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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파이낸셜뉴스 진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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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파이낸셜뉴스 진실 공방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9.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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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국내 못 파는 분유 왜 수출했나?”

남양유업-“멜라민 위험 없고 국내 판매도 했던 것”

분유회사로 이름난 ‘남양유업(주)’과 일간경제신문(조간)인 ‘파이낸셜뉴스’가 뜨거운 진실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 1월 하순부터 시작된 두 회사의 줄다리기는 3월 들어 다소 주춤해지는 듯 하나 불씨는 꺼지지 않는 분위기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느낌이다. 양쪽이 맞서게 된 것은 남양유업의 분유수출과 관련된 신문기사보도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베트남으로 판매한 분유가 멜라민 검출이 의심돼 국내 유통이 중단된 제품인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 신문에 실리면서다. 이에 남양유업이 발끈하고 나섰다. 해명을 해도 기사가 계속 나오자 소송과 검찰고발로 맞섰다.

양쪽의 공방이 법정에까지 가게 돼 눈길을 끈다. 독자들의 알권리와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내용들을 다룬 ‘미디어오늘’ ‘기자협회보’ ‘파이낸셜뉴스’ 등의 기사내용을 원문 중심으로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남양유업이 파이낸셜뉴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은 올 들어 2월초다. 지난 1월 30일 파이낸셜뉴스 1면(종합) ‘남양유업 멜라민 분유 수출 파문’이란 제목의 기사가 논란의 핵심이다.

파이낸셜뉴스는 단독보도기사에서 “남양유업이 멜라민 검출이 의심돼 국내 유통이 중단된 분유를 베트남에 수출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멜라민 파문의 분유 원재료인 뉴질랜드산 락토페린 4백80kg을 세 차례(1차 90kg, 2차 200kg, 3차 190kg)에 걸쳐 수입했다.

또 2차 수입 분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 검사결과 원료 일부에서 멜라민이 나와 2·3차분(390kg)을 반품했다.

하지만 식약청의 멜라민 검사를 받지 않은 1차 수입분 90kg은 그 때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상태였으며 이를 창고에 보관해오다 지난해 12월 제품의 절반을 베트남에 수출했다.

파이낸셜뉴스는 기사를 통해 “남양유업은 지난해 12월 국정감사에서 완제품으로 생산된 90㎏에 대해 식약청 조치에 따르겠다고만 밝혔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음에 따라 여론이 잠잠해진 사이 베트남 등지로 수출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완제품엔 락토페린이 0.0004% 밖에 들어가지 않아 완제품을 검사할 경우 성분이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멜라민 검사를 하지 않은 원료로 만든 분유는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견해다.

남양, “허위·과장보도”라며 소송

남양유업 측은 이와 관련, “해당 제품이 자체조사나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수출했다”면서 “완제품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은 만큼 파이낸셜뉴스 보도는 허위·과장이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1차 수입 분은 지난해 6월 쯤 수입됐으며 9월 자체 원료검사에서도 멜라민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미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10만8000통의 분유다. 남양유업은 여론을 의식해 이를 창고에 보관하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베트남에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양유업은 “원료 일부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완제품에선 멜라민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파이낸셜뉴스가 문제 삼은 건 멜라민 검출 여부와 별개로 왜 국내에서 못 파는 분유를 수출했느냐는 것.

파이낸셜뉴스는 “기사가 나간 직후 남양유업 홍보담당자들이 찾아와 광고를 줄 테니 기사를 빼달라고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기사출고 당일인 지난 1월 29일 남양유업 고위직 간부 3명이 파이낸셜뉴스 본사를 찾아와 해당 데스크에게 “기사를 빼 달라. 보답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이 이를 거부하자 광고국 등을 방문, 광고를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또 베트남 수출이 100억 원대에 이르는 만큼 ‘베트남’을 ‘동남아’로 표기해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청까지 나서 “베트남에 수출된 분유는 검사 결과 멜라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공식 확인을 해줬다.

하지만 파이낸셜뉴스는 연일 사설과 칼럼은 물론 정치권과 네티즌 반응까지 동원해 수 십 여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남양유업은 급기야 지난 2월 3일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파이낸셜뉴스가 지속적으로 ‘멜라민 의심 분유 베트남 수출 사건’을 다뤄 허위·과장보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남양유업은 기자들에게 보낸 소송제기 및 고소 배경 설명서에서 “최근 파이낸셜뉴스에서 집중적으로 당사에 대한 기사를 게재하고 있는 시점에서 수차례의 해명에도 또다시 연속된 기사가 실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당사의 법무팀에서 부득이하게 소송의 길을 택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진실 덮으려는 의도”

파이낸셜뉴스는 “남양이 손배소를 제기하고 고소한 것은 진실을 덮으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지속적인 취재·보도를 통해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를 쓴 기자는 “베트남에 수출한 분유에 멜라민이 있느냐 없느냐는 2차적 문제”라며 “논란의 핵심은 국내에선 팔 수 없는 제품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수출했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국내 판매도 할 수 있었지만 멜라민 파동 직후 판매가 줄었고 이후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재고 처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광고로 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양쪽 입장이 다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오히려 그 반대”라며 “평소에 광고협조가 잘 되지 않자 악의적으로 허위과장보도를 내보내는 것 같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자는 “심각한 도덕성 문제라 판단했고, 독자들 반응이 워낙 폭발적이라 기사를 광고와 맞바꿔 친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남양유업은 2006년부터 뉴질랜드산 락토페린으로 분유를 만들어왔다. 그동안 국내에서 팔렸던 제품이나 이번에 베트남에 수출된 제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데 뭐가 문제냐는 게 남양의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3월 4일자 파이낸셜뉴스는 1면에 “남양유업 분유 베트남 수출 ‘진실 찾기’ 공기(公器)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내용의 사고(社告)를 냈다.

파이낸셜뉴스는 사고에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멜라민 함유 여부로 논란을 빚은 바 있는 남양유업 생산 분유의 베트남 수출과 관련, 여러 의혹을 취재해 보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서울남부지법은 남양유업측이 제기한 기사게재 등 금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해 ‘멜라민 분유’ ‘멜라민 함유 의심 분유’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이어 “파이낸셜뉴스는 식품기업의 중요성에 비춰 제기된 의혹은 규명돼야 하고 환경감시 및 사회 공기(公器) 역할을 해야 할 언론으로서는 마땅히 의혹을 추적, 보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본안 소송에 앞서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한 법원의 결정을 존중, 필요한 조치를 취하되 진실 찾기를 위한 언론으로서의 역할은 계속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보도했다.

‘의혹이 제기된 이상 전량 폐기처분하는 게 맞다’는 파이낸셜뉴스 주장과 허위·과장보도 했다며 법에 호소하는 등 강수를 두고 있는 남양유업의 진실게임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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