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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호]‘김영란법’ 특수? 시행 전 마지막 명절…선물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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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호]‘김영란법’ 특수? 시행 전 마지막 명절…선물 양극화
  • 기획취재팀
  • 승인 2016.09.0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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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기획취재팀]오는 9월 28일부터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지난 5월 시행령이 입법 예고된 바 있다.

올해 추석은 주말을 포함해 9월 14일부터 18일로, 김영란법(정식 약칭: 청탁금지법. 이하 청탁금지법) 시행 전 마지막 추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청탁금지법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가운데 청탁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고가의 선물을 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초고가 선물세트를 내놓고 있는 한편 미리 청탁금지법을 대비하기 위한 5만 원 미만 선물세트를 강화하는 추세다.

애매한 조항…‘3·5·10’ 규정 논란

이달 28일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등이 직무 관련 여부 및 대가성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한 경우에 금품을 받은 사람과 건넨 사람 모두 동일하게 처벌을 받게 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부조 차원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3만 원 이하의 음식물, 5만 원 이하의 선물, 10만 원 이하의 경조사비는 허용된다. 이를 초과할 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청탁금지법의 대상자는 헌법기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 등 모든 공공기관과 각급 학교, 학교법인 및 언론사이며 적용 대상자의 배우자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청탁금지법 대상자가 워낙 광범위하고, 명확하지 않은 조항 때문에 적용 사례의 세부 부분에서 애매한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정가가 6만 원인 상품을 할인가 4만 원으로 구입해 선물했을 경우 영수증을 보관해 구입한 가격을 증빙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정가와 할인가의 차이가 일반적 통념의 기준을 벗어날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에는 정가가 기준이 된다. 또한 청탁금지법의 대상자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을 만나 2만 원 상당의 식사와 4만 원 상당의 선물을 함께 받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음식물과 선물, 경조사비를 함께 받을 경우 그중 가액 기준 상한액이 가장 높은 가액이 상한액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공적 업무 종사자의 업무 범위를 정확하게 제한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기관에 소속된 모든 사람이 청탁금지법의 대상이다. 만약 언론사에 근무하긴 하지만 취재, 보도, 논평 등과 관련이 없는 단순 노무에 종사하더라도 법의 대상자로 포함된다.

이렇게 청탁금지법의 대상자가 광범위하고 관련 조항은 명확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청탁금지법이 안정화가 되기 전까지는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농축산물 관련 업계에서는 청탁금지법이 이대로 시행될 경우 농축산업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용 대상 품목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할 별도의 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올 추석은 초고가 선물세트 기회?

다가오는 올 추석이 청탁금지법 시행 전 마지막 명절인 만큼 호텔업계와 일부 소비자들은 고가의 선물 세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있다. 롯데호텔서울에서는 추석 선물 세트로 코냑 레미마르탱의 ‘루이 13세 제로보암’을 내놓았다. 가격이 무려 4천만 원에 달하는 이 제품은 전 세계 100병 한정으로 생산됐으며 국내에는 단 2병만 수입됐다. ‘루이 13세 제로보암’과 더불어 롯데호텔서울은 △해온 베팅 패키지 종합세트(111만5000원)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플래티넘 상품권(1인 40만 원) 등의 자체 상품으로 구성된 추석선물 세트를 마련했다.

이 밖에도 리츠칼튼 서울 호텔은 프랑스 보르도 최고의 와인 ‘페트뤼스 1988’과 캘리포니아의 컬트 와인 ‘스크리밍 이글 2011’로 구성된 명품 와인 세트를 1,200만 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서울 코엑스 호텔은 미국 나파밸리 ‘컬트 앤 부티크’ 와인을 480만 원에 선보였다.

그러나 아무리 이번 추석이 청탁금지법을 피해간다고 해도 이러한 초고가 선물세트는 국민 정서와 사회적 분위기에 반(反)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고가 선물의 대표 격인 호텔업계에서도 청탁금지법에 대비한 5만 원 이하의 다양한 저가 선물 상품을 마련하고 있다.

더 플라자 호텔은 오는 9월 13일까지 파운드케이크과 쿠키 선물 세트를 2만4000원부터 선보이며 JW 메리어트 호텔은 컵케이크와 홀 케이크 선물 세트를

1만5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구성했다. 또한 쉐라톤 워커힐 호텔은 ‘대추야자 특선’을 4만9000원의 가격으로 출시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가 선물세트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으나 앞으로 저가 상품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가 선물세트를 특색있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멸치·잣 등 특산물은 ‘특수’ 기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위축된 소비심리와 경제 불황으로 마트·식품업계에서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선물세트를 준비하고 있다. 식품업계 측은 고가 선물세트를 대체한 가공식품 선물세트 판매량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CJ제일제당의 경우 명절 인기 선물세트인 ‘스팸’의 판매 증가를 예상해 작년보다 10% 이상 물량을 늘렸다.

또한 앞으로 김·멸치·잣·어묵·미역·곶감 등 중저가의 지역특산물은 오히려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역특산물의 경우 대부분 5만 원을 넘지 않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시행을 맞아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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