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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호] 소비자주권 위한 제도 확립해야
임은정 금융소비자연맹 소비라이프연구소 선임연구원  |  sobilife1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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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0  15: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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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임은정 금융소비자연맹 소비라이프연구소 선임연구원·소비자학 박사]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엘빈 토플러가 언급했던 프로슈머의 등장을 가속화시켰다. 초연결 플랫폼 속에서 개개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와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공유함에 따라 생산과 소비 영역의 경계는 무너졌고, 이러한 혁명은 소비자를 사회 가치사슬 내 주된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로 부상시켰다.

   
▲ 임은정 금융소비자연맹 소비라이프연구소 선임연구원
확장된 네트워크와 정보체계를 통해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세대와 후세대의 공공선을 고려하며 변화를 요구하고 이를 실천하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새뮤얼슨이 시장 생산물과 양을 조절하는 역할로써 언급했던 ‘소비자들의 화폐투표’는 이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소비자 시민의 화폐투표’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사회동력의 중심에 소비자 시민이 위치함에 따라, 오늘날 소비자가 지니는 책임과 권리수준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

실제로 과거 시민단체 위주로 부정직한 생산자에 대립하여 이루어졌던 소수의 결속적 소비자 운동과 달리,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긴밀한 네트워크에 기반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바이콧과 보이콧에 자율적으로 참여할 뿐 아니라, 자원분배로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이행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개개 소비자가 사회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되면서, 그 동안 개념적으로만 다루어졌던 소비자시민성은 분명하게 가시화되었다.

현실화된 소비자시민성은 소비자의 주권을 보장하고 실현시키기 위한 소비자 중심적 제도마련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이에 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18년 세계소비자 권리의 날을 맞아, 소비자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개정을 촉구하며 소비자 주권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즉 개정헌법 내에 소비자의 권리를 기본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소비자 주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제기한 것이다. 현행 상 소비자 보호는 경제생활편 124조에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소비자 권리보장에 대한 문구가 없어, 헌법에 명시된 소비자보호운동의 보호를 소비자 권리까지 확장·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어 왔다.

헌법개정의 필요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듯, 이번에 발표된 헌법개정안에서는 ‘소비자 권리보장’을 명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 시민의 주권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다. 소비자 권리를 기본권에 규정하지 않고 경제질서를 규정한 현행헌법의 내용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즉, “국가는 안전하고 우수한 품질의 생산품과 용역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시행하고, 국가는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비자 운동을 보장한다”는 경제 조항 내의 개정안(제 131조)은, 소비자 주권의 영역을 경제행위로 제한하여 소비자시민성에 대한 평가절하일 뿐 아니라, 소비자 운동의 활성화를 단순히 경제질서 확립을 위한 국가책무로 규정한 시대착오적 결과인 것이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미 해외 48개 국가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 권리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소비자 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는 국가가 적지 않다는 것으로, 소비자 권리를 기본권으로 규정하는 것이 이례적인 입법례가 아님을 시사한다.

바람직한 변화를 향한 소비자들의 고취된 의식과 참여는 연결적 형태로 일상의 곳곳에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시민 중심의 사회가 심화됨에 따라 소비자 역할의 영역은 계속 확장될 것이다. 사회의 전 부문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회변혁의 주체로 소비자의 주권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 권리를 기본권으로 뒷받침하는 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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