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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호]소비자 수집욕 자극하는 온라인 서점 ‘굿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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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호]소비자 수집욕 자극하는 온라인 서점 ‘굿즈’
  • 음소형 기자
  • 승인 2016.08.18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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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음소형 기자]온라인 서점이 도서정가제 시행 등으로 침체된 출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돌파구로 ‘굿즈(Goods)’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굿즈’란 상품, 제품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현재는 시장 전체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다.

알라딘, YES24와 같은 온라인 대형서점 사이트에서는 스테디셀러나 베스트셀러 작품의 책 표지나 문장 등을 이용하거나, 유명 캐릭터 등을 이용해 북램프, 머그컵, 책갈피, 북엔드, 에코백 등을 제작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책’을 사는 게 아니라 ‘굿즈’를 사게끔 만드는 수단이라는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지만, 책을 사랑하고 책이 창출하는 ‘문화’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굿즈는 ‘관계성’과 ‘상상력’을 자극해

굿즈의 종류는 생활 소품 전반에 걸쳐져 있다. 유명 작가나 유명 도서의 표지, 소설 속 문구 등을 활용해 노트를 만들거나, 지갑, 파우치, 에코백 등의 굿즈를 만들고 때로는 배트맨, 도라에몽 등의 유명 캐릭터 등을 이용해 제작하기도 한다.

기존에도 이런 캐릭터 제품들은 많았지만, 유독 굿즈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일종의 ‘관계성’ 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인기 굿즈 중 ‘책 베게’는 두꺼운 책은 베개로 쓰인다는 사람들의 우스갯소리를 현실화한 것으로 인기 소설이나, 어렵기로 유명한 책들의 표지를 그대로 본떠 이를 베개로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이를 이용해 책을 베고 자는 것과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셜록 홈즈의 집 주소지인 ‘베이커 스트릿 221B’를 새긴 키홀더나, 영화 ‘샤이닝’에 등장하는 호텔의 룸넘버 237호를 새긴 키홀더도 굿즈로 제작됐다.
책이 쓰러지지 않게 고정해주는 용도인 ‘북엔드’는 고독한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배트맨의 분위기를 차용해 책에 기대 홀로 서 있는 이미지를 연출하고 이는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이렇게 굿즈는 ‘문화’를 ‘사랑’하고 그 문화로 창출되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시장이다.

굿즈를 위한 책 구매

알라딘, YES24 등 온라인 서점에서 굿즈를 받기 위해선 굿즈 그 자체의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할 수 있지만, 이벤트성 굿즈같은 경우에는 도서나 전자책, 음반, DVD 등을 5만 원 이상 구매 시 선착순으로 ‘증정’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소비자들은 이 ‘특별’하고 ‘한정적’인 굿즈를 갖기 위해 도서를 5만 원 이상 구입하는 전세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현행 도서 정가제는 온·오프라인 서점이 책 정가의 10%까지 할인 판매할 수 있으며, 추가로 정가의 5% 이내에서 적립금이나 사은품을 지급할 수 있다.

온라인 대형 서점 같은 경우엔, 도서나 음반, DVD 등과 같이 자사의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여러 가지 제품을 모아 한 번에 5만 원 이상 구매하면 추가로 2,000점의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굿즈는 이 마일리지를 적립 받는 대신 ‘차감’해 구입하는 방식이다. 마일리지는 사이트 내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는 사실상 2,000원의 돈을 지불하고 굿즈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때로는 이벤트성 굿즈를 받기 위해서 ‘이벤트 도서’를 구입해야 한다. 즉, 아무 책이나 5만 원 이상 산다고 해서 굿즈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벤트 도서’라고 지정된 책을 포함해 구매해야지만 굿즈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굿즈를 위해 원하지 않았던 도서를 구매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도서시장에서 굿즈는 독? 빛?

사실상 이러한 굿즈들은 책을 보다 더 많이 구입하게 하려는 ‘상술’이지만, 어찌 됐든 굿즈를 위해 책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존재하고, 이는 독서율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량의 굿즈를 제작하고 도서 정가제의 틈새를 이용해 적립금으로 소비자를 불러오는 방법은 말 그대로 ‘대형’ 서점만이 가능한 방법으로, 일각에서는 이런 굿즈 마케팅이 동네 서점이나 작은 출판사를 죽이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가 발표한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등 대형 서점의 영업이익은 1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2%가량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출판사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 출판사와 동네 서점은 ‘최악’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도서정가제로 소비자들이 ‘중고서점’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에 굿즈로 새 도서를 구매하게끔 유인하는 온라인 서점의 마케팅 또한 어찌 보면 도서정가제의 한 이면이라고 볼 수 있다.

출판사와 동네서점, 그리고 대형서점, 그리고 책을 구입하는 독자까지 모두 웃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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