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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너 건더기는 고사하고 국물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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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너 건더기는 고사하고 국물도 없어”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 승인 2018.04.18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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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브랜딩 컨설턴트]   군대 시절에 배식은 가장 엄숙한 리추얼의 하나였다. 배식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 못한다. 주로 최 고참 상병이 배식 국자를 맡았는데 국자를 휘두르며 절대 권위를 과시하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김치, 무우에 희소한 비게 덩어리 하나를 담아주면 감동 그 자체였다. 물론 최악의 말을 더 많이 듣는다.

▲ (사진: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브랜딩 컨설턴트)

“너, 건더기는 고사하고 국물도 없어”
그 건더기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 움직이고 있으니 신기하다.
 
‘건더기가 없어요’
예전에 광고주와 회의를 하고 나면 종종 듣던 소리다. 전략이나 아이디어에 알맹이가 없다는 핀잔이다.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것이 없다는 비판이다. 이 말을 듣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회사 내부에서 자체 리뷰를 하는데 있어서 판단 기준은 응당 건더기였다. 건더기가 있느냐? 없느냐?

신규 고객을 영입하기 위하여 모 회사를 방문했다. 여기서도 건더기 얘기를 했다. 느닷없는 건더기 이야기가 회의 맥락과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질문을 했다. “건더기라고 하면……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요?” 탁 걸리는 게 없다는 표현을 그렇게 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포트폴리오, 회사 소개서, 책자, 샘플 등을 실례로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샘플만 써봐도 알아요” 화장품 광고를 인용했다.

‘“건더기는 없고 국물뿐 “
정치권에서도 건더기는 유용한 비유의 언어다. 연두 기자 회견이나 특별 담화에 대하여 여당, 야당이 주고 받는 대화 속에 종종 등장한다. 예를 들면 장관이나 주요 당직자들에 대한 인사 뚜껑을 열고 나서 불만족스러운 표시로 건더기를 거론한다. 브랜딩 관점으로 보면 건더기는 파워풀한 개인 브랜드이고 국물은 빈약한 개인 브랜드다. 누구누구 하면 떠 오른 것이 건더기다. 한 개인을 상징하는 모든 것이 건더기고 브랜딩의 실체다.

건더기는 국이나 찌개 따위의 국물이 있는 음식 속에 들어 있는 국물 이외의 것을 말한다. 건더기는 명확한 아웃 풋(Output)이다. 눈에 보이는 엑기스다. 설명이 필요 없이 쓱~하고 보면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그 무엇이다. 그 반대에는 허깨비가 있다. 건더기가 없다는 것은 허깨비만 있다는 의미다. 허깨비란 무엇인가? 곧 엉터리라는 이야기다.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준비할 때 건더기를 잘 건져내기 위해서는 국자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물기나 기름이 잘 빠지도록 구멍이 뚫린 구멍국자가 효과적이다. 개인 브랜드의 경우는 어떻게 맛있는 건더기를 건져낼 수 있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최선의 방법은 바로 기록이다. 건더기는 기록을 통하여, 쓰기를 통하여 이루어 진다. 하루하루 고객에게 편지를 쓰자. 고객에게 보내면 더욱 좋고 그러지 못하더라도 차곡차곡 모아두는 일만해도 위대한 건더기를 만드는 일의 시작이 될 것이다.

편지를 쓰면 많은 변화가 일어 난다. 편지는 기업으로 치면 광고 카피에 해당한다. 핵심을 선택하게 된다. 장, 단점을 분석하게 된다. 나의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되고 고객 감동 실천의 교두보가 된다. 경쟁우위의 단단한 초석이 된다.

지인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는데 책장을 펼쳐보니 직장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이 담겨있어서 놀란 적이 있었다. 저자가 CEO인데 직원 조회를 할 때마다 했던 말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일견 직원들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 회사 직원들이 꽤나 좋아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아도 공감이 가랑비처럼 스며드니 말이다.

회사 동기 모임을 가졌다. 많게는 10여년 만에 본 동기들도 있었다. 지금 서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막연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친구가 책을 출간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말이 끝나자 다른 친구들이 말했다. “왕건이를 건졌구나, 건더기가 확실한데!” 책 한 권이 그 친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뚜렷하게 말해주었다.

우리도 하루하루 고객에게 보낸 편지를 모아서 책을 엮어 보자. 못할 이유가 없다. 필자가 첫 출간한 졸저도 그 시작은 편지였다. 대학교에서 잠시 강의할 때다. 학생들에게 편지를 써서 종강 기념 선물로 나누어 주자고 생각했다. 틈나는 대로 편지를 써서 모아두었다. 누가 옆에서 한 마디 했다. “책으로 내보시죠” 지금, 책은 나의 중요한 건더기가 되고 있다.

기왕 건더기라는 먹거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꺼냈으니 끝까지 이어가 본다. 밥을 먹을 때도 국을 먹을 때도 생각해 보자. 나의 브랜드 건더기는 있는가? 있다면 맛있는 건더기인가? 맛없는 건더기인가? 개인 브랜딩은 계속되어야 한다. 밥을 먹는 그 순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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