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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호]문재인 정부 통신비 절감 정책 허울뿐, 실질적 소비자 혜택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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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호]문재인 정부 통신비 절감 정책 허울뿐, 실질적 소비자 혜택있나
  • 기획취재팀
  • 승인 2017.09.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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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 요금제’ 시행 위한 개정안 입법예고...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제외로 실효성은 논란

[소비라이프 / 기획취재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당시 통신비 절감 대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통신비 절감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이에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연간 최대 4조 6,000억 원 규모의 통신비 절감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 밝힌 바 있다. 통신비 절감 정책의 가장 큰 핵심이자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던 ‘기본료 폐지’는 이동통신사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사실상 무산됐지만 정부는 이달 15일부터 ‘25% 선택약정요금제할인’을 시행하겠다 밝혔으며, 지난달 23일에는 보편요금제 출시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달 15일부터 요금할인율 25%로 상향 
 
지난 6월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통신비 절감 대책을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으로 나눠 발표했다.
 
연내 추진되는 단기 대책에는 △기초연금수급자 및 저소득층 등의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선택약정할인율 25%로 상향 △알뜰폰 지원 대책 마련 등의 대책이 마련됐으며 중·장기 대책으로는 △보편 요금제 도입 △공공 와이파이 확대 구축 △지원금 상한제 폐지 △제4이동통신 추진(통신사업 진입규제 개선)을 내놨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7월 31일 이동전화 요금감면 대상자에 기초연금수급자를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으며 지난달 16일에는 저소득층 이동전화 요금감면을 확대하는 내용의 고시(보편적역무손실보전금 산정방법 등에 관한 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또한 지난달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제도’에 따른 선택약정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높이고 이를 이달 15일부터 시행할 것을 이동통신사에게 공식 통보했다. 선택약정요금할인제도는 소비자가 ‘선택한 요금제를 일정 기간 사용하겠다’고 이동통신사와 약속한 데에 따라 할인을 적용받는 제도로, 지난 2014년 10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으며 현재 약 1,400만 명의 소비자가 이용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5% 선택약정요금할인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시 향후 연간 약 1,900만 명 정도의 가입자가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연간 요금할인 규모는 현재에 비해 약 1조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25% 선택약정요금할인의 적용범위를 신규 가입자에 우선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당초 국정위가 국정과제로 내걸었던 ‘기본료 폐지’가 무리한 공약이라는 비판 때문에 무산되고 난 후 그 대신 과기정통부가 내놓은 선택약정요금할인율 25% 상향 정책은 기존 가입자를 포함해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내부에서도 반대론이 일자 신규 가입자만으로 대상자를 축소했다. 기존 20%의 선택약정요금할인을 받고 있는 가입자는 25% 선택약정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개별적으로 통신사에 재약정 신청을 해야 하며 이 경우 기존 약정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기존 가입자에 대해 요금할인율을 상향하도록 통신사를 강제할 방법은 없으며, 기존 가입자들의 요금할인율 조정, 위약금 부담 경감 등의 조치는 통신사들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보편 요금제’ 시행 위한 개정안 입법예고
 
한편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 절감을 위해 내년 안에 시행하겠다 밝힌 ‘보편 요금제’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3일 이동통신 보편요금제 도입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10월 2일까지 관련 의견을 제출받는다. ‘보편 요금제’는 월 2만원에 데이터 1.26GB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이다.
 
과기정통부는 “국민들이 공평하고 저렴하게 전기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적정한 요금으로 기본적인 수준의 음성·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 요금제 도입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보편 요금제의 도입(안 제28조의2제1항, 제2항, 제9항) △보편 요금제 기준에 관한 산정방식(제28조의2, 제3항, 제4항, 제5항) △보편 요금제의 재판매사업자에 대한 특례(제28조의2 제6항, 제7항) △사회적 협의체 구성 및 운영(제18조의2 제8항)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사업 규모 및 시장점유율 등이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기간통신사업자는 보편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출시하고 이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되면 이동 통신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KT의 경우 보편 요금제 출시를 피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SKT가 보편 요금제를 출시하면 KT, LG유플러스와 같은 다른 경쟁사들도 보편 요금제 출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제외로 실효성 논란
 
과기정통부는 개정안을 통해 보편 요금제에서 제공되는 음성통화량과 데이터량을 ‘해당 기간통신서비스의 일반적인 이용자의 전년도 평균 이용량의 100분의 50 이상 100분의 70 이하’로 규정했다. 또한 이용 요금은 ‘제공량을 전년도 시장 평균 단위요금 기준으로 환산한 요금 대비 비율이 100분의 100 이상 100분의 200 이하’로 규정했다. 미래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를 제외한 ‘일반 이용자’의 평균 한 달 데이터 사용량은 1.8GB이며 음성통화 300분으로 이에 따라 보편 요금제가 도입되면 월 2만 원에 900MB~1.26GB의 데이터와 150~210분 수준의 음성통화가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통계의 기준은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를 제외하고 ‘일반 이용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4세대(4G) 가입자 중 비(非)무제한 가입자의 데이터 이용량은 계속 줄고 있지만 무제한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매년 늘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은 보편 요금제 기준 산출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 외에도 알뜰폰(MVNO) 사업과의 충돌, 재산권 침해 등 우려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기정통부는 관련 전문가, 소비자단체, 이해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운영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 정책이란 비판 있어
 
일각에서는 문 정부의 통신비 절감 정책은 ‘허울뿐인 정책’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6개 시민단체는 “선택약정요금할인율 25% 상향 혜택에 1,400만 명에 달하는 기존 가입자를 포함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통신비 절감 혜택이 없다”며 선택약정요금할인율 25% 상향 혜택 범위에 신규 가입자뿐 아니라 기존 가입자까지 포함시킬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당초 문 대통령의 취임 전 공약이었던 ‘기본료 폐지’ 마저 사실상 무산된 와중에 선택약정할인 혜택에서조차 기존 가입자가 제외된다면 ‘공약 이행’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이동통신사는 선택약정요금제 상향 조정뿐 아니라 기초연금 수급자 요금감면, 보편 요금제 도입 등으로 인해 사상 초유의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문 정부의 통신비 절감 정책이 출시에만 급급한 나머지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달 22일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부처 업무보고가 정부과천청사에서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대상으로 열렸다. 이날 문 대통령은 ‘통신비 인하’로 인한 가계 부담 절감의 의지를 드러냈으나 정작 부처 업무보고 내용에서는 선택약정요금제 상향에 대한 이야기는 제외됐다. 과기정통부는 ‘모든 이슈를 담을 수 없다’며 업무보고 내용에서 제외된 이유를 설명했으나 이동통신사의 강력한 반발로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제외됐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또한 지난 6월부터 정부가 설립할 것이라 공언한 ‘정부와 이동통신사, 관련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사회적 논의기구’가 아직 설립되지 않았기에 통신비 인하 정책 시행을 앞두고 ‘벼락치기’처럼 구성원을 채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동통신사의 ‘물러섬’도 필요해
 
이렇게 ‘통신비 절감 정책’을 두고 연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통신비 인하를 체감할 수 있기 위해선 이동통신사의 ‘물러섬’도 필요하다.
 
통신비 인하는 정권 교체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해왔다. 이는 우리나라 가계의 통신비 부담은 그만큼 피부에 닿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2인 이상) 기준 월평균 가계 통신비는 14만 4,000원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교육비 다음으로 가계 지출의 6%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통신비 인하는 3대 이동통신사의 팔목만을 비틀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경제불황 속에서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하고 ‘3포 세대’, ‘4포 세대’라 불리는 청년층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의 숨통을 트일 수 있기 위해 한 발짝 물러섬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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