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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호]전통시장에서 쇼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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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호]전통시장에서 쇼핑하자
  • 강민철(주)컬처플러스 대표·홍보컨설턴트
  • 승인 2017.02.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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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강민철(주)컬처플러스 대표·홍보컨설턴트]서민 경제가 암울하다. 이런 마당에 전통시장에 불까지 났다. 설 대목을 앞둔 지난달 15일 새벽녘, 1968년 개장한 이래 50년 동안 여수 시민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여수수산시장이 화마에 휩싸이고 말았다. 지난해 말 대구 서문시장에 이은 두 번째 대형 화재여서 더욱 참담했다. 평생을 지내온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해 버린 모습 앞에서 나이가 든 상인들은 다리가 풀리고 마음이 숯덩이가 됐다. 

▲ 강민철(주)컬처플러스 대표·홍보컨설턴트
누가 이들을 위로할 것인가. 모르긴 몰라도 본격적으로 대선 전쟁이 벌어지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후보들이 서민경제 살리기라는 구호 아래 전통시장을 찾아와 상인들과 포옹하는 사진을 찍으며 표 하나를 구걸할 것이다.   
 
대선용 전통시장 살리기가 아닌 근본적 전통시장 살리기가 필요하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비해 오래된 전통시장의 경우 1,200여 곳 중 300곳 이상이 소방 시설 불량이다. 상인은 물론 소비자들 역시 안전하게 전통시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시설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왕 전통시장을 지원하려면 주차장과 냉난방 시설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했으면 한다. 주차장이 없으면 소비자들은 산 물건을 들고 가야하기 때문에 많은 양을 구매하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전통시장은 한겨울이나 한여름엔 매우 취약하다. 눈이 내리는 추운 한겨울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을 멀리 한다. 한여름 에어컨 바람이 빵빵 나오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린다. 따라서 냉난방 시설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전통시장을 찾게 하는 기본 시설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전통시장에 희망이 보이는 것은 나이 든 상인들만 있던 전통시장에 몇 년 전 부터 20~30대 젊은 장사꾼들의 등장이다. 이는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과 맞물려 이뤄진 전통시장 살리기 지원 정책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앞치마를 두른 청년들이 전통시장에서 뿌리를 깊게 박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손님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다가 풀이 죽고 만다. 정부의 지원이 현실적이면서도 전략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전통시장 상인들 역시 스스로 환경 개선과 마케팅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한다. 아무리 전통시장에 대한 애정이 크다고 하더라도 파리가 날리고 바퀴벌레가 지나가면 누가 찾아가겠는가. 음식 잔반 처리에 대한 불신감 해소는 말할 것도 없다. 예전처럼 물건을 사면 덤으로 몇 개 더 얹어 주는 것도 이제는 방향을 선회해 1인 가구를 겨냥한 작은 묶음 팔기와 같은 마케팅 전략을 더 강구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고 구매를 늘리기 위해 온누리상품권 판매처를 현재 13개에서 더 많은 금융기관으로 확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이왕이면 할인율을 올리고 구매 한도도 월 50만 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소비자들 역시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환경과 지역을 위하는 공동체 생활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전통시장은 대부분 포장지가 없이 물건을 팔아 친환경적 소비 생활이 자연스럽게 실천되는 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소비자들이 사는 아파트가 단지 숙박 공간이 아닌 생활의 공간이라면 인근 전통시장은 소비자들과 상생을 모색해 나아가야 하는 가장 기초적인 공동체인 셈이다. 게다가 전통시장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삶의 현장을 체험하고 공존의 관념을 터득게 하는 ‘살아있는 교과서’이다.  
 
올해는 붉은 닭의 해이다.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해 치솟은 달걀값이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지만 전통시장으로 떠나볼 일이다. 전통시장은 물건값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비해 최고 50%가량 저렴하다. 여기저기에서 벌어지는 공연도 기웃거려 보고 국밥도 한 그릇 먹어보며 주말을 보낼 일이다. 그것이 우리 스스로가 서민 경제를 살리는 지름길이 아닐까.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대선 후보의 공약에 비하면 백번 확실한 대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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