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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호]김영란법 시행 한 달 째… 안 주고 안 받는 新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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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호]김영란법 시행 한 달 째… 안 주고 안 받는 新풍속도
  • 특별취재팀
  • 승인 2016.11.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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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시장 위축될것 우려....자구책으로 3만원 미만 메뉴 출시 이어지고 있어

[소비라이프 / 특별취재팀] 지난 9월 28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 란법’이 전격 시행됐다. 시행 한 달째를 맞은 김영란법(이하 청탁금지법)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세세한 규정 등의 이유로 법률 대상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도 소비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경조사비의 경우 화환, 조화 등의 가격과 통합해 규제받기 때문에 꽃집들은 예약이 뚝 끊겼다며 울상을 짓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3만 원 이상 음식 대접을 받을 경우에도 규제대상이 되기 때문에 고급 호텔에서는 1인당 2만9900원을 넘지 않는 이른바 ‘영란메뉴’를 출시하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1회에 100만 원, 1년에 300만 원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의 폐습으로 작용하는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 관행의 근절을 위해 추진됐다. 청탁금지법은 헌법기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 교육청, 공직유관단체 등 모든 공공기관과 사립학교를 포함한 각급 학교, 학교법인, 언론사 등의 기관과 국가·지방공무원 등의 공직자 및 배우자, 공무수행사인에게 적용된다.

‘금품 등 수수 금지’의 적용 범위는 다음과 같다. 청탁금지법의 대상자가 100만 원 이하의 금품 등을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 받을 시 수수금액의 2~5배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1회에 100만 원 초과, 한 해에 300만 원이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시 직무관련성의 여부와 관계없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여기서 ‘금품 등’에 대한 정의는 금전·유가증권·부동산·물품·숙박권·회원권·입장권·할인권·초대권·관람권 등의 사용권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과 음식물·주류·골프 등의 접대·향응 또는 교통·숙박 등의 편의 제공, 채무 면제·취업 제고·이권(利權) 부여 등 그 밖의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상급 공직자가 소속·파견 공직자 등에게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이나 장기적·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자가 질병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공직자의 친족(8촌 이내 혈족, 4촌이내 인척, 배우자)이 제공하는 금품 등 그 밖에 여러 가지 예외적으로 금품 수수가 허용되는 사안이 있다.

3·5·10 규정으로 시장에 변화 생겨

한편 청탁금지법은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ㆍ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선물·경조사는 예외적으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에 해당시키지 않고 있다. 가액범위는 음식물은 3만 원 이하, 선물은 5만 원 이하, 경조사비는 10만 원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모두 함께 받을 시에는 기준 상한액이 가장 높은 금액이 상한가가 된다. 즉, 음식과 선물을 함께 받을 시에는 모두 합산해 5만 원을 넘으면 안 되며 각자의 가액 범위를 초과해서도 안 된다. 이렇게 금액을 명확하게 제시해 규제하고 있다 보니 고급호텔들은 소비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해 자구책으로 3만 원 미만의 메뉴인 이른바 ‘영란메뉴’를 출시하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노보텔앰배서더 서울 강남 호텔의 경우 2만9900원의 세트메뉴를 출시했다. 호텔 측은 “영란 메뉴를 출시한 이후 법 시행 전보다 더 많은 단체 예약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연회장 뱅커스클럽은 1인당 3만 원 이하의 연회 메뉴를 내놓았으며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의 ‘카페’는 2만 원 안팎으로 점심 뷔페를 즐길 수 있다. 한편 지난해부터 2만9700원대에 점심 메뉴를 제공하고 있던 서울가든 호텔은 오히려 청탁금지법 시행이 된 이후 고객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큰 타격을 입을 거라 예상됐던 고급호텔 음식점은 발빠르게 낮은 가격대의 메뉴를 출시하면서 직격탄은 피했지만 그 외에 직장인이 많은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등의 음식점들은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손님이 줄었다”고 걱정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더불어 꽃집, 화원 등은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경조사비 10만 원에 화환 등의 가격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결혼식과 장례식장에 가득했던 대형 화환들은 크게 줄어 이젠 보기가 힘들어질 정도가 됐다.

‘접대’ 대신 저녁이 있는 삶 즐겨

 

한편 최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골프가 채택되면서 골프업계는 큰 성장세를 비추고 있었으나 청탁금지법 시행 후 골프장 예약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접대용 스포츠’라고 불리었던 골프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골프 관련 용품 매출 또한 급감하고 있다.

지난 23일 이마트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19일까지 스포츠 관련 용품 매출 동향을 분석한 결과 골프용품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탁구, 테니스와 같은 가족 및 친구와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용품의 매출은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청탁금지법 시행 후 ‘안 주고 안 받는’ 문화와 결부돼 접대를 받지 않고 하지 않는 대신 가족과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앱’으로 배우고 ‘앱’으로 ‘더치’해

모호한 청탁금지법의 규정 때문에 청탁금지법을 설명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바로 ‘영란이’ 앱이다. ‘영란이’는 ‘청탁 금지조항’과 ‘금품수수 금지조항’ 등 청탁금지법에 대한 자기 체크 리스트를 제공한다. 또한 각각의 메뉴에 일지를 만들어 이를 기록할 수 있다. 더불어 사람 또는 기관으로 금품 등을 정렬해 총액을 합산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더치페이하는 직장인을 위한 기능도 있다. 더치페이 및 각종 금품의 계산을 돕는 계산기 기능과 회식 등의 이유로 차수 변경 시 합산된 가격의 계산을 돕는다. 또한 청탁금지법 대상 기관을 검색할 수 있으며 국민권익위원회가 제공하는 Q&A 및 관련된 각종 뉴스, 최신 사례들을 지속해서 업데이트해 제공한다.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다른 애플리케이션으로 ‘김밥(김영란법 시대, 함께 밥 먹는 법)’이 있다. ‘김밥’ 앱 또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맞춰 식사와 선물, 경조사 및 기타 내역을 관리할 수 있다. 식사, 선물, 경조사비를 주고받은 사람과 날짜, 시간, 유형, 액수 등을 계산해 저장할 수 있으며 청탁금지법이 적용되는 공공기관을 조회해볼 수 있다. 또한 청탁금지법에 관한 기사를 모아 볼 수 있으며 청탁금지법 전문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밖에 ‘이구구’ 애플리케이션은 3만 원 이하의 음식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을 소개한다. 청탁금지법 규제에 걸리지 않는 가격 29,900원을 뜻하는 ‘이구구(299)’는 날짜와 시간, 인원수 등을 입력하면 3만 원 이하의 음식점 리스트와 총합계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바로 메뉴 선택 및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

위축된 소비시장 살리기 위해 지자체 나서

춘천시는 청탁금지법으로 위축된 지역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신한은행, 강원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업무 협약을 맺고 경영자금을 지원하는 ‘행복드림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행복드림사업’의 협약 보증 규모는 총 48억 원이며 신한은행이 협약보증으로 강원신용보증재단에 4억 원을 출연하고 우대금리를 적용해 대출을 한다. 강원신용보증재단은 출연액의 12배인 48억원까지 대출보증과 신용보증서를 발급하며 시는 올해부터 4년간 대출금리 중 연 3%에 대한 이자를 지원한다. 춘천시는 “청탁금지법으로 위축된 음식점, 꽃집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하며 지원 한도를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상향시켰다.

고양시는 청탁금지법으로 화훼시장이 크게 타격을 입자 소비 활성화 대응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8일 고양시는 청탁금지법 시행 당일부터 고양시 화훼단지 내 관엽 판매물량과 판매가격이 50% 이상 급락했다고 밝혔다.

이에 고양시는 사무실 환경정비에 꽃을 공급하는 사업을 유관기관과 기업 등으로 확대하고 각종 문화행사와 화훼판매를 연계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청탁금지법에 대한 시민들의 실질적인 이해가 부족하다고 판단, ‘청탁금지법 대시민 특별교육’ 계획을 통해 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성인 1,009명에게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을 어떻게 보는지 조사한 결과 ‘잘된 일’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1%로 높게 나타났으며 ‘잘못된 일’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5%로 조사됐다. 또한 지역, 성, 연령, 지지정당 등 모든 응답자 특성별로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해 청탁금지법에 대한 국민 여론은 긍정적인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로 알아보는 '청탁금지법'>
(사례1)○○시청 취득세 담당 공무원 甲은 평소 친분이 있는 세무사 A로부터
3월부터 12월까지 합계 350만 원 상당의 금품 등을 받았다. 하지만 세무사 A는 공무원 甲이 근무하는 ○○시청과 관련한 업무를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으며, 어떤 청탁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甲과 A는 처벌 대상인가?

 A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은 공직자와 이를 제공한 자는 그 명목을 불문하고 모두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사례2)○○공공기관 팀장 A가 수고한 팀원 甲, 乙, 丙과 함께 회식하고 식사 및 주류 비용 합계 20만 원을 낸 경우, 제제 대상에 해당하는가?

 A  A가 팀장으로서 팀원 격려 차원에서 1인당 5만 원 상당의 회식비를 내는 것이 팀원들의 직무집행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청탁금지법상 수수 금지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사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팀장이 지급한 회식비는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므로 예외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사례3)○○공공기관 내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무관 A와 甲은 입사 동기이다. 둘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웃으로 함께 술과 식사를 했고 A가 식사대금 총 8만 원을 결제했다. 이 경우 청탁금지법상 제제 대상인가?

 A  A가 입사 동기이자 이웃 주민인 甲에게 술과 식사를 사는 것이 甲과의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청탁금지법상 제제 대상이 아니다.

(사례4)기업 홍보직원인 A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기자 甲이 아들의 돌잔치를 연다는 연락을 받았다. A는 얼마 이하의 선물을 할 수 있는가?

 A  돌잔치의 경우 경조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경조사비 10만 원 기준이 아닌 선물 5만 원 기준이 적용된다.

(사례5)유력 신문사의 편집국장으로 승진한 언론사 간부 甲이 고등학교 동창이자 오래된 친구인 사업가 A로부터가 승진 축하 기념으로 120만 원 상당의 양복을 수수한 경우(甲과 A는 직무 관련성 없음) 청탁금지법상 어떠한 제재를 받는가?

 A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甲은 120만 원 상당의 금품 등을 받았으므로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과 관계없이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며 징계대상에도 해당한다. 또한 A는 공직자 등에게 120만 원 상당의 양복을 제공했으므로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한다.

이밖에 국민권익위원회는 홈페이지(www.acrc.go.kr)를 통해 청탁금지법의 다양한 사례에 대한 Q&A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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