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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호]짝퉁이 만들어낸 기이한 소비 제 값 주느니 ‘싼 맛에 짝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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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호]짝퉁이 만들어낸 기이한 소비 제 값 주느니 ‘싼 맛에 짝퉁’?
  • 음소형 기자
  • 승인 2017.05.12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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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콘텐츠' 짝퉁 크게 늘어....알리바바, '짝퉁이 진품보다 낫다' 논란

[소비라이프 / 음소형 기자]“짝퉁이 진품보다 낫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지난해 6월 14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한 말이다. 

 
‘짝퉁’은 기존에 존재하고 있는 제품을 모방한 위조품을 말한다. 과거에는 주로 가방이나 시계 등 고가의 위조품이 유통됐다면 지금은 휴대폰, 기계부품뿐만 아니라 게임이나 TV프로그램 등 문화 콘텐츠와 저작권을 모방한 짝퉁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너무나 잘 만들어진’ 짝퉁 때문에 오히려 비싼 값을 주고 제 물건을 사느니 퀄리티가 좋지 않더라도 싼값에 짝퉁을 사려고 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에 따라 제조사는 짝퉁을 막기 위한 다양한 위조 방지 기술 등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엔 ‘콘텐츠’ 짝퉁 크게 늘어
 
짝퉁이 많기로 유명한 중국은 가히 ‘모든 것’을 베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 1월 국내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 ‘로스트테일’은 표절 논란으로 출시 2개월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로스트테일’은 중국 개발사 완신(WanXin)이 만든 게임으로 출시 전부터 우리나라 게임업체 ‘넥슨’의 온라인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를 표절해 만든 제품이라는 논란이 크게 일었다.
 
‘로스트테일’의 국내 서비스를 담당했던 ‘넥스트무브’는 “게임 개발사 측에서 제삼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았다”며 표절 여부를 부인했으나 결국 게임 서비스 이후 게임 소스의 일부를 무단으로 차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게임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중국은 사드 배치로 ‘한한령’을 내렸음에도 한국 TV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표절해 방송하고 있다. SBS의 ‘영재발굴단’은 ‘신기한 아이’로 모방했으며 최근에는 tvN의 ‘삼시세끼’를 모방해 ‘동경하는 삶’이란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리나라의 ‘설빙’과 같은 프랜차이즈까지 원조인 척 모방하며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 5월까지 해외에서 국내 상표가 무단 선점 및 도용된 사례는 1,019건에 달했다. 그중 1,005건이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국은 상표권을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주는 <선출원 우선제도>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표 브로커들은 이를 악용해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기도 전에 상표를 먼저 가로채 무단선점하고 있다.
 
이에 관련업계는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자국의 상표권 권리를 보호하고 대응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짝퉁 인형으로 성행하는 ‘뽑기방’
 
최근 ‘인형 뽑기방’이 전국적으로 성행하면서 짝퉁 인형의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 인형 뽑기방에서 뽑을 수 있는 인형 대부분은 정품보다 저렴한 중국산 저퀄리티 짝퉁 인형들이다.
 
이러한 짝퉁 인형들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에 유해성분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뽑기방에서 정품 인형을 사용하고 싶어도 우리나라 법률상 ‘위법’이라는 것이 문제다. 현행 게임산업진흥법 상 사행성 조장 우려로 인형 뽑기 경품의 최대 상한선을 5,000원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인형 뽑기방에서 주로 사용되는 30cm 이상의 인형의 경우 정품 인형 가격은 2~3만 원대를 웃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품의 상한선을 5,000원으로 규제한 것은 10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현재 물가와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뽑기방 업주들은 “저작권법을 지키고 싶어도 5,000원짜리 정품 인형을 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정품을 사용해도 위반인 상황이라면 차라리 이윤이 많이 남는 짝퉁 인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인형 뽑기 경품 규제 가격을 올릴 경우 다른 게임물의 경품 한도에도 영향을 줘 사행성 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뽑기방은 천원에 인형을 뽑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얻으러 가는 곳이기 때문에 인형의 정품 여부는 상관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알리바바, ‘짝퉁이 진품보다 낫다’ 논란
 
지난해 6월, 중국 항저우에서 알리바바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마윈 회장은 “짝퉁이 가격은 물론 품질면에서도 진품보다 낫다”며 “같은 공장에서 같은 재료로 만들어지는 짝퉁 제품이 진품과 다른 것은 브랜드의 유무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0여 명의 직원이 위조상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인간의 본성을 상대로 싸우는 것이기 때문에 100%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명품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논란이 커지자 알리바바 측은 “마 회장의 발언은 최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일 뿐 가짜 상품 근절 취지는 변함이 없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실 그의 말처럼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짝퉁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짝퉁을 ‘속아서 사는 것’이 아닌 ‘알면서도 짝퉁 제품을 구매하는’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전문가도 구별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S급의 짝퉁 제품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암암리에 판매되고 있다. 최근 짝퉁 제품들은 진짜 제품의 디자인과 외형뿐만 아니라 기능까지도 모방하기 때문에 정품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은 ‘진짜 같은 짝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성비 중시하는 사회 흐름과 맞닿아
 
직장인 A씨는 “정품인 줄 알고 산 제품이 나중에 알고 보니 짝퉁으로 밝혀지는 것보다 차라리 이미 짝퉁인 것을 알고 저렴하게 구입하는 게 더 현명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정품과 대비해 5분 1 또는 10분의 1의 가격인 저렴한 짝퉁을 선호한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모습은 소모품 제품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번 사서 오랫동안 쓰는 제품의 경우에는 ‘비싼 값을 주더라도’ 정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쉽게 잃어버리거나 빨리 닳고 유행을 타는 제품의 경우에는 비싼 가격의 정품보다 싼 가격의 짝퉁을 사서 잠깐 쓰고 버리는 게 낫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생 B씨는 “큰맘 먹고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매했는데 ‘메이드인 차이나’였다”며 “물론 짝퉁과 정품의 제조과정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같은 ‘메이드인 차이나’라면 차라리 아예 저렴한 게 낫다”고 말했다.
 
또한 짝퉁 제품은 디자인이나 제품 수정이 자유로워 각 나라 선호도에 맞춰 제작해 판매되기도 한다. 오리지널 정품에선 출시되지 않았던 색상을 새롭게 추가하거나 사이즈를 다양하게 제작해 선보인다.
 
이러한 짝퉁 제품 선호 트렌드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시장 흐름과 맞닿아있다. 경제 불황으로 인한 소비 침체로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성능을 중요시하게 여기기 시작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정품과 비슷한 성능을 지닌 짝퉁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시장 혼란 일으키고 안전성 없어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짝퉁 제품을 짝퉁임을 알고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많은 짝퉁 제품들이 상품 패키지뿐만 아니라 바코드, 품질보증서까지 정교하게 모방해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도 짝퉁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저작권과 상표권을 침해하는 짝퉁 제품은 시장의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짝퉁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를 보호해주는 안전망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제품의 문제가 있어도 교환이나 환불을 받기 어렵고 안전 테스트 등을 받지 않은 제품이 많아 사용 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 액세서리의 경우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짝퉁 충전 케이블이나 보조배터리를 사용한다면 스마트폰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짝퉁 판별 위해 개발되는 첨단기술
 
한편 짝퉁으로부터 소비자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첨단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융합화학연구본부는 지난 3월 27일 입김을 불면 색상이 변화해 위·변조 상품을 판별할 수 있는 투명 필름 제조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습도에 반응하는 특수 화학물질을 이용해 만든 이 투명필름은, 입김을 불면 시각적인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특별한 도구 없이도 누구나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연구를 진행한 박종목 박사팀은 “다른 보안기술에 비해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고 입김을 불었을 때만 이미지가 나타나기 때문에 복제나 복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담배나 양주, 화장품 등의 위·변조와 불법유통 등에 따른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기계연구원은 초미세 패턴을 레이저로 제품에 직접 새기고 제품 시리얼넘버를 암호화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위·변조 가능성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 2월 15일 밝혔다. 이 기술은 A4용지 10분의 1 수준인 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홈을 0.1초 동안 100개 이상 제품에 새겨 암호화시키고 일련번호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존의 위조 방지 기술은 주로 일련번호를 세기거나 홀로그램 패턴의 스티커를 제품 표면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위조가 쉽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그 자리에서 진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검출기도 함께 제작했다”며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위·변조품 유통위험을 줄이고 건강한 시장질서 유지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짝퉁 제품의 제조·유통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만들지 않고’,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짝퉁 제품을 제조하고 소비하는 것은 원제작자의 재산권뿐만 아니라 개발하기 위해 소요된 모든 비용과 수고 등을 무시하고 침해하는 행위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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