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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호]아이 옷은 200만 원, 어른 옷은 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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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호]아이 옷은 200만 원, 어른 옷은 3만 원
  • 고혜란 기자
  • 승인 2017.03.09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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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 소비 양극화

[소비라이프 / 고혜란 기자]가속화되는 경기침체 등으로 패션 시장이 ‘고가’ 또는 ‘저가’로 나뉘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 후반 IMF를 맞으면서 동대문으로 대표되는 ‘저가 패션’과 해외의 고급 브랜드 패션으로 양극화되다 2000년대부터 SPA 브랜드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SPA 브랜드와 해외 고급 브랜드 로 양극화 현상을 띄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중소 패션 브랜드보다는 3만 원 내외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SPA 브랜드의 옷을 선호하는 한편, 3월 신학기 시즌을 맞아 200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의 키즈라인 제품이 호황을 누리는 양면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불필요한 유통과정 생략돼 저렴한 ‘SPA’ 브랜드 강세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의 줄임말인 SPA는 자사의 브랜드 상품을 생산부터 유통까지 직접 일괄적으로 하는 의류회사를 의미한다. 미국 청바지 회사 ‘갭 (GAP)’이 지난 1986년 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방식으로 보통 직영점 형태로 운영된다. 
 
SPA 브랜드는 불필요한 중간 유통 과정이 생략돼 있어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의류를 판매할 수 있고 최신 유행을 적기마다 빠르게 반영할 수 있어 상품 회전율이 빠르다. 또한 다품종 소량 생산을 통해 제품의 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자라(ZARA)’, ‘유니클로(UNIQLO)’, ‘H&M’ 등이 가장 전 세계적으로 시장을 확보한 SPA 브랜드이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기도 한다. 우리나라 브랜드로는 이랜드의 ‘스파오’와 삼성물산의 ‘에잇세컨즈’ 등이 있다.

SPA 브랜드의 생명은 저렴한 가격
 
SPA 브랜드 중 국내에서 가장 큰 강세를 보이는 것은 일본의 ‘유니클로’이다. 지난 2005년 9월에 한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지난해 기준으로 약 180개의 지점을 국내에 오픈한 유니클로는 지난 2015년, 패션 단일 브랜드로는 국내 최초로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 했다. 하지만 유니클로는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것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성장률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클로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SPA 브랜드인 ‘자라’, ‘H&M’ 또한 부진한 성장 폭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SPA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한 이후 조금씩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초기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마케팅을 펼쳐 브랜드 마니아 층을 확보한 이후 가격을 올려 현재는 ‘그렇게 저렴한 비용의 옷’이 아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니클로는 일본과 우리나라 동시에 판매하고 있는 제품 중 우리나라에서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객들은 “유니클로 등과 같은 SPA 브랜드를 비싼 가격으로 구매해야 한다면 굳이 구매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SPA 브랜드인 이랜드의 ‘스파오’나 신세계의 ‘데이즈’ 등의 경우, 누적 매출액은 다른 해외 SPA 브랜드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지만 꾸준히 저렴한 가격의 옷을 선보이면서 지속적인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아동용품은 ‘없어서 못 팔아’
 
경제불황으로 ‘가성비’가 높은 옷을 따지고, 그에 따라 SPA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거나 떨어지는 상황에서 유독 명품 브랜드가 독보적인 판매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아동용품 시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학기 준비가 한창이었던 지난달 백화점에서는 90만 원 대의 도시락 가방, 100만 원이 넘는 명품 브랜드의 키즈 라인 책가방, 200만 원이 넘는 프리미엄 아동용 외투 등 고가 명품 브랜드의 아동 의류와 제품들이 ‘없어서 못 팔 정도’의 높은 판매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도 쉽게 구매하기 힘든 비싼 가격의 명품 브랜드 패션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는 매해 급격하게 떨어지는 출산율과 더불어 한 가구 한 자녀가 보편화 되면서 부모, 조부모, 삼촌, 이모, 고모 등의 친척들이 한 아이를 위해 쉽게 지갑을 여는 ‘에잇 포켓(Eight Pocket)’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동용품 시장이 호황을 누리자 명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노스페이스, 뉴발란스, 나이키 등의 스포츠 브랜드와 K2, 노스페이스 등의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앞다퉈 아동용 제품을 출시하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0만 원을 호가하는 아이 옷을 사주는 것은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 패션 기업에는 구조조정 바람 불어
 
한편 경제불황과 더불어 패션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자 중소 패션 기업에서는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2,113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올 한 해 대졸 신입 채용에 대한 계획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의류·신발·기타 제조 부문에서 6.3%의 채용 규모 감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고가 아니면 저가’의 제품으로 나뉘어 소비함으로써 수익이 나지 않는 부문의 중소 패션 사업은 기업들이 과감히 정리하고 있어 올해 인원 감축과 브랜드 철수 등 특단의 구조조정 조치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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