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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국격(國格)과 민도(民度)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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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국격(國格)과 민도(民度)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 조연행
  • 승인 2016.11.01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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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 2016년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으로 사회가 온통 시끄럽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부조금 10만원으로 식당, 꽃집 매출이 줄었다느니, 선생님한테 캔커피 하나, 카네이션 한 송이 줄 수 없다는 등 엄살 섞인 말들이 많다. 주로 그동안 ‘甲’ 노릇을 해왔던 분들의 불만이 아닌가 생각된다. ‘乙’로 만 살아온 말없는 민초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안자의 이름을 따 부르는 말로 이 법의 공식적인 약칭은 ‘청탁금지법’이다.

2010년 ‘스폰서 검사’와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이 발생하여 향응과 금품 수수를 했음에도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자 기존의 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비리를 규제하는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여 ‘난산’ 의 고통을 겪으면서 드디어 시행되었다.

우리나라는 혈연, 학연, 지연(3緣) 등 유난히 연고를 찾는 문화가 강하다. 선후배 관계라면 일이 잘 풀릴 것을 기대하고, 선후배나 동향이라 줄을 타고 승승장구 한다는 이야기는 당연시 받아들이는 문화이다. 혈연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동안 공무원을 상대하는 인허가 업무는 바로 담당 부서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해당 조직에서 연줄을 먼저 찾아 다리를 놓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렇게 담당자와 안면이 생기면 그다음은 식사대접, 금품과 향응 제공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것이 없으면 대관업무는 할 수 없었고, 그것이 대관업무 자체였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이지만 이런 3緣 내지 로비 청탁의 후진적인 시스템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치부이며 국가발전을 가로 막는 악습이며 폐단이었다. 아무리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힘 없고 돈 없으면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나라가 우리나라였다.

자동차보험을 가입하면서 장기기증을 받는 공익법인을 만든다 해도 보건복지부가 불허하고, 중소서민 조합원들을 위해 생협공제를 하겠다고 신청해도 수년간 아무런 대꾸 없이 방치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는 반면, 하루 아침에 누구의 뜻이니 재단을 만들라는 말에는 전경련 재벌기업들이 수백억원을 자발적으로 모이고, 문화관광부는 하루 만에 뚝딱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만드는 나라, 대한민국 최고의 서울대학 병원에서 ’물 대포 맞아 사망‘한 것이 외인사가 아니라 자연사로 바뀌는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조직이 시스템적으로 일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시스템을 돌리는 완전한 후진국형 시스템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혈연, 학연, 지연 3緣을 떠나,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 법이 있으면 법대로 시행하면 되고, 능력 있는 자가 승진하고 출세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 이 나라는 공무원들의 나라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 그동안 공무원들이 법을 집행 하면서 그 권한을 개인의 신분과 보수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나 반성하고, 이제는 그 권한을 내려 놓아 국민들에게 돌려 줘야 한다. 법과 제도에 따라 시스템적으로 일이 돌아가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법과 제도대로 시스템적으로 조직이 운영되는 국가가 선진국이다. 그런 국가가 품격이 있는 국가이다. 무엇을 기대하고 바라며 향응과 금품을 제공하며 일을 하던 시대는 이 김영란 법으로 끝을 내야 한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일시적으로 매출 감소나 미약한 사회적 혼동이 올 수는 있지만, 국가를 제대로 정상화시킨 시스템으로 돌아 갈 수 있는 기회이다. 대한민국의 국격과 민도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우리는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  kicf@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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