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제가 직접 확인 후 배송해드리겠습니다.”
상태바
[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제가 직접 확인 후 배송해드리겠습니다.”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 승인 2018.01.31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라이프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브랜딩 작가]   어느 '고객 초청 골프대회' 이벤트 행사에서의 이야기다. 그 행사는 세칭 VIP(Very Important Person, 중요한 고객 또는 지명도가 높은 고객)를 대상으로 하는 고객감사 행사였다. 그런데 VIP가운데 딱 한 사람의 여성 임원이 있었다. 홍일점이었지만 그녀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칭 무거운 ‘갑’님이었다.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도중에 갑자기 한 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그 여성 임원이 자신의 반지가 없어졌다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었다. 라운드 동반자들이나 행사 주관자들 모두가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골프 치는데 굳이 왜 반지까지 끼고 나왔을까?'

 

▲ (사진: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브랜딩 작가)
모두들 반지를 찾는 일은 ‘한강에서 바늘 찾기’ 혹은 ‘노적가리에서 벼룩잡기’ 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그 갑님을 설득하기로 했다. 아니 설득이라기보다는 곤란한 상황을 어물쩍 넘겨보자는 심산이 더 컸다. 그런데 그러한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넓은 그린을 가로지르는 묵직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K였다.

그는 앞으로 나서며 이렇게 말했다. “어려운 일이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남은 라운드 즐겁게 운동하시기 바랍니다.” 어디에 숨어있는지도 모르는 그 반지를 찾아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모두가 “아니오”라고 말 할 때 나는 “예”라고 한다는 어느 광고의 주인공이 갑자기 화면 밖으로 나와서 우리 곁에 온 것 같았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그의 행동은 바로 의인(義人)의 모습 그 자체였다. ‘반지의인’. 그는 실제로 ‘반지의인’이 되었다. 잃어버릴 뻔한 그 반지를 찾아내는 기적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고객 감동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 여성 VIP 고객은 말했다. “포기하지 않고 찾아보겠다는 그 한 마디 말만으로도 고마움을 느꼈다.” 그런데 실제로 반지를 찾아 주었으니 그 고객은 감동, 아니 기절(?)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지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서 처음에는 새로 사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극적인 드라마는 어떤 결정적인 순간을 담고 있다. 고객감동 드라마 역시 고객에게 절체절명의 순간에 구원을 줄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을 담아야 한다. ‘반지감동’의 에피소드는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그 드넓은 골프장에서 반지를 찾아야만 하는 위기는 고객 감동의 기회로 승화되었다.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일본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주요 여행지는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由布院)이라는 곳이었다. 숙소에 도착해보니 밖에는 벌써 어둠이 깔렸다. 시골 마을이고 가로등도 뜸해서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아내와 딸이 음료수 등 필요한 물품을 사겠다고 해서 편의점을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막상 길을 나서니 지도를 보고도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말도 안 통하고 시간은 늦어지고 거리는 더욱 깜깜해져서 곤혹스러움이 가중되고 있었다.

걱정 반 기대 반하면서 고갯길 하나를 넘어섰는데 의외로 병원건물 하나가 보였다. 병원 건물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는 모습이 약간의 무서움을 느끼게도 했다. 그러는 순간 앰블런스 한 대가 막 들어와서 주차를 했다. 우리는 다가가서 다짜고짜 사정을 이야기했다. 앰뷸런스 기사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이였다.

상황적으로 보면 그 사람도 바쁜 시간일터인데 시쳇말로 몸짓, 발짓을 하면서 아주 친절하게 우리의 목적지를 안내해주었다. 그는 이곳은 관광지라서 여행객 모두를 자신의 고객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세밀한 그의 설명덕분에 우리는 편의점을 찾을 수 있었고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온천의 따스함 만큼 이나 그 젊은이의 친절함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영화 <인턴>에는 공감이 가는 장면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나는 것은 고객의 불만에 대하여 젊은 여성 CEO가 응대하는 상황의 모습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불만을 제기했던 그 고객은 불만을 해소한 것을 넘어서 그 회사의 충성 고객이 되었다.

“판매점에 연락해서 오늘 안으로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제가 가서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에 배송해 드리겠습니다. 금요일 오전 9시까지 받아 보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반지의 감동, 유후인 앰블런스 기사의 감동, 영화 속 여성CEO의 감동까지   이러한 고객 감동을 만들어 내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답은 고객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매일 듣는 이야기이지만 차이는 가까이에서 발생한다. 바로,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헌신적으로 실천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소설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의 한 페이지를 넘겨 보자. 병이 깊어진 파블로 네루다가 우편 배달부 마리오에게 그리운 영혼의 고향인 이슬라 네그라의 소리를 듣고 싶다는 편지를 보내온다. 마리오는 녹음기를 들고 이슬라 네그라가 네루다에게 보내는 아름다운 소리들을 담기 시작한다.

바람 소리, 큰 종소리, 갈매기 울음 소리, 벌집에서 벌들이 윙윙대는 소리, 파도가 물러가는 소리, 자신의 아기 탄생을 알리는 소리까지. 파블로 네루다는 눈을 감는 그 순간에도 이러한 마리오에게 고마움의 눈물을 흘린다. 작품에서는 물론 ‘우정’이지만 고객을 대하는 좋은 자세의 사례로 삼아도 괜찮을 것 같다.  고객감동, 못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