었다고 합니다. 그는 외아들의 이름도 조지훈이라 지었습니다. 회사 건물 이름도 지훈 빌딩이라 했고 지훈 문학상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숙의 대상에 대하여 스스로 보답을 실천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또 다른 사숙의 대상으로 삼아도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가장 큰 배움은 스스로 스승을 찾는 방법인 사숙입니다. 당신에게 언행의 계도를 전해줄 인물, 즉 사숙의 대상은 시공을 초월하여 즐비합니다.

영(英) ~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反), 즉 “만나면 헤어짐이 정한 이치이고 헤어지면 반드시 만난다” 라는 익히 아는 말을 오늘의 마지막 잔소리로 삼겠습니다. 당신의 변화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자극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당신의 까칠한 성격에 불을 지른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택은 당신이 하는 것입니다. 당신에게서 어찌 저런 화려한 변신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나비의 변태를 기대해봅니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때 아름다운 비상을 하는 당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저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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