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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호] 북한 소설 '벗', 남북 해빙기 맞아 재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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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호] 북한 소설 '벗', 남북 해빙기 맞아 재출간
  • 서선미 기자
  • 승인 2018.06.08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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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 팬들의 관심 뜨거워

[소비라이프 / 서선미 기자] 한반도의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남북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인 작가 백남룡(69)의 장편소설 〈벗〉이 서울의 유명 서점에 등장해 눈길을 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30여 일이 지난 지금 서점가는 북한 소설에 호기심을 보이는 팬들의 관심으로 열기가 뜨겁다. 

이혼과정 통해 ‘벗’의 의미 되짚어
북한의 대표작가 백남룡의 〈벗〉은 1988년에 발표되어 북한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됐던 장편소설이다.

예술단의 여가수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 소송을 통해 북한의 사랑과 결혼, 이혼의 과정을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내 상투적인 소설에 식상해 있던 북한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지난 2011년에는 프랑스어로 번역돼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코리아 소설’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는데 당시 프랑스에서는 이 소설을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를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문”이라고 소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한의 대표 작가 백남룡(69)의 장편소설 〈벗〉

의뢰인 삶 파고드는 판사 눈길 
소설 〈벗〉은 여주인공 채순희가 남편 리석춘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한 법원에서 판사 정진우를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채순희는 공장의 노동자로 일하다가 어느 날 예술단의 중음가수로 변신한 여성이다. 북한에서 판사는 남한과는 다르게 서류와 변론만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직장 가족들을 찾아다니며 사실관계를 확인을 해 이혼 여부와 양육권을 결정한다. 때문에 소설은 내용을 전개해 가는 데 있어 시종일관 여주인공 가수 채순희와 남주인공인 노동자 리석춘의 생활과 밀착되어 있는 판사의 시선을 택한다.

정진우는 채순희와 리석춘의 관계가 어디서 어긋났는가를 추적하느라 소송 당사자와 주변 인물들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두 사람의 ‘벗’들을 만나고서야 채순희를 ‘남편과의 부부생활에 지성적 요구의 수준이 높고 성취도가 강한 여성’으로 평가한다. 반면 그에게 리석춘은 자기 일에만 열중하고 도무지 가정에는 무심한 남편으로 여겨지며 자기 계발에 힘써야할 인물로 비쳐지기만 한다.

북한 사람들의 생활상 알 수 있어
북한 사람들의 개인사를 다뤘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벗’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소설 속의 정진우 판사는 여주인공 채순희를 ‘지성적인 여성’으로 옹호하는 한편 오직 노동하는 것을 긍지로 아는 남주인공 리석춘에게는 심지어 “자기 계발에도 힘쓰고 극장에서 채순희가 출연하는 공연이라도 보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설가 정도상은 “남한에서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문학이 부부 사이의 평등을 다루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보통 이혼 소설은 파국으로 치닫지만 이 소설은 판사가 부부 사이의 평등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신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계몽주의 작품은 노동자의 계급적 순결성을 강조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벗〉은 여타 계몽주의 소설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벗>을 출간한 아시아 출판사의 기획위원인 방현석 소설가는 “이 소설을 통해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생활상을 알 수 있다”면서 “<벗>을 통해 북한 사람들이 어떤 소설을 좋아하고 어떤 작가를 사랑하는지를 가늠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아시아 출판사는 백남룡의 또 다른 대표작 〈60년 후〉와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명인 남대현의 〈청춘송가 1·2〉, 〈북한단편소설선〉을 잇따라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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