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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호] 식탁의 양극화…‘이색요리’하거나, ‘컵밥’ 먹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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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호] 식탁의 양극화…‘이색요리’하거나, ‘컵밥’ 먹거나
  • 고혜란 기자
  • 승인 2018.03.12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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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과 집에서 먹는 내식의 구별이 불분명해지는 ‘반(半)외식 확산’이 키워드

[소비라이프 / 고혜란 기자]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온 가족이 둘러앉아 ‘칠첩 반상’을 즐기는 전통 한국 식탁의 풍경이 희미해진 지 오래다. 특히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1인 가구의 경우 집에서 음식을 챙겨 먹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대부분의 끼니를 밖에서 해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렇게 전통적인 집밥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집에서 이색적인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즐기는 ‘쿠킹족’과 간편하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을 선호하는 사람들로 양극화된 모습을 띠고 있다.

식품 선택의 폭 넓어지며 이색음식 즐겨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랩 소장은 지난해 11월 aT센터에서 개최된 ‘2018 식품외식산업 전망대회’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농식품 분야의 전체적인 변화를 끌어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신라면, 하이트·카스 등 한 가지의 식품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예전과는 달리 소비자들은 이제 다양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국민 커피’였던 커피믹스 대신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케냐 AA, 인도네시아 만델링과 같은 원두를 직접 선택해 즐기고, 얼큰한 국물의 대명사였던 라면은 이제 ‘카르보나라 불닭볶음면’, ‘참치마요비빔면’, ‘얼큰장칼국수’ 등 ‘없는 종류가 없을’ 정도로 이색적인 라면들로 다양한 식품군을 형성했다. 앞으로는 타 문화권의 식품문화가 쉽게 전파되는 현대 사회 특성상 쌀, 콩 등의 곡물류가 다양해지고 과일 또한 조리용, 착즙용 등 용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SNS에 음식 사진을 인증하는 문화가 발달하면서, 재료를 사고 요리하고, 먹는 일련의 과정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먹방’이 하나의 문화가 되고, ‘쿡방’의 인기가 이어지면서 쿠킹족에게 요리는 단순히 ‘식사’하기 위한 의무적인 행위가 아닌 즐거움을 위한 행동이 됐다.

이들은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데에도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적극적으로 레시피를 검색해 이국적인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집밥용’ 음식 대신 ‘파스타’, ‘스테이크’ 등 주로 외식을 통해 먹던 음식을 집에서 요리하기도 한다.

 
1인 가구 증가로 요리보단 ‘간편식’
요리를 취미 생활로 즐기는 쿠킹족이 늘어나고 있지만 동시에 요리를 ‘생존’하기 위한 행위로 여기는 사람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긴 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특성상 집에 있는 시간이 충분치 않고, 1인 가구의 경우 오히려 많은 양의 반찬은 처리가 곤란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고 편하며 남는 잔반이 없는 컵밥, 덮밥, 볶음밥류를 선호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20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 발표에 따르면 2016년도 가정간편식 규모가 출하액 기준 2조2,542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34.8%나 급성장한 것이다.

전체 간편식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품목은 도시락 등 즉석섭취 식품(58.7%)이며, 레토르트 등 즉석조리 식품(36.4%), 신선 편의 식품(4.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편의점의 대표적인 즉석섭취 식품인 도시락 판매액은 2,168억 원(점유율 34.5%)으로, 전년 대비 63.1% 증가해 삼각김밥과 거의 같은 점유율을 나타냈다.

농림부는 포장기술의 발달, 업계의 적극적인 신제품 출시 및 제품 다양화 노력, 1~2인 가구 수 및 여성 경제활동인구 수의 증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여성의 하루 평균 음식 준비 시간 감소, 편의성 추구 등)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간편식조차 번거로워하는 이들을 위한 대용식도 등장했다. 문정훈 소장은 “현재는 가루형 제품이 주로 소비되고 있지만 물에 섞는 행위조차도 생략하기 위해 액상형 제품이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용식을 찾는 소비자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한 소비자와 ‘귀차니즘’에 의해 끼니 대용으로 섭취하려는 사람으로 나뉘기 때문에 앞으로 대용식 시장은 양분화돼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외식과 집밥의 경계 희미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올해 외식 트렌드를 이끌어갈 키워드로 ‘가심비’, ‘빅블러’, ‘반(半)외식 확산’, ‘한식 단품의 진화’ 등 4가지를 선정했다. 이중 ‘반(半)외식 확산’이란 혼밥과 간편식의 인기가 올해에도 계속되면서 외식과 집에서 먹는 내식의 구별이 불분명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식사하는 공간이 ‘식당’에만 한정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세트메뉴, 반찬과 요리상품의 포장·배달 등 고급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밖에 ‘가심비’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증가를 의미하며, ‘빅블러’는 배달앱, 키오스크, 전자결제 수단 등의 발달로 온·오프라인이 융합되며 외식 서비스의 변화가 가속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식 단품의 진화’는 여러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 대신 돼지국밥, 평양냉면 등 한 가지 메뉴를 전문적으로 하는 한식당의 인기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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