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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호]지역의 빵집 찾아 떠나는 빵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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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호]지역의 빵집 찾아 떠나는 빵지순례’
  • 음소형 기자
  • 승인 2017.03.10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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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 '옵수', '풍년제과' 등 제과맛집 찾아다니는 소비자 늘어

[소비라이프 / 음소형 기자]현대인의 삶 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인 ‘빵’은 이제 단순한 간식으로써의 의미를 떠나 주식으로 깊게 자리 잡았다. ‘밥보단 빵’을 더 선호할 정도로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전국 방방곡곡에 위치한 역사와 함께 쌓아온 맛을 지닌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빵과 성지순례를 합친 신조어)’를 떠나고 있다.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만들어내는 천편일률적인 맛보다는 지방마다, 매장마다 특색있는 맛을 만들어내는 빵집을 더 끌려 하는 것이다. 이들은 ‘빵지순례’를 하나의 놀이처럼 여기며 SNS를 통해 빵 사진을 공유하고 행복을 느낀다. 

자칭 ‘빵순이’, ‘빵돌이’들이 떠나는 빵지순례 코스 중 가장 대표적인 곳인 군산의 ‘이성당’, 대전의 ‘성심당’, 부산의 ‘옵스’, 전주의 ‘풍년제과’ 등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빵집에서 백화점 입점까지
 
전북 군산의 대표 빵집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빵집 ‘이성당’은 1910년 히로세 야스타로라는 일본인이 운영하던 화과점 ‘이즈모야’를 모태로 한다.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인 이석우 씨가 인수해 이성당으로 이름을 바꿨고 지금까지 약 7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성당 빵집의 가장 대표적인 명물은 단팥빵, 야채빵, 블루빵이다. 단팥빵은 전체 무게의 70%를 팥이 차지할 정도로 속이 꽉 차 있으며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만들어진 얇은 피가 어우러져 있다. 마요네즈에 야채를 버무려 만든 야채빵은 아삭한 야채의 식감이 특징이며, 블루빵은 국내 최초의 ‘쌀빵’이다.
 
군산 본점에서 빵을 사기 위해서는 30분~1시간가량을 줄 서야 할 정도로 아직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성당은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백화점으로까지 입점했다. 지난 2014년 롯데백화점 잠실점 입점에 이어 2015년 8월 천안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에도 진출했다. 
 
미슐랭가이드에도 소개된 대전 ‘성심당’
 
명실상부 대전의 최고 빵집으로 손꼽히는 ‘성심당’은 국내 제과업으로는 최초로 전 세계의 유명한 음식점 등을 소개하는 ‘미슐랭 가이드’ 그린에 등재됐으며 지난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식사용 빵을 제공하기도 했다. 
 
성심당은 6·25 전쟁 때 피란 온 임영진 대표의 선친이 1956년에 성당 신부로부터 밀가루 2포대를 얻어 대전역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찐빵 가게로 시작한 것이 그 뿌리다.
 
지난 2005년에 공장 화재로 큰 위기에 처했었지만, 직원들이 힘을 합쳐 다시 일어나 재도약했다. 성심당은 단팥을 소보루빵에 넣고 기름에 튀겨낸 ‘튀김 소보루’가 가장 유명하며 부추빵, 초코빵, 피자빵 등도 인기가 많다. 
 
짧은 역사임에도 빠른 성장한 ‘옵스’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 여행객이라면 꼭 들려야 한다는 명물 빵집 ‘옵스’는 30년의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89년 창업주 김상용 씨가 수영구 남천동에 ‘삼익제과’라는 이름의 빵집을 연지 5년 후 1994년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풍요의 여신(Ops)’에서 이름을 따 ‘옵스’로 명칭을 변경해 1996년 해운대점을 개점했다. 옵스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입소문을 타면서 부산에만 7곳의 매장과 롯데백화점 본점, 인천점, 평촌점, 광복점, 울산점 등에 입점됐다. 
 
프랑스 전통 제조방식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옵스는 냉동 반죽을 전혀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식빵조차도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모든 과정을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고집을 지키고 있다. 옵스의 대표 상품은 커스터드 크림으로 속을 꽉 채운 ‘왕슈크림빵’과 아이들이 학원가기 전에 먹는 빵이란 뜻을 지닌 ‘학원전’이다.
 
초코파이의 조상, 전주 ‘풍년제과’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유명 관광도시 전주에서도 가장 유명하다는 전주 ‘PNB풍년제과’는 3대째 그 역사를 잇고 있는 빵집이다.
 
창업주 고 강정문 씨는 일본인 제과점에서 제빵 기술을 전수받아 1940년 간판 없이 ‘센베’ 과자점을 개업했고 훗날 광복 후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에 제과점을 열어 60여 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전통을 계승해오고 있다. 
 
풍년제과의 대표 상품은 수제 ‘초코파이’와 풍년제과 역사의 시작이 되어준 센베과자이다.
 
풍년제과의 초코파이는 일반 슈퍼에서 파는 과자 ‘초코파이’와는 사뭇 다른 맛으로, 호두를 넣은 초코빵과 버터크림, 딸기잼이 어우러지면서 달고 상큼한 맛을 낸다. 이러한 특색 있는 맛에 초코파이는 하루 평균 1만 개 이상 팔리는 인기 상품이 됐다. 
 
풍년제과는 지난 2013년에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처음 입점했으며 현재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목동점, 무역센터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본점 등에 입점됐다.
 
빵지순례 활용한 관광 프로그램 등장
 
대구는 지난 2015년 가을 관광주간 동안 ‘대구는 맛있다!’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구의 유명 빵집인 ‘가창 찐빵 거리’, ‘삼송베이커리’, ‘빵장수’, ‘근대골목단팥빵’, ‘반월당고로케’를 방문하고 스탬프를 찍는 ‘대구 빵지순례’와 서문시장 ‘만 원의 행복’ 등 맛집과 관광지를 연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이처럼 빵지순례가 가능하게 된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애정을 가지고 빵집을 지켜온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사실 그것만으로 가능했던 일은 아니다. 지난 2000년대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면서 수많은 빵집이 문을 닫았다.
 
때문에 정부가 동네빵집 근처에 프랜차이즈의 진입을 막는 거리 제한 등의 규제를 만들자, 빵집이 살아남과 동시에 더불어 관광명소로도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역사 깊은 가게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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