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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이름을 불러주세요, 나 거기 서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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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퍼스널브랜딩 응원가] 이름을 불러주세요, 나 거기 서있을게요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 승인 2017.06.14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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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 브랜딩 작가]   어느 회사를 방문했다. 로비에 도착해서 만나기로 한 고객에게 전화를 했다. 담배 한 대 피우자며 1층 야외 흡연실 앞에서 기다리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흡연실이 어디인가 두리번거리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고 멈추어 섰다. ‘끊으소(所)’ 라는 기발한 흡연실 이름 때문이었다. 그 회사가 남다르게 보였다. 

▲ (사진: 김정응 FN executive search 부사장/브랜딩 작가)

한 때 ‘히트 브랜드 제조기’라고 불렸던 손혜원(지금은 국회의원)은 다음과 같이 이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식물은 종자에 따라 장미도 되고 백합도 되며, 콩도 되고 보리도 된다. 브랜드를 결정 짓는 중요한 종자는 브랜드 네임이다. 브랜드 네임을 짓는 일은 종자를 선택하는 일과 같다. 콩을 원한다면 콩이 열리는 브랜드 네임을 선택해야 하며 장미를 즐기려면 장미나무를 심어야 한다. 이것이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순리다.”   

이름의 사전적인 정의는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람,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인데 사막의 모래바람 같은 건조함만 느껴진다. 그러나 詩人 김춘수를 만나보면 이름의 상징성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널리 알려진 바로 이 대목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냥 존재하던 그 무엇도 이름이 불림으로써 하나의 의미 있는 존재로 활짝 피어 오르게 된다.
 
브랜딩 관점으로 보면 브랜드 네임은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무기다. 최 첨병의 Sales Talk수단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는   이름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더욱 기억할 수 없으니 소비자는 선택할 수 없다. 이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브랜드 네임이 상품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에서는 좋은 브랜드 네임을 얻고 관리 하기 위해서 많은 땀과 노력을 기울인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이토록 중요한 브랜드 네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우선 애초에 이름을 전략적으로 잘 지어야 한다. 멋진 이름은 브랜딩의 진도를 몇 걸음 앞서가게 한다. 이론상 좋은 이름의 조건은 명확하다. 첫째, 정체성을 분명히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차별화의 기반이 된다. 둘째, 소비자의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소비자 언어는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언어다. 배려와 사랑이 담긴 언어다. 생산자 언어와 대비된다. 그 옛날 한자가 생산자 언어라면 한글은 소비자 언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개명(改名)도 훌륭한 브랜드 전략의 하나다. 찝찝하고 신선한 느낌이 떨어지면 과감히 바꾸자. 예를 들어 보자. LG그룹의 이전 이름은 럭키금성이었다. 느낌이 다르지 않은가? 하이트는 원래 강력한 신제품의 이름이었다. 탄력을 받아서 아예 회사명으로 채택했다. 이들 회사는 사명 변경이 회사가 재 도약을 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명실상부의 실현이다. 즉 이름의 명성과 실체가 남녀의 궁합처럼 꼭 맞아야 한다, 좋은 이름과는 달리 실체가 엉망인 경우도 많다. 명실상부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브랜드를 우리는 명품 브랜드라고 한다. 당신이 연상하는 명품 브랜드 가운데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브랜드 네임을 포함하여 브랜딩의 본질은 사람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필자의 한 친구는 대학교 다닐 적에 미리 장래의 자식들 이름을 지어 놓았다. 그는 그 희망의 이름을 부르며 화목한 가정을 꿈꿨다. 세월이 지나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들 이름을 놓고 할아버지와 아버지 사이에 다툼이 생긴 것이다. 친구는 대학 시절 지어 놓은 이름을 고수했고 할아버지는 집안 항렬에 맞는 이름을 주장한 것이다. 그 흔한 이름을 놓고 왜 집안 다툼까지 일어 나는가?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당신의 상상에 맞기겠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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