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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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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이 너무 많다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9.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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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초 전북 부안 격포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해마다 연례행사로 치르는 2박3일간 25명의 대규모 여행이었다. 계획을 짜다보니 교통, 숙박, 먹을거리 등 3대 요소가 핵심이었다. 이 중 먹고 마시는 데에만 60% 이상의 돈이 들어갔다. 식․음료비용은 여행기간, 거리, 숙박방법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40% 안팎이 든다.

  마침 휴가지가 고향이라 같이 간 사람들이 뭘 먹을지 잔뜩 기대를 하고 갔다. 아침식사 두 끼는 부안의 별미인 바지락죽과 백합죽, 세끼의 점심식사는 해물정식, (산사의)절밥, 해물탕 백반, 저녁식사 두 번은 갑오징어구이와 생선회로 짰다.

  이렇게 일곱 끼가 각기 다른 메뉴였는데도 세 번만 성공하고 네 번은 불평을 들어야했다. 매번 점심만 성공했는데 첫 두 번의 점심은 배가 고파서였을 것이다. 진짜 성공은 서울로 돌아올 때 개암사 앞에서 멀지 않은 한적한 업소에서 먹은 5000원짜리 해물탕 백반이었다.

  우리나라는 음식점이 인구비례로 따져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식품의약품안전청 통계에 따르면 음식점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1만2000여 곳에 이른다. 물론 여기엔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주점, 제과점 등이 들어있다. 일반음식점만 해도 58만4000여 곳에 이른다. 외환위기 후 음식점 수가 꾸준히 늘다가 2004년을 정점으로 줄었으나 최근 다시 늘고 있다. 그만큼 실직자가 새로 음식점을 차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음식점 수가 너무 많다. 지난 해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음식점 수는 우리나라 12.2곳, 일본 5.7곳, 미국 1.8곳으로 나타났다. 인구비례로 일본보다 2.1배, 미국보다는 6.8배 많다. 음식점 한 곳당 인구가 69명에 머문다. 외식문화시장이 아무리 커졌다고 해도 한 음식점에 손님이 하루 평균 15명쯤 밖에 가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또 인기 있는 음식점으로만 손님이 몰리는 걸 감안하면 수지맞는 사업이 아니다. 음식점이 자꾸 생기는 건 자영업 중에서 그래도 하기 쉽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어떤 음식점에 가게 되는가. 잘 모르는 곳에 가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간도 제대로 못 맞추는 곳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방송, 신문, 잡지 등에선 날이면 날마다 맛 집을 소개하지만 대부분 소문만큼은 아니다. 

  역시 음식점은 오래 한 집, 사람이 많이 가는 집, 한 가지만 전문적으로 특화된 집, 아는 사람들이 입소문으로 소개해준 집이 그래도 맛있다. 주위 미식가들 얘기를 종합해보면 음식점은 ‘맛〉서비스〉분위기〉청결〉위치’ 순으로 경쟁력을 꼽고 있다. 여름휴가 때 갔던 고향의 음식점을 잘 아는데도 만족률이 40%에 머물었고 배가 고프지 않았다면 15%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맛있는 집, 멋있는 집을 찾아나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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