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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호]장례문화, 상조 업체 비리로 얼룩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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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호]장례문화, 상조 업체 비리로 얼룩져
  • 특별취재팀
  • 승인 2017.09.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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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 판매 피해 늘어....금소연, 상조 피해자 구조 제도 시행

[소비라이프 / 특별취재팀]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관혼상제를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로 여겼다. 공동체 사회가 형성됐던 옛날에는 각 가정에 관혼상제가 있을 때마다 품앗이 형태로 상부상조를 해왔지만, 지금은 도시화와 사회적 환경 변화로 인해 그런 풍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더불어 1가구 1자녀가 보편화하고 있는 요즘, 만일 뜻하지 않게 갑작스러운 상을 당하게 되면 어떻게 장례를 준비해야 할지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등장한 것이 바로 상조보험과 상조 서비스다. 하지만 최근 상조 업체의 폐업, 도산, 소재 불명 등의 이유로 장례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불완전 판매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23개 상조 업체가 가입자 82% 차지해
 
우리나라 상조 시장은 크게 일반 보험회사에서 판매하는 상조 보험과 상조 업체에서 판매하는 상조 서비스로 나뉜다. 이 둘은 엇비슷해 보이지만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상조 보험은 금융상품의 일종으로, 상조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다. 나이나 병력 등에 따라 가입에 제한이 있으며 자살과 같은 고의적 사망의 경우에는 보장받을 수 없다. 또 특약 가입을 통해 추모비, 질병 등의 추가 보장을 받을 수 있으며 납입 도중 장례가 발생하더라도 추가 납입 없이 보험금 또는 상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상조 업체가 판매하는 상조 서비스는 일정 기간 동안 약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장례가 발생할 경우 장례 현물과 인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조 서비스는 가입에 제한이 없고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약정금액이 남아있는 도중 장례 발생 시 일시불로 남은 금액을 납입해야 상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즉 일종의 선불식 할부거래 상품인 셈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현재 상조 보험과 상조 서비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다. 수익성 악화의 이유로 상조 보험 대다수가 철수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화손해보험, 동부화재, 한화손해보험, MG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상조 보험 시장에서 철수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조 보험 시장 철수의 이유를 대형 상조 업체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상조 보험 가입자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에 비해 상조 업체 가입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 6월 발표한 ‘2017년 상반기 할부거래업(상조 업체) 주요 정보’에 따르면 상조 업체의 총가입자 수는 483만 명으로, 2016년 9월에 비해 45만 명이 증가했다. 또한 가입자 수가 5만 명 이상인 업체는 23개(전체 업체 수의 13.2%)로 조사됐는데, 전체 상조 업체 가입자 수의 82.3%인 398만 명이 이들 23개 업체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대형 상조 업체 56개 사의 총 선수금은 4조683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선수금의 82.8%에 달하는 금액이다. 즉 소수의 대형 상조 업체가 대다수 가입자를 유치하고 시장 자본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상조 업체 부도·비리·불완전 판매로 피해 늘어
 
2015년 이후부터 국내 대다수의 보험사가 상조 보험 판매를 중단한 후 상조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상조 업체의 부실 경영으로 인한 부도 및 폐업, 경영진의 비리,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TV, 드럼세탁기, 안마의자 등을 상조 서비스 가입 시 선택하는 결합상품을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한 상조 업체 ‘프리드라이프’의 경우 ‘끼워팔기’하는 안마의자가 프리드라이프 회장 아들 회사의 제품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군다나 까다롭게 관리되는 보험업 규제와는 달리 상조업계의 광고는 규제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과장 광고를 하거나 약관에 대한 음성 설명도 하지 않는다. 또한 상조 상품의 경우 홍보관 같은 곳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홍보 형식으로 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아 불완전 판매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경영진의 비리 문제도 연이어 발생했다. <할부거래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자본금 5,000만 원만 있으면 누구든 상조업에 진출할 수 있었기에 상조 업체라는 간판을 내건 후 여기저기서 회원을 모집해 납입금을 받고 고의 파산하는 일도 있었다. 소비자 피해가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 2010년 
 
9월 18일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할부거래법)>을 공포하고 자본금이 3억 원 이상인 업체들만 상조 업체를 신설할 수 있도록 규정해 영세 업체들이 진입하는 것을 차단했다. 또한 기존에는 자유업이었던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거래’로 명칭을 규정하고 선수금의 50%를 금융기관이나 상조공제조합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비자 피해가 줄어들지 않자 지난해 
 
1월 25일에는 더욱 강화된 할부거래법을 시행해 자본금 15억 원 이상으로 진입장벽을 높였다. 기존 업체는 2019년 1월까지 자본금을 증자한 후 재등록해야 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정위와 더불어 금감원에서 건정성 부문의 감독을 맡아 상조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증가하는 상조 소비자 피해에 비해 감시·감독하는 공정위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조 업체 또한 금감원의 검사를 받고 상조 업체의 폐업이나 인수합병 후 소비자와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모든 입증 책임을 상조 업체에게 부과하는 내용이 담긴 <할부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6월 대표 발의했다. 제 의원은 “상조업은 보험업과 유사하지만 금융법, 공정거래법 등 어떤 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안마의자 준다’…광고, 꼼꼼히 살펴봐야
 
최근 A씨는 안마의자를 무상으로 준다는 567만 원짜리 상조 상품에 가입했다. 방문한 B업체 직원이 무조건 사인만 하면 된다고 설득해 A씨는 계약서의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채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후, B업체가 보내온 계약서를 보니 실제 상조 상품 금액은 369만 원이었고, 안마의자 할부금도 3년간 198만 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처럼 상조 관련 소비자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공정위에 의하면 주요 소비자 피해는 △상조 결합상품 관련 피해 △모집인(상조 계약 중계자) 관련 피해 △상조 유사 상품 판매 관련 피해 △해약 환급금 관련 피해 등이다. 
 
결합 상품의 경우 계약서가 별도로 작성되거나 하나로 작성되더라도 상조 상품의 계약 내용과 전자 제품 등의 계약 내용이 별도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는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각 계약 대금, 월 납입금, 납입기간, 만기 시 환급 비율, 출금 주체, 청약 철회, 계약 해제의 대상 등 주요 사항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할부거래법에 따라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 전자 제품과 안마의자 등은 7일 이내에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다. 청약 철회는 의사표시가 적힌 서면을 발송하는 방식으로 해야 하며, 그 효력은 서면을 발송한 날로 부터 발생한다. 청약 철회 기간이 지난 후 계약을 해제할 때 가입 초기에는 해약 환급금이 없을 수도 있다. 전자 제품 등의 지원금이 있을 때는 이를 반환해야 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계약체결과정에서 계약 체결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설명한 상조 상품의 내용과 실제 체결한 계약 내용이 달라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조 상품 계약 시 모집인 설명뿐만 아니라 약관, 계약 내용과 관련된 서류 등도 꼼꼼히 확인해야 하며 특히 계약 기간, 금액, 서비스 내용, 해약 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 추가 부담 여부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만일 계약 내용이 소비자 의사와 다른 경우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 계약 체결 시 상조회사에 연락해 모집인의 소속 여부도 알아봐야 한다.
 
더불어 대표자와 상호 변경이 잦은 상조 업체는 법인 운영 주체가 자주 변경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들 업체와 거래할 때에는 주의해야 한다.
 
상조 가입 계약서, 약관 및 피해 보상 증서 등을 꼼꼼히 챙겨 보관하고, 법인 운영 주체 변경이나 소재지, 연락처 등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해당 사업자의 변경 이력은 공정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상조 상품 가입 전 재무제표로 안정성 파악
 
상조 상품 가입 전 피해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상조 업체의 재무제표를 확인하는 것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 공시된 상조 업체의 재무제표를 통해 재무 안정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때 부채비율을 확인하는 것보다는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인 당좌자산의 비율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에 의하면 선수금 대비 당좌자산이 50% 이상인 업체라면 안정적인 업체로 볼 수 있다.
 
또한 공정위의 홈페이지(www.ftc.go.kr) 정보공개 메뉴를 통해 선불식 할부거래사업자의 회사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등록일과 소재지, 영업 상태 등의 기본적 정보는 물론 자산과 부채, 자본금, 지급여력비율, 부채비율, 선수금 현황, 소비자 유의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정보를 살펴볼 때 선수금 보전비율과 선수금 보전계약체결기관, 총 선수금 등은 꼭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한편 금융소비자연맹은 상조 서비스 가입 후 상조 업체의 폐업, 도산, 소재 불명으로 장례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조 피해자들을 위해 ‘상조 피해자 구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상조 피해자 구제 제도’는 금소연과 하늘문화포럼, 한국의전협동조합 협력해 소비자들의 피해 구제를 신청받아 상조 피해 업체의 적립금으로 장례를 치른 후 남은 잔금만 내면 상조 업체와 똑같은 장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상조 피해자는 금소연 홈페이지(www.kfco.org) 상조 피해구제 접수코너에서 신청 접수하고 소정의 심사를 거쳐 대상자로 확정되면, 상례 발생 시 가입한 상조 상품에 해당하는 장례 서비스를 받고 미납 잔여금만 납입하면 된다.
 
한편 금소연은 상조 서비스를 가입하지 않고 상례 후 무이자할부 신용카드로 비용을 결제하는 ‘후불식 상조 아마준(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준비)’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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