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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호] 로랭 가리 ‘자기 앞의 생’, 일러스트 넣어 13년 만에 다시 선보여
서선미 기자  |  like_mari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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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8  17: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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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서선미 기자] 지난 2003년 처음 출간되어 삶에 대한 진한 울림을 줬던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이 일러스트와 함께 새롭게 선보인다. 출간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작품에 일러스트를 더한 작가는 오늘날 유럽을 대표하는 젊은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마누엘레 피오르다.

   
▲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

《자기 앞의 생》은 자신이 10살인 줄 아는 (사실은 14살) 아랍 꼬마 모모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파리의 빈민가에서 엄마의 얼굴도 자신의 진짜 나이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모모의 삶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소년을 둘러싼 주변인들 역시 모두 사회의 중심에서 소외된 존재다. 육중한 몸매로 칠층까지 올라 다니는 것을 몹시 불만스러워하는 로자 아줌마는 전직 창녀였던 유태인으로 늙어 매력이 사라지자 현직 창녀들의 아이들을 돌봐 주면서 생계를 이어간다.

모모는 그런 아이들 중 하나로 로자 아줌마를 엘리베이터 하나쯤은 있는 아파트에 살 만한 자격이 있는 여자라고 여기는 속이 깊고 조숙한 아이다. 이 둘을 중심으로 남녀의 성징을 한 몸에 지닌 롤라 아줌마, 친구도 가족도 없이 세상에서 잊혀져가는 하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인간적”이라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모두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지만 마누엘레 피오르의 손끝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 그들의 모습은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가장 절망적인 순간조차 노란빛의 수채화풍으로 담아낸 매 장면은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조숙한 소년의 목소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자기 앞의 생》은 단순히 꼬마 모모에 관한 성장소설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서로를 위로하고 이해하며 끝내 사랑을 믿었던 모모의 삶을 마주하며 인간의 삶에 깃들어 있는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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