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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호] 보험료 부담에 ‘등골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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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호] 보험료 부담에 ‘등골 휜다’
  • 우 암 기자
  • 승인 2018.02.08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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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대비 보험료 지출 과다해

[소비라이프 / 우 암 기자] 인생은 길고 건강은 짧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 우리의 삶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닥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든다. 하지만 보험료가 당장의 삶을 방해할 정도로 과도하게 지출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금융소비자연맹(회장 조연행)은 기획재정부의 ‘2017년 특별물가 조사사업 일환’으로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가구주 또는 가구주의 배우자인 20세 이상~60세 성인 남녀 1,000명에게 ‘가구소득대비 보험료 부담실태’를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보험료 지출액수는 GDP 대비 세계 6위로, 경제력 대비 보험료 지출이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저축으로 잘못 인식하고 과다지출해

 
이번 금소연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는 가구 소득의 약 18%를 매월 보험료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계 평균 11.8개의 보험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월 103만4,000원을 보험료로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에 비해 조사대상 1,000명 중 40.7%가 월 가계수입의 5~10%를 적절한 보험료라 응답했다. 즉 적절한 수준으로 인식하는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비율로 살펴보면, 절반이 넘는 56.3%의 가구가 월 가계수입 대비 10%를 초과하여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어, 과도한 보험료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과도한 보험료 지출에 대한 원인으로 금소연은 보험을 본래의 목적인 ‘위험보장’보다는 ‘저축’이나 ‘노후생활’, ‘목돈마련’ 등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질병(건강)보장보험과 재해/상해/사망보장보험, 손해보험 등의 경우 응답자 중 76%가 ‘잠재적 위험 보장’을 위해 가입한다고 답한 반면, 변액보험, 개인연금보험은 약 66%의 응답자가 ‘자금마련 및 상속’을 가입목적으로 꼽았다.

보장을 바탕으로 하고 보험금이 투자 실적 따라 변동하는 변액종신보험과 변액유니버설보험, 변액CI보험 등 보장성 보험을 보험회사가 ‘투자형 상품’으로 과대 홍보해 팔고 있어 소비자들이 이를 투자상품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금소연은 “지속적인 초저금리의 흐름으로 저축성 보험 상품이라고 하는 것도 공시이율 등 부리 이율이 높아야 2%대에 불과하다”며 “또한 보험료 대비 10% 내외가 보험회사 사업비로 쓰이기 때문에 사실상 보험상품은 저축기능을 거의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인 권유로 불필요한 보험가입해

 
보험 종류별 보험료를 조사한 결과 납입보험료는 연금보험이 18만2,00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저축성보험(17.9만 원),변액보험(14.9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축성 보험과 연금보험은 연간 가구소득이 높은 경우 납입액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해당 상품의 세제 혜택에 의한 고소득층의 가입으로, 보험소비의 양극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장기손해보험과 실손의료보험에는 각각 6만2,000원, 7만2,000원 정도를 보험료로 매월 납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단독가구보다 다인가구의 월평균 실손 의료보험료 지출수준이 높아,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위험보장형 보험에 대한 수요가 높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가계 대부분이 지인의 권유로 인해 불필요한 보험가입을 한 경험이 있는 등 소비자의 니즈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비자발적 가입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보장보험의 경우 자발적 보험가입은 20.2%에 불과하지만 지인 38.2%, 보험설계사 자신 14.4%, 설계사 친지 권유가 9.9%, 전문설계사 9.9%로 타의로 가입한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장기손해보험 중도해지 시 손해 발생

이번 조사의 전체 응답자 26.5%가 최근 5년 이내 보험을 중도해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가구당 평균 1.6회에 해당하는 것이다.

보험의 중도해지 이유로는 ‘보험료를 내기 어려워서’, ‘더 좋은 보험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서’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보험료를 내기 어려워서’,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서’의 이유가 높게 집계돼 주로 경제적 이유로 보험을 중도해지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지인권유로 인한 불필요한 보험가입’의 이유 또한 10.3%로, 비교적 높은 비율의 중도해지 사유로 꼽혔다.

보험종류별로 살펴보면, 변액보험과 장기손해보험의 중도해지 경험이 가장 높았다. 두 보험의 해약의향 또한 변액보험 13.8%, 장기손해보험 10.0%로 다른 보험상품에 비교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변액보험의 경우 조기에 해지 시 해약 공제가 크며, 장기손해보험의 경우 장기납입 중 중도해지 시 원금손실이 발생하기에 중도해지에 따른 소비자 효용이 크게 저해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어 신중한 가입과 해지가 필요하다.

“보험은 목돈마련 수단 아니다”

그렇다면 현명하게 보험을 가입하고, 적당한 보험료를 지출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금소연은 적절한 보험가입을 위한 4가지 방법을 안내했다.

첫째, 보험가입 목적을 분명히 한다. 보험은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위험을 대비하는 수단이지 저축이나 목돈마련의 수단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목적성이 없이 보험에 가입하는 가계가 많으므로 가계의 보험가입 목적을 분명히 하고 가입할 필요가 있다.

가계수입 대비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를 납입하는 것이 오히려 중도해지 확률을 낮춰 현재와 미래의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되도록 불필요한 보험상품의 가입은 자제하고 가계의 상황에 따른 필요한 보험에 가입한다.

둘째. 보험은 ‘저축’이 될 수 없음을 인지한다. 특히, 장기납입 및 목돈마련 등의 특성을 보이는 일부 보험상품의 경우 상품선택 실패로 인한 중도해지 시 다른 보험상품에 비교해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적정보험료 표준모델 참고해 보험료 지출

셋째, 가계 수입대비 적정보험료를 지출한다. 가계가 인지하는 민영보험의 필요 정도와 재무위험 정도가 큰 영향을 미쳐, 소득과 같은 객관적 지표보다는 가계의 심리적 변인이 보험료 과다납입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즉, 가계의 심리적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정부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이는 공적 사회보장제도의 확장 정도에 따라 민영보험의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리적인 재무불안 수준을 낮출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소비자의 불필요한 보험 과소비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가 필요하다.

예컨대 현재보다 은퇴 후 소득대체율을 높일 수 있는 공적연금제도의 개선과 공적연금제도의 장기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소비자의 신뢰도 확보가 필요하다.

넷째, 가계의 적정보험료 표준모델을 활용한다. 가계의 보험가입은 가구의 소득, 연령, 가구원수, 직업, 위험도, 건강상태, 성향 등 여러요인이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가입해야 한다.

가장의 직업에 따라 사고 위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적 사고 발생 확률이 적은 A 직업군 (사무직, 전문직 등 주로 사무실 내근 직업)은 재해보장보험보다는 일반사망보장보험을, 사고 발생 확률이 비교적 높은 B 직업군(영업직, 기술직 등 주로 현장 등 외근 직업)은 재해(상해)보장보험 위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계의 보험가입은 가족력이 없고 건강에 대해 자신이 있는 유형의 가족은 질병보험보다는 일반 사망보험 위주의 설계를,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에 질병을 경험한 경험이 있는 가족은 질병보장위주의 설계가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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