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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호]한한령 쇼크로 날개 꺾인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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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호]한한령 쇼크로 날개 꺾인 한류
  • 기획취재팀
  • 승인 2017.02.0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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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드 배치 예정대로 진행....중국, 방송·쇼핑·산업 규제 등 경제보복

[소비라이프 / 기획취재팀]지난해 7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촉발된 ‘한한령(限韓令)’이 한류에 커다란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 ‘한한령’이란 중국이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해 펼치고 있는 ‘경제보복’의 일환으로, 중국 내 한국 연예인 방송 출연 금지 및 한류 콘텐츠 확산 제한 정책 등을 말한다. 한한령은 실재하고 있는 경제압박으로, 전방위에서 우리나라를 조여오고 있다. 특히 드라마, 영화 같은 한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화장품 및 관광업계에서는 그동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직격탄을 맞아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가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한한령 시행 사실상 인정해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이야기됐던 사드에 관한 중국의 보복 정책인 ‘한한령’을 중국 정부가 인정하는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지난달 4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방중(訪中)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를 가속하면서 중국 내 한류 유통을 요청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만일 사드 배치가 늦춰지면 국면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왕이 외교부장의 이러한 발언에 이어 큉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중국 국민이 중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사드 배치에 관련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류 아이돌과 콘텐츠 등이 버젓이 유통되는 것은 국민들의 역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제재되는 것”이라고 말해 사드 배치에 관련한 중국 내 한한령을 사실상 시인했다.
 
큰 인기 끌었던 송중기 마저 모델 교체
 
무엇보다 한한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이다. 그동안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 배우 등의 방송과 공연이 잇달아 취소되는가 하면, 비자 요건을 강화해 배우와 관계자들의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 등 한한령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중국 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남자주인공 송중기는 중국 스마트폰 광고모델에 발탁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배우 펑위옌으로 교체됐으며 한·중 합작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남녀주인공 김우빈, 수지의 팬 미팅 또한 개최일을 며칠 앞두고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 ‘엑소(EXO)’의 중국 난징 공연은 매진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열흘을 앞둔 지난해 12월 7일, 돌연 연기 통보를 받았다.
 
이와 더불어 현재 KBS2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화랑’은 지난해 12월 19일 첫 방송을 시작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동시 방영되고 있었으나 1, 2회가 지난 3회차부터 중국 내에서 서비스가 중단됐다. ‘화랑’의 중국 내 서비스를 담당했던 동영상 플랫폼 LeTV는 어떤 명확한 이유도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은 채 ‘화랑’의 웹페이지를 폐쇄했다. 관련 업계는 이를 ‘명백한 한한령에 의한 조치’로 보고 있다. 
 
한편 이러한 조치는 국내업계뿐만 아니라 한류 드라마를 좋아하는 중국 팬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드라마 ‘화랑’을 애청하고 있던 한류 팬들은 “한국과 동시 방영하기로 약속해 유료회원들을 모집해 놓고서 갑자기 방영을 이유도 없이 중단하는 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세무조사, 방송·쇼핑·산업 규제 등 경제보복
 
한한령의 한파는 연예 분야에 이어 방송, 쇼핑 등 산업 전반으로 점차 퍼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기로 한 롯데는 발표 2주 후 중국 정부로부터 현지 계열사의 고강도 세무조사와 소방점검 등을 받았다. 이는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추정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12월 15일 발표한 ‘최근 비관세장벽 강화 동향과 대응과제’ 보고서에서 “최근 중국이 한한령으로 한류 산업을 규제하고 화학제품, 전기차 배터리 등 주력산업까지 비관세조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중국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비관세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7월, 중국은 자국 내 모든 위성방송사들에게 이른바 황금시간대인 19시 30분~22시 30분까지 외국에서 판권을 구입해 방영하는 프로그램을 1년에 2편만 방송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었다. 
 
또한 중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저가관광 자제를 빌미로 한국 등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단체관광객을 20%가량 축소했으며 쇼핑횟수를 하루 1회로 제한하는 등의 제재를 가했다. 더불어 지난해 11월에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업의 인증기준을 현행보다 약 40배가량이나 높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치는 한국 배터리 기업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항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인 중국 최대 명절 ‘춘제(春節·설)’를 앞둔 지난해 12월 30일, 제주항공, 아시아나 항공, 진에어 등 3개 항공사의 전세기 운항 신청을 명확한 이유 없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설날 대목을 앞두고 한국으로 떠나는 여행객을 모집했던 중국 여행사들은 대체 항공편을 찾지 못한다면 위약금을 물어줘야 해 여행객과 여행사 모두 피해를 보게 됐다. 또한 전세기 운항 불허뿐만 아니라 올해 초 부산항에 기항하기로 했던 크루즈선들을 무더기로 취소하는 등의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1톤 가량의 국내 화장품 ‘반품’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은 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큰 성장을 해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12월 20일, ‘17년 보건산업 수출, 114억 달러 전망’을 통해 지난해 화장품 산업 수출액이 지난 2015년보다 37.5%가량 증가한 35.6억 달러(약 4조 2천억 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화장품 산업은 생산 10.4%, 수출 24.5%, 매출 12.5% 등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화장품 수출 시장은 적신호가 켜질 듯하다. 지난달 3일,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이 발표한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에 의하면 수입 불허 조치를 당한 28개의 제품 중 19개가 국내 유명 화장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약 11톤에 해당하는 제품이 모두 반품 조치됐다. 
 
이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정책과는 19개 국내 제품이 반송조치 된 것은 중국 내 화장품 관련 규정(화장품 안전기술 규범)을 위반한 데 따른 조치로 확인됐다고 지난달 11일 밝혔다. 이어 향후 중국에 진출하는 화장품 업체들이 관련 규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지속해서 제공하고, 중국 규제 관련 교육(위생 허가 전문교육)을 실시해 관련 기준 미준수로 인한 부적합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등 국내 화장품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물론 화장품은 인체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전 세계 어디에서도 통관 기준이 엄격한 편이다. 하지만 수입 불허 조치를 당한 28개의 제품 중 19개가 한국 제품이라는 것은 한국을 겨냥한 보복 규제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지속된다면, 화장품 산업에서 식품으로 그리고 나중에는 한국에서 수출하는 품목 전체로 규제가 넓어지고 까다로워질 우려가 있다.
 
정부, 사드 배치 예정대로 진행
 
올해 한국과 중국의 외교 정책 핵심은 ‘사드 배치’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사드 배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10일(미국 현지시각 기준), 마이클 플린 차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더라도 한반도 사드 배치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사드 배치에 관한 입장을 공고히 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11일, “한국이 계속해서 사드 배치를 진행할 경우, 한·중관계는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사드 배치 반대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달 12일 서울 종로구 마이크임팩트 스퀘어에서 열린 ‘한·중 한류 콘텐츠산업 현장 간담회’에서 “사드를 배치해도 최대한 중국을 외교적으로 설득해 경제·통상 등의 보복을 해소하는 게 정부 책무인데, 거꾸로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문 전 대표는 중국의 사드 배치 관련 경제 보복에 대해서는 “중국이 외교갈등을 통상문제로 확대해 외교와 무관한 경제·통상 분야에서 보복하는 것은 대국답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도깨비’ 큰 인기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한한령 정책에도 중국 내의 한류 열풍은 아직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2일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달까지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는 아직 중국에 정식으로 수출되지 않았음에도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 저승사자 등이 등장하는 독특한 내용으로 한류 팬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도깨비’의 남자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배우 공유가 중국 SNS인 웨이보(Weibo)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도깨비를 패러디한 사진들이 SNS을 통해 퍼지고 있다. 
 
사실 사드 배치는 우리나라의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국과 미국, 중국이 첨예하게 얽힌 외교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안보 문제는 한번 결정 난 이상 변동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양국이 서로 각자의 정치적 입장만 내세운다면 그 안에서 피해를 받는 것은 한·중 국민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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