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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호]이젠 인터넷전문은행 시대...은산분리규제 완화 쟁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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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호]이젠 인터넷전문은행 시대...은산분리규제 완화 쟁점화
  • 기획취재팀
  • 승인 2017.08.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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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발전방향과 개선과제 주제로 포럼 열려

[소비라이프 / 기획취재팀] 지난 3월 출범한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 이어 지난달 27일 ‘카카오뱅크’가 문을 열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본격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금융거래 시장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온라인을 통해 365일 24시간 금융거래를 할 수 있으며 점포운영비나 인건비를 절약해 수수료 및 금리 인하 등을 통한 서민금융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인터넷전문은행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시대를 맞아 ICT 기업의 진입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산분리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지난달 19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금융소비자를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발전 방향과 개선과제’를 주제로 포럼이 개최됐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금융소비자네트워크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변화하는 국내 금융시장의 환경에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은산분리규제 완화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뤄졌다.
 
보안 문제, 소비자한테 떠넘겨서는 안 돼
 
세미나에 참석한 제윤경 국회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소비자의 편익증진과 서민금융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하며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보안’인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보안기술의 혁신이나 보안 문제를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만일 불가피하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공급자가 책임지는 시장이 될 수 있도록 관련 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금숙 금융소비자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은산분리규제 완화 등의 논쟁은 소비자와 무관하지 않은 일”이라며 “의료나 자동차, 금융 등 많은 전통적 산업 영역이 ICT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게 될 때 전통적인 산업기반을 형성해온 기업과 IT기업간의 소유구조를 합리적으로 가져가지 않으면 기술발전이 시장을 발전적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부작용과 피해를 양산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양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됐던 은행지점 축소 등과 같은 접근성 문제, 가계부채 확산 가능성, 기업부실 우려, 정보격차 문제, 보안 문제 등이 소비자 관점에서 우려되고 있는 문제”라며 “소비자 관점을 제대로 분석하고 이에 대비한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은 부실화될 것”이라 말했다.
 
 
은산분리규제에 대한 논의 필요해
 
이날 발제를 맡은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국회에서 쟁점이 되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쟁점 요소를 짚었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최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10%까지 보유할 수 있지만 4%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없다. 
 
해외 주요 국가의 은산분리규제 사례를 보면, 미국은 은산분리규제를 엄격하게 유지하고 있다. 산업자본은 은행 주식을 25% 이상 취득할 수 없고, 25% 미만 보유하는 경우에도 의결권은 5%의 지분만 행사할 수 있다. 일본은 은산분리규제가 없으나 전체 의결권의 5% 이상을 소유한 자는 5일 이내에 금융처장에 보고해야 하고 전체 의결권의 20% 이상을 소유하는 주요 주주는 사전에 금융청장에게 인가받아야 한다. EU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은산분리규제는 없으나 은행 주식보유 비율이 높아질 때마다 단계적으로 감독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전문은행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창의성과 혁신성을 갖춘 ICT 기업의 진입을 허용하기 위해 은행법 개정으로 은산분리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의 은산분리규제는 거대한 산업자본이 금융을 지배하여 과도한 위험을 추구하거나 사금고화되는 것으로 방지하는 등 금융시스템 안정에 기여해 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은산분리규제를 완화한다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만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만약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경우 재벌의 진입도 허용할 것인지, 별도의 지분보유 한도를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비금융주력자의 정의를 수정할 것인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는 우리나라의 특수상황이 반영되는지,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부작용 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한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신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으로 예금시장과 대출 시장의 경쟁에 비대칭성이 발생할 수 있어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건전성 규제는 일반은행과 동일한 규율체계를 갖는 것이 바람직할지, 별도의 독립적인 규율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IT기기에 대한 접근성 차이가 정보격차로 이어지는 이른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현상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신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사업계획을 보면 고령층이나 시각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방안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하며 “은행이 직접 나서 비대면 채널과 디지털 뱅킹의 소외계층이 없도록 체계적인 관련 교육을 시행하고 절차 간소화 및 디자인 개선 등으로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CT 기업 투자 유인 위해 은산분리 완화해야
 
이어 진행된 지정토론에서 토론자로 나선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수의 영업점 설치와 찾아가는 금융서비스 교육의 필요성 등을 주장했다.
 
고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일지라도 불가피하게 고객을 대면해 업무를 처리할 필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정보통신망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금융소비자의 금융 이용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소수의 영업점 설치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인터넷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금융서비스를 시행함으로써 소외계층의 금융 이용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은산분리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조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 기준을 완화해도 개인 여·수신 등 소매 금융 위주로 영업하기 때문에 은산분리규제의 취지를 저해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대주주의 시너지 효과와 전산시스템 안전성 및 보안성을 유지·지속하기 위해서는 ICT 기업의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은산분리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또 “그러나 은산분리 완화 후 완화 후 대주주로부터 독립성 강화, 리스크 전이 방지, 대주주와의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대주주 발행 지분 증권 취득 금지 등의 사후적인 정책 보완장치 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조 대표는 보안의 중요성에 대해 강력하게 피력했다. 그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안정성이 취약하다면, 이는 존립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큰 문제”라며 “ICT 기업이 주도되는 만큼 보안은 외주용역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비스 차별화는 모든 은행의 문제
 
조대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은산분리규제가 현행과 같이 유지될 경우에 ICT 기업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 조사관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해 은산분리규제를 완화하면 어느 수준까지 완화해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함과 동시에 이어 사전적 소유규제인 은산분리규제를 완화할 경우 사후적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 모색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기업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조 조사관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일반은행이 예금이나 지급업무 등에서 서비스경쟁이 아닌 ‘가격경쟁’으로 심화할 경우 이는 전체 은행 산업의 수익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의 뜻을 밝혔다.
 
한편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은 소비자 입장에서의 의견을 전달했다. 안 위원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 차별화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에만 요구될 것이 아니라 기존 은행에도 제기돼야 할 문제”라며 은행 시장의 경쟁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특별법>을 통한 규제 완화가 현실적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정부는 은산분리규제 완화와 관련된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시범인가 방식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했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영업 운영상의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에 당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총장은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은산분리 자체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보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산업자본 은행 지분 보유 한도 4%로 유지한다면 ICT 기업이 주도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20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 중 <특례법>을 통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가 좀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학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정부도 은산분리 원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그러나 외국 사례처럼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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