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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 컬럼] 정부는 ‘카카오메기’를 더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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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 컬럼] 정부는 ‘카카오메기’를 더 풀어라!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
  • 승인 2017.09.04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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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시장 후진성 탈피는 경쟁이 답이다 -

 [조연행 /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요즘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최대의 화두다.  손 안의 편리성을 무기로 시중은행보다 낮은 대출이자와 수수료, 높은 이자와 신용대출로 은행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충격에 빠져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반색이다.

뱅크(Bank, 은행)의 어원은 ‘의자나 계산대’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Banca, Banco’에서 유래한다. 유대인들은 작은 탁자를 놓고 의자에 앉아 ‘돈놀이’를 했는데, 의자라는 말이 이탈리아어로 ‘Banco’라고 하여 현재의 ‘Bank’의 어원이 된 것이다.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은행은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 인류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수메르(Sumer)에도 있었다. 수메르인들은 “ 돈을 빌려 주고, 맡기고, 신용장을 발급하는 것 등” 요즈음에 비추어 봐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은행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정식 은행은 14세기 이탈리아 게토 지역에 처음으로 생겼다. 우리나라는 1897년에 한성은행이 문을 처음으로 열었다.
 
은행(Bank)은 돈을 맡아서 ‘이자’를 주고, 돈이 필요한 자에게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사업이다. 이자는 낮게 주고, 대출은 담보를 많이 잡고 이자는 높게 받는 게 사업의 핵심이다. “돈과 담보가 없는 약자에게는 가혹하고, 돈 많고 담보력이 풍부한 강자에게는 약한” 약탈적 은행의 속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한 게 없다.
 
카카오뱅크는 기존은행의 속성과 완전히 다른 “반대의 속성”을 보이며, 소비자의 호평을 받고 시장에 나타났다. 우리나라 은행업이 도입된 지 정확히 120년 만에 처음으로 나타난 변화이다.
 
5,60년대엔 음악을 듣기 위해선 LP레코드 판을 돌리는 축음기나 전축이 있어야만 했다. 전축은 양 팔을 벌린 만큼이나 커 방 한쪽을 독차지 했었다. 70년대에는 녹음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녹음기가 전축을 대신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녹음기는 점점 부피가 줄어 허리춤에 차는 것도 나왔다. 구하기 어려운 LP 대신 녹음테이프는 길거리에서 복제테이프를 사기도, 다른 음악테이프를 빌려다가 복사도 하고 TV음악을 녹음하여 듣기도 편리했다.
 
80년대에 들어와서는 CD가 나와 잡음도 없고 크기도 획기적으로 작아졌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물건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의 물건이 되었다. PC에서 다운받고 스마트 폰을 켜기만 하면 바로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인터넷 디지털시대로 급격히 변화하였다.
 
‘음악’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음악’ 의 핵심가치는 변함이 없지만 제공하는 전자제품은 숨 가쁘게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음악 전자시장은 불과 5,60년 만에 혁신적으로 변화와 변화를 거듭해 왔다. 짧은 시간에 변화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이다.
 
은행은 소비자의 “돈을 맡아주고, 빌려주는” 것이 핵심가치이다. 여태까지 우리의 은행들은 돈 많은 부자들은 문턱이 낮고, 돈 없고, 담보 없고, 신용 없는 서민소비자들은 돈이 필요해도 문턱이 높아 빌리고 싶어도 빌릴 수 없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은행업은 정부가 인허가권을 쥐고 상품개발에서 부터 수수료 하나까지 거의 모든 일을 공무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틀에 벗어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만들 수도 팔 수도 없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은행들과 보조 맞추어 정권에 비위를 맞추면 영업은 저절로 되었다. 소비자들은 다른 대체재가 없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은행’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독과점이기에 5,60년간 그렇게 해도 망하지 않고 사상최대의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음악과 은행을 비교해 보면 여기에 답이 있다. 답은 경쟁이다.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음악 전자시장은 ‘반감기’적 속도로 발전하며 변화했는데, ICT 기술발전의 격변기에도 은행은 5,60년간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인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카카오 메기’가 나타난 것이다. 좁디 좁은 국내 시장에서 담합으로 소비자 ’등골‘을 빼먹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정부는 빠지고 시장경쟁에 맡겨 둬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작은 메기라도 여러 마리 풀어 놓아 기존 은행들이 소비자를 찾아 바쁘게 움직이게 해야 한다. 메기를 키워 경쟁시켜야 한다.
 
돈은 없지만 돈이 필요한 서민소비자에게 문턱을 낮추고, 소비자가 바라는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내야 한다. 상상하지 못하는 획기적인 상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를 감동시켜야 한다. 은행을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국내시장에만 머물러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세계무대에 나가 글로벌 은행과 경쟁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내야 한다.
 
정부는 여러 마리의 ‘카카오메기’를 더 풀어 놓아야 한다. 몸집이 크고 비만해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이 의심되는 시중은행들은 메기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소비자를 바라보고, 해외시장에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튼튼하고 건강한 은행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후진성 해결은 경쟁만이 답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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