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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땅 잃은‘위기의 실버소비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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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땅 잃은‘위기의 실버소비자’(3)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9.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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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뒤 긴 여생’ 경제난 예고

지자체 ‘상담원제도’ 존립 위기

고령화 사회에서 힘든 삶을 이어가는 어르신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라고 있다. ‘노인문제’는 개인이나 가족이 풀어가기엔 너무 버거운 현실이다. 그래서 저 출산 등 사회의 구조적 현상과 맞물려 있는 실버정책의 근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바람이다.

‘저 출산’ 그냥 두면 노인정책 실패

이와 관련해 저 출산문제를 그냥 둘 경우 어떤 고령화정책도 실패할 것이란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고령화협회 설립자인 폴 휴잇(Paul S. Hewitt) ‘미국세대 간 평등을 위한 연구소’ 소장이 이를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국 국무부 지원, 주한미국대사관 주관의 세계 고령화 관련 강연 차 방한해 “출산율 하락과 빠르게 이뤄지는 한국사회의 고령화는 국가적 위기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으면 2100년엔 지금 인구의 3분의 1 밑으로 줄고 2200년엔 총인구가 140만 명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고령화 사회는 무너지며 어떤 조치나 정책을 써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인구형태는 1960년대엔 어르신 1명을 부양할 아동 수가 18명에 이르는 피라미드구조였다. 하지만 2050년엔 거꾸로 돼서 아동 1명이 어르신 3명을 보살펴야 하는 역삼각형 모양으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런 경고와 더불어 우리나라 노인들이 은퇴 뒤의 긴 생존기간으로 경제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지난 3월 중순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가 발표한 ‘장수리스크 산정과 국제 비교’ 자료가 잘 말해준다.

우리나라 ‘장수리스크’는 평균 0.87. 미국(0.37), 일본(0.35), 영국(0.33)보다 배 이상 높다. ‘장수리스크’란 개인이 예상한 은퇴 뒤의 생존기간과 실제생존기간 사이의 차이다. 장수리스크 0.87은 실제 은퇴기간이 우리나라 사람들 예상보다 87% 더 길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장수리스크가 높음은 사람들이 자신의 은퇴 뒤 생존기간을 실제보다 짧게 잡고 있어 노후자금마련 등 은퇴준비가 부진해질 수 있음을 가리킨다. 활동 중인 1970년생 근로자는 자신의 예상수명을 78세로 보고 있다. 정부통계로 본 예상수명(86.6세)과 큰 차이가 난다.

‘장수 리스크’ 대책도 절실

이처럼 높은 장수리스크에 대비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을 활용한 계획적 은퇴설계가 시급하나 구체적인 대책이나 연구가 잘 이뤄지지 않아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어르신들의 건강유지에 따른 정책적 지원도 꽤 허술하다. 생로병사(生老病死)란 자연의 진리로 볼 때 나이가 들수록 건강유지비는 더 든다. 70세 이상 어르신 한 사람당 진료비는 10대보다 10배 이상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펴낸 ‘2008년 건강보험 주요 통계’에 따르면 나이대별 월평균 진료비는 70대 이상이 20만3000원이었다. 그러나 ▲60대 14만6020원 ▲50대 8만5465원 ▲40대 4만9133원 순으로 적었다. 40대 이후엔 나이를 먹어갈수록 진료비가 크게 는다.

반면 9세 이하는 4만9481원, 10대는 1만9759원으로 나타나 70세 이상 어르신 1인당 진료비가 10대보다 10배 이상 많이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나이가 들어 소득이 없거나 적은데도 의료비는 이처럼 크게 늘어 ‘실버세대 행복’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지방의 산골, 농·어촌지역은 도시보다 더 심각하다.

‘무책임한 행정’ 비난 소리 높아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복지상담원제도’ 역시 폐지 위기에 놓여 아쉬움을 주고 있다. 학계와 노인복지현장에선 오래 전부터 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노인문제의 근본해결을 위해 노인상담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묵살해 ‘무책임한 행정’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노인복지법에 명문화된 것을 없앤다니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인복지법(제7조)엔 “노인복지를 맡기 위해 자치단체에 노인복지상담원을 둔다”고 돼있다. 이 법 시행령을 통해 자치단체장이 사회복지사 3급 이상 자격증소지자를 공무원으로 임명, 노인복지상담업무를 맡기고 8급 공무원(서기)에 준하는 임금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은 자치단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아동복지지도원, 장애인복지상담원 또는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이 노인복지상담원을 겸하도록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사회복지분야의 업무량 폭증으로 재정·인력난을 겪어 노인복지상담원을 두지 않고 있다. 사회복지담당공무원으로 하여금 노인복지상담원을 겸직토록 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법적 실효성’을 들어 없애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3월 10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노인복지상담원제도’ 폐지를 뼈대로 한 노인복지법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노인복지상담원제도는 지자체에서 운영 않거나 사회복지담당공무원이 노인복지상담원을 겸해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이 국회서 통과 되면 노인복지상담원제도는 없어진다. 노인복지학계는 행정편의주의로 시대를 거스르는 짓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갈수록 노인상담원 역할이 절실한 데도 없애는 건 잘못이란 지적이다.

노인복지상담원의 사회적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한국노년학회가 학술대회주제로 삼았을 만큼 중요하므로 없앨 게 아니라 ‘노인상담사’란 자격증을 신설하는 게 옳다고 제언했다.

 

<노인복지상담원제도 모범 사례>

‘老-老상담제도’로 해법 찾는 화성시 교육 받은 어르신 22명이 동년배 상담

노인복지상담원제도가 없어지는 가운데 노인이 노인을 상담하는 ‘노(老)-노(老) 상담사’제도를 운영, 귀감이 되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경기도 화성시가 그곳이다.

화성시는 지난 4월 9일 60세 이상 어르신들로 이뤄진 22명의 노인상담사를 위촉, 상담업무에 들어갔다. ‘노-노 상담사제도’는 상담교육을 받은 사람이 사회·문화적 공감대를 가진 동년배의 고민을 들어줌으로써 노인복지담당공무원들 업무부담도 덜면서 피부에 와닿는 노인문제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어르신상담사들은 상담대상자의 가정문제, 성, 이성교제, 취업 등의 고민을 나누고 복지서비스와 연계시켜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어르신들 전화를 받다보면 업무에 차질을 빚는 건 사실이나 노인복지상담원제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면서 “어르신상담사들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화성시는 자치센터 등 5곳에서 시범시행한 뒤 성과를 따져 22개 모든 읍·면·동에 상담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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