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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어디서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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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어디서 오셨어요?”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 승인 2018.05.09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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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브랜딩 컨설턴트] 우리말에 ‘삐치다’라는 말이 있다. “성나거나 못마땅해서 마음 이 토라지다.”가 사전적인 정의다. 예문으로 ‘그렇게 조그만 일에 삐치다니 큰일을 못할 사람일세.’라는 문장을 소개하고 있다. 이 예문이 꼭 나에게 해당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영업을 위해 방문한 고객 회사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를 지인에 게 들려주었더니 지인이 나에게 해준 말이다. “뭘 그런 걸 가지고 삐치고 그래……?” 틀린 말은 아니나 사람이 괜히 삐치겠는가? 나의 옹졸함도 있겠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데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3개의 회사를 방문했다.

▲ (사진: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브랜딩 컨설턴트)
먼저 광고회사인 A사. 대부분 광고회사의 인테리어는 깔끔하다. 이미지를 다루는 업(業)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 회사의 첫 인상을 주는 안내 데스크에는 신경을 많이 쓴다. 예외 없는 규칙은 없는 것처럼 A사를 방문하고서 받은 인상은 깔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안내 데스크에서 계란형 얼굴에 댕기 머리의 고전미를 풍기는 여직원이 방문객을 응대하고 있었다. 방문 목적을 이야기하려는데 그녀가 먼저 “어디서 오셨어요?”하고 물었다. 늘 들어왔던 질문인데 이날은 약간의 반감이 들어서 즉답을 하 지 못했다. 어느 부서의 누구를 만나러 왔느냐는 질문이 적절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녀 가 다시 질문을 했다. “어디서 오셨어요?” 회사 이름을 대면서 대답을 했다.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냉정한 목소리로 “저기 저쪽에서 기다려 주세요. 담당자에게 연락하고 알려 드릴게요.” 하고 응대해왔다.

예기치 못한 기분 나쁨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열등 의식 때문이었다. 회사의 인지도가 낮았다. 안내 데스크 직원은 처 음 들어보는 회사다. 다음은 회사명이 어렵다. 발음하기도 곤란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선뜻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 것 이다. 필자의 회사는 중견 헤드헌터 회사다. 예전에 대기업에 다닐 때 는 아무 주저함 없이 신속하게 대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안내 데스크 여직원은 나를 잡상인 대하듯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누구를 만나러 왔느냐? 왜 왔느냐?”라고 물어야 온당하다. 방 문 목적과 방문자가 핵심인데 굳이 어디서 왔느냐를 묻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질문이다. 강남에서 아니면 부산에서 왔다고 대답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러한 경험 때문에 방문하는 회사별로 안 내 데스크에서 방문객에게 어떤 질문을 하는지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B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유가공 식품회사다. 이 회사는 대부 분 여성들이 안내를 맡고 있는 회사들과는 달리 남자들이 안내 데스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경비회사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방문 목적을 이야기하려는데 이러한 질문을 받았다. “어떻게 오셨어요?” 순간 놀랐다. 여기서도 예상 밖의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디서 오셨어요?” 하는 질문에 당황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물론 어디서, 왜, 누구를 만나러 왔느냐는 질문일 것이나 선뜻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철을 타고 왔다고 하면 ‘아재 개그’란 평을 들을 수 있을지 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을 마치고 나오면서 괜한 심술이 났다. 그래서 신분증을 반납 하고 로비 한 구석에서 데스크가 방문자들에게 건네는 질문을 살펴보았다. 30분을 지켜봤는데 5명의 방문자가 있었다. 2명에게는 “어떻게 오셨어요?” 다른 2명에게는 “어디서 오셨어요?” 나머지 한 명에게 는 “누구를 만나러 오셨어요?” 필자가 이상적인 방문객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누구를 만나러 오셨어요?”라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C사. 대기업 계열사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서부터 기분이 좋았다. 넓은 휴게 공간에 의자와 테이블이 군데군데 있었다. 방문객을 위한 편의 시설이었다. 처음 방문이라서 여유 있게 온다는 것이 30 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습관이 됐는지 또다시 안내 데스크의 질문을 실사하게 되었다. 결과는 흡족했다. 대부분의 질문이 “어느 부서 누구를 만나러 오셨어요?”였기 때 문이다. 물론 내가 받은 질문도 같았다. “어느 부서의 누구를 만나세요? 약속은 하셨죠?” 나는 자연스러운 답변을 할 수 있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할 일 없으니 별 것을 다 가지고 트집을 잡는다고 말이다. 그러나 세 가지 질문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그 차이의 기준은 고객 지향적이냐, 아니냐의 차 이였다. ‘어디서, 어떻게’는 잡상인 취급하는 일방적인 태도다. 반면 ‘ 누구를 만나러’는 고객을 대하는 태도다. 의심이 나면 직접 경험 해 보시라. 인포메이션은 방문자에게 첫 인상을 주는 곳이다.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당연히 C사를 좋은 이미지의 회사로 기 억에 담았다. 소설도 첫 문장이 중요하다. 작가는 기억에 남는 첫 문장을 만들기 위해 고심한다.

<오만과 편견>의 “재산께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 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안나 카레리나>의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한 모양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 의 이유가 다르다.” <두 도시 이야기>의 “그것은 최고의 시기였다. 그것은 최악의 시기였다. 지혜의 시대이기도 했고, 바보들의 시대이기도 했고, 믿음의 시대였고, 불신의 시대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갖고 있었고, 아무 것도 갖지 못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는 천국으로 향하고 있었고, 또 반대로 가고 있었다.” <엄마를 부탁해>의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이러한 인상 깊은 첫 문장이 소설을 브랜딩하는 데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다. 소설이 첫 문장이라면 사람은 첫 말걸기다. 좋은 말 걸기가 고객만족의 시작이며 나를 브랜딩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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