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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호]발사체? 로켓? 미사일?...액체로켓? 고체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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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호]발사체? 로켓? 미사일?...액체로켓? 고체로켓?
  • 한상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항공우주공학
  • 승인 2017.09.2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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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발사체 기술자들에게 힘이되 줄수 있는 이야기 국민들 사이에 오가길 바래"

[소비라이프 / 한상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항공우주공학박사] 최근 언론이나 정보 매체를 통하여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소식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기술개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북한의 미사일 기술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논란의 화두에 있는 것이 ‘그동안 대한민국은 뭐했나?’다. 북한은 미사일 기술을 전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으로 진행됐지만 위성발사체의 경우 나로호(KSLV-I 발사체) 하나만을 대한민국 땅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위성을 궤도에 올려 본 경험만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 개탄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 한상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항공우주공학박사
일반적으로 로켓이라 함은 ‘기계적 구조물 내부에 자체적으로 추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구조물(연소기) 및 이에 필요한 화학물질(추진제)을 가진 이동수단’이다. 로켓은 어떠한 물체(페이로드)를 운반하느냐에 따라 그 종류가 유인 발사체, 위성 발사체, 미사일로 나눠진다.
 
그리고 군사 목적의 무기가 페이로드인 경우 이를 미사일이라고 부른다. 핵무기를 탄두(페이로드)로 할 경우 핵미사일이 되며 사거리에 따라 준중거리, 중거리,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불리고 있다. 따라서 민간 우주개발에 사용되는 로켓은 발사체라고 하며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로켓의 경우에만 미사일이라고 한다.
 
또한 로켓에 대한 정보가 나올 때 액체로켓, 고체로켓이라는 용어도 종종 등장한다. 액체로 된 추진제는 로켓의 추진제 탱크에 공급된 후 발사가 되기 때문에 그 준비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고체로 된 추진제는 미리 로켓 내부에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발사가 가능하기에 준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간 제약이 있는 군사용의 경우 고체로켓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긴 비행시간 및 정밀한 자세제어가 필요한 경우 액체로켓을 사용할 수도 있다. 현재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북한의 화성-14호의 경우는 액체로켓이다.
 
북한도 액체 추진제를 사용하고 대한민국도 액체 추진제를 사용하는 로켓을 개발해 오고 있는데 ‘왜 북한이 그 기술적인 진도가 대한민국보다 빠른지’는 또 다른 기술적인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북한의 경우 추진제로 상온(약 섭씨 20도)으로 저장 가능한 저장성 추진제를 사용한다. 이는 현재까지 개발된 로켓 추진제 중 독성의 특성을 가진 추진제이기에, 친환경 추진제를 사용하자는 전 세계적인 요구사항에 반(反)하는 추진제이지만 고체 추진제와 같이 미리 로켓 구조물 내부에 저장할 수 있어 필요 시 언제든 발사 준비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러한 저장성 추진제의 경우 군사적인 목적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 친환경 추진제를 사용해야 하는 조건으로 인해 추진제 중 산화제를 액체산소를 사용하고 있다. 액체산소는 기체산소를 대기압에서 영하 183도까지 낮춰야 액체로 되며, 이러한 액체산소를 로켓구조물 내에 저장하는 경우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대기와의 열전달로 인해 지속적인 기화로 초기 저장한 만큼의 액체산소를 사용할 수 없어 발사를 위해 지속적으로 액체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또한 영하 183도의 온도는 로켓구조물의 수축(스테인리스 스틸의 경우 1m 당 약 3mm 수축을 발생시킴)을 발생시켜 구조물과 작동기기 등의 강도 저하 및 구조물 결합부의 누수 원인이 된다.
 
이러한 구조물의 수축으로 인한 영향을 극복하기 위한 극저온 기술 개발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며 그 기술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극저온 기술이 필요 없는 북한의 경우 극저온 기술을 극복해야 하는 대한민국보다 더 빨리 로켓을 개발할 수가 있는 것이다.
 
지난 나로호 1차 발사 시 실패 원인이 페이로드 페어링 분리 실패라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후 많은 국민들 사이에 기술적인 용어인 페어링이라는 단어가 잘 알려졌듯 이 글에서 소개한 기술적인 사실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사이에 인지가 되어 현재 불철주야 대한민국의 발사체 개발에 많은 노력을 쏟는 최전방 발사체 기술자들에게 힘이 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이야기들이 국민들 사이에 오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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