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천안의 명물 ‘강경숙 부추칼국수’
상태바
천안의 명물 ‘강경숙 부추칼국수’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9.11.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년 단골이에요. 건강에 좋아서 의사들도 많이 오더라고요.” (변우섭, 아산시 음봉면)

“국물이 고소하고 먹고 나면 든든해서 몸보신한 것 같아요.” (황미순, 천안시 두정동)

‘천안’하면 떠오르는 건 바로 호두과자 하나였지만 여기 천안의 명물로 떠오르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부추칼국수’다.

11시 30분. 취재를 하기 위해 ‘강경숙 부추칼국수’ 집에 닿았다. 아직 점심시간 전인데도 손님이 꽤 많았다.


고소하고 속 든든한 칼국수


일단 맛부터 봤다. 이 집에서 80% 이상은 들깨굴전골칼국수를 먹는다고 해서 그것으로 주문했다.

면이 먼저 나오는데 색이 화려하다. 게다가 양면의 색이 다르다. 한 면은 부추로 색을 내 녹색 빛을, 다른 한 면은 백년초로 색을 내 붉은 빛을 띤다. 그 위로 백년초로 색을 낸 떡이 올려진다. 소시지와 비슷한 색이어서 아이들에게도 인기다.

고소한 향을 내뿜으며 들깨가 가득 든 육수가 나온다. 안엔 굴, 버섯, 호박, 감자 등 여러 재료들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이제 면을 넣고 익기를 기다리면서 먼저 익은 굴, 버섯, 떡 등 재료를 준비된 소스에 찍어 맛본다. 바닥에 가득 깔린 굴이 재료를 아끼지 않는 주인의 서비스를 보여준다.

고소하고 걸쭉한 국물과 향긋하게 부추향이 나는 면발이 잘 어우러진다. 밑반찬은 겉절이 뿐이지만 조금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면 요리는 먹고 나면 헛헛한 느낌이 들기도 하나 이 칼국수 한 그릇이면 아주 든든하다. 모자라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그 국물에 밥을 볶아먹을 수도 있다.

즐겁게 맛을 보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가게 안이 사람들로 북적대고 가게 앞엔 차들이 빼곡했다. 조금 지나면 한가해질 것으로 보고 기다리다보니 3시쯤이 돼서야 여유가 생겼다.


열정으로 뽑아낸 면발


드디어 이 가게의 주인인 김준경(50), 강경숙(49) 부부를 만나봤다. 들어보니 평일 점심에만 300여 손님이 다녀간다고 한다. 주말엔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을 만큼 손님이 많아 ‘행복한 비명’이다.

서울에서 다양한 나라를 누비며 무역업을 하던 남편 김준경 씨는 외환위기 시절 쓴잔을 마시고 고향인 천안으로 내려왔다. 본인 표현으로 ‘낙향했다’는 그는 부인의 음식솜씨 하나만 믿고 칼국수가게를 차려줬다. 그게 계기가 돼 지금까지 꿋꿋이 아내를 밀어주고 있다.

1998년 천안 쌍용동에서 테이블 18개를 놓고 시작해 두 차례 넓혀 옮기며 승승장구하가기까지 어려운 점도 많았다. 무턱대고 가게를 열었을 때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혼자 해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강 씨의 음식솜씨로 가게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러다 다른 가게와 차별을 두기 위해 면 개발에 나섰다. 깻잎으로도 해보고, 섞어도 보고, 여러 가지로 만들어 본 결과 지금의 부추·백년초 면이 태어났다. 영양과 맛은 물론 보기에도 좋다. 특허출원까지 할 만 했다.

일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이런 면이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김 씨는 “수업료를 많이 냈다”면서 “음식점도 경영마인드를 갖고 해야 하므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3년간 명절을 빼고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아플 여유도 없지만 언제까지고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이젠 여기저기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천안에선 관공서, 대학, 여러 사업장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몰려든다. 또 체인점을 내고 싶다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부부는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며 “좀 더 내공을 쌓은 뒤 내년쯤 열정과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천안에 들른다면 맛 좋고, 영양 많고, 보기도 좋은 ‘강경숙 부추칼국수’에서 식사를 즐겨보자. 추운 겨울날 뜨끈한 칼국수가 몸을 녹여주고 배도 든든하게 채워준다.





<미니인터뷰>

- 부부가 같이 일하니 좋아 보인다.

▲ 24시간 내내 붙어있다. 워낙에 싸워본 적이 없어서 큰 소리 날 일도 없다. 서로 도우면서 열심히 할 뿐이다.

- 바깥 분은 주차관리에 서빙에 계산까지 도맡아하면 바쁘지 않나.

▲ 예전에 사업할 때 경험들이 많이 도움 된다. 서비스는 손님이 식당에 들어오면서부터 완전히 떠날 때까지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음식이 고급레스토랑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므로 찾아오는 손님에게도 그만큼 정성을 다한다.

-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 뭔가.

▲ 말보다 맛으로 보여드리고 싶다. 기본적으로 재료를 좋은 것으로 골라 쓰고 손맛과 정성은 필수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손님들 반응은.

▲ 아주 좋다. 역시 맛이 제일 중요하다. 얼마 전 식당을 넓혀 옮겼을 때도 그저 현수막만 걸어뒀는데 단골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오니 감사할 따름이다. 대학교수들도 자주 오는데 그냥 ‘칼국수’라고 부르기엔 아깝다고 이름을 붙여준다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