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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나만의 ‘자궁공간’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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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나만의 ‘자궁공간’을 갖자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 승인 2017.10.18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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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브랜딩 작가]  지인과 오랜만에 만났다. 사무실로 가는 줄 알았는데 정작 그가 안내한 곳은 건물 한 구석에 있는 조그만 방이었다. 그의 직함에 걸맞지 않는 분위기여서 멈칫하고 있는데 그가 말했다. “이 곳은 저의 ‘제3의 공간’입니다.“

제3의 공간이라는 단어는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가 1989년 그의 책 <The Great Good Place)에서 사용했다. 제목 그대로 쾌적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좋은 공간을 말한다. '무드 매니지먼트'의 대가로 평가 받고 있는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그의 책 제목으로 '제3의 공간'을 사용하여 공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사진: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브랜딩 작가)

제1의 공간은 집이고 제2의 공간은 작업공간인 회사다. 제3의 공간은 여러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도 하고 또한 혼자서 자신만의 여유를 찾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생활 충전소다. 자신만의 아지트다. 제3의 공간은 온.오프라인에 공히 적용된다. 서울 근교의 분위기 좋은 카페는 물론이고 온라인상의 독서 커뮤니티 또한 좋은 제3의 공간이다.

건축가 김수근은 생활공간과 작업공간 외에 궁극의 공간이 필요하며 이 곳은 사람들이 명상과 더불어 창작을 하는 '자궁공간'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좀더 들어 본다.

“어머니의 자궁공간은 아기를 위한 최적의 지상공간이다. 자연이 마련해준 궁극의 공간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자궁의 공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 대신 우리는 자연 속에서 무드 공간을 찾을 수 있다. 명상을 위하여, 영감을 위하여, 창작을 위하여 최적의 자연공간을 찾아 다닐 수 있다. 자연은 어디엔가 그런 공간을 마련해두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와 같다.”

황상의 일속산방(一粟山房)
황상은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에 인연을 맺는 제자 중의 한 사람이다. 일속산방은 그의 집 뒤편 골짝이 언덕에 마련한 작은 공간의 이름이다. 직역하면 ‘좁쌀 한 톨만한 작은 집’이라는 뜻이다. 오롯이 자신을 위한 공간이다. 책을 읽고 시를 짓고 초서에 몰두했다. 추사 김정희는 여기에 <노학암老學庵>이라는 별칭을 붙여 주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늙은 학생이 사는 암자’라는 뜻이다.

헨리데이비드 소로의 호숫가 오두막집.
아예 자연을 통째로 제3의 공간으로 이용한 사람도 있다. 현실에서 벗어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주인공은 <윌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다. 그는 월든 호수를 자신의 공간으로 삼았다. 호숫가에 통나무 집을 짓고 자신의 방식대로 먹고 살며 26개월을 보냈다. 오두막 근방에 채마 밭을 일구고 산책하며 자연을 관찰하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공간은 정신적인 에너지가 모이고 순환하는 마당이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힘을 얻는다. 삶의 위기를 극복하고 부활한 곳이기도 하다. 나를 위한 나만의 세상이다. 나를 거듭나게 하는 방법, 그것은 어쩌면 자신만의 공간 하나를 갖추는 것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개인 브랜딩은 꾸준한 자기관리로 나 자신이 더욱더 소중한 브랜드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나만의 자궁공간, 즉 제3의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나’라는 브랜드를 빛나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문제는 지금 당장 나만의 자궁공간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황상의 ‘일속산방’이나 소로의 ‘오두막집’ 같은 공간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변에 숨은 공간은 의외로 많다. 다음 3가지를 염두에 두고  눈을 크게 떠 보자.

첫째, 공간 정하기
우선 구체적인 장소를 정해야 한다. 필자는 제 3의 공간을 도서관으로 정했다. 세상의 모든 도서관은 내 작은 세계이고 우주다. 앞으로 집을 구입하는 것에 대하여 조언을 구한다면 나는 도서관의 인접성을 주요 고려 포인트로 삼으라고 권할 것이다.

둘째, 의미부여 하기
사람도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특별해지는 것처럼 공간도 이름을 부여해야 특별함이 더해진다. <사랑방>. 예전에 필자가 다녔던 회사의 휴게실 이름이다. 사원들 대화가 다정히 오고 갔었는데 의미가 결코 얕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이용하기
만사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전원생활을 꿈꾸며 멋진 집을 지어 놓고 이용하지 않아서 폐가로 만드는 경우는 허무하다. 보여주기 식의 공간은 부질없다. 문턱이 닳도록 뻔질나게 들락거리자. 그래야 진정한 자기만의 성소(聖所)가 된다.

나의 작은 聖所에서 聖者 같은 브랜드로 거듭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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