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1:5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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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시간 만에 작곡된 ‘화제의 가요’…당시 10만장 팔린 베스트 셀러국민가수’ 이미자(68)는 ‘가요의 여왕’ ‘엘레지의 여왕’으로 불린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그는 올해로 노래인생 50년째를 맞는다. 50주년 기념음반(101곡 수록)을 내고 4월 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대구, 대전, 부산 등 16개 도시에서 기념콘서트도 연다. 지난달 25일엔 정부로 부터 음관 문화 훈장을 받았다. 그는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 <황포돛대> <울어라 열풍아> <여자의 일생> <흑산도 아가씨> 등 2100여 곡의 노래(음반 500여 장)로 한국인들의 애환을 달래 왔다. 부르는 노래마다 히트했을 만큼 가창력과 무대매너가 눈길을 끈다.그의 노래 중 <동백아가씨>는 ‘이미자의 대표곡’이라할 만큼 유명하다. ‘이미자’의 이름과 함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중가요가 바로 이 노래다. 간장을 끊는 듯 한 곡조도 그렇지만 이어지는 노랫말이 매우 애절하다.처음 영화 주제곡으로 선보여우리 가요사에서 이 노래만큼 수많은 사연을 안고 있는 노래도 드물다. 군사정권시절엔 왜색이 짙다며 금지곡으로 묶였다가 1987년 해금됐다. 음반발매 2년 만인 1966년 <기러기 아빠> <섬마을 선생님> 등과 함께 방송금지 됐고 1970년엔 판매금지까지 당한 것이다. 해금 때까지 21년간 방송을 통해 공식적으로 소개되지는 못했지만 서민들의 바닥정서를 타고 끊임없이 불려졌다.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 헤어진 사람, 그리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애창됐고 노래방인기곡으로 당당히 자리 잡아왔다. 물론 술자리에서도 단골노래였다.한산도 작사, 백영호 작곡의 4분의 2박자 트로트풍인 이 노래는 원래 영화주제가로 태어났다. 45년 전인 1964년 9월에 같은 제목의 영화와 더불어 첫 선을 보인 것이다. 신성일, 엄앵란이 주연한 영화 ‘동백아가씨’는 주제가가 히트하면서 관객들의 인기를 모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서울 명보극장에서 별로 빛을 보지 못하고 간판을 내려야했던 영화 ‘동백아가씨’는 을지극장으로 상영장소를 옮겨가면서 노래와 더불어 주가를 높였다.노래탄생에 얽힌 스토리가 꽤 재미있다. 우선 작곡에 걸린 시간이 2시간 남짓 밖에 안 걸렸다는 점이다. 영화내용을 훑어본 작사가 한산도 선생의 노랫말에 작곡가 백영호 선생이 곧바로 곡을 붙였다는 후일담이 전해지고 있다.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가요지만 작품성이 아주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우리 전통 민요나 판소리 같은 가창양식을 자연스럽게 도입, 한민족의 한과 정서를 잘 나타냈다는 찬사가 이를 입증한다. 구절구절 애간장을 태우는 듯 한 멜로디가 감칠맛을 더해준다.노랫말도 마찬가지다. 부산에 있는 동백섬을 소재로 하고 영화내용을 중간 중간 적절히 접목시킨 것이다. 가진 게 없고 가난했던 시절 한국여성들의 인내와 한을 구구절절 담아냈다는 평가다. 우리민족의 정서에 잘 어울리고 이미자의 가창스타일과 가사, 선율, 화성이 대중적 공감대를 이끌어 빅히트곡이 됐다.   가사를 쓴 한산도 선생과 곡을 만든 백영호 선생은 둘 다 고향이 부산이다. 그곳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음악인으로서 호흡이 맞아 <동백아가씨>말고도 함께 만든 노래들이 많다.다방서 마케팅 활동노래제목이 촌스러워 음반이 처음 나왔을 때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비화다. 가수 이미자는 작곡가 백영호 선생과 자신이 부른 노래 레코드를 직접 들고 다방에 찾아가 ‘한번만 틀어달라’고 DJ에게 사정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런 활동에 힘입어 <동백아가씨> LP음반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LP음반 한 장에 그 때로선 결코 적잖았던 330원을 했음에도 지구레코드사 앞엔 이틀이상 기다려야 겨우 살 수 있었을 정도로 인기폭발이었다. 전국 음반대리점에서 판을 달라고 줄을 섰지만 제작이 이를 당해내지 못했다. 음반이 나오고 이듬해까지 10만장이 넘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그 때의 10만장은 지금의 100만장보다 더 놀라운 물량이다. 어떤 가요평론가는 지금의 1000만장과 맞먹는다고까지 한다.이 노래는 어려운 가정을 끌고 가던 이미자가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취입한 작품이지만 그의 뛰어난 목소리가 MBC, TBC 등 민간 라디오 방송사들의 전파를 타면서 공전의 히트곡으로 자리 잡게 됐다. 그 때 배속의 아이가 일본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 정재은이다. 딸 정재은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가수로 뛰고 있다. <이젠 내가> <다시 한 번 순수한 사랑> <사랑뿐이야> <러브 앤 티어> 등을 취입했다.요즘 이미자는 60대 후반의 ‘원로가수’지만 무대에 서면 30~40대 못잖다. 낭랑한 목소리와 세련된 몸짓은 관중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2004년 4월 7~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미자 가수데뷔 45주년기념공연’과 2002년 9월 27일 북한에서 열렸던 ‘2002 MBC 평양특별공연’은 화제가 됐다.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북한공연에선 <동백아가씨> 등 자신의 노래 22곡과 북한노래 <다시 만납시다>를 불러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이미자를 둘러싼 또 하나 재미난 얘기가 있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가수’란 그의 목소리 비밀이다. 빼어난 소리의 비밀은 폐활량이 일반인보다 2.5배 큰 데 있는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이미자 전성기 때 일본 쪽에선 사후에 성대를 영구보존해 해부학적으로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궁금증들이 많았으나 이번에 답이 나온 것이다. 해답을 준 사람은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다. 배 교수는 이미자 데뷔 후 발표된 노래 10곡을 골라 발성폐활량 등을 분석한 결과 일반인과 큰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발성폐활량 일반인 2.5배  배 교수는 “이미자의 발성폐활량은 일반인보다 지속시간이 2.5배 이상”이라고 연구결과를 내놨다. 발성폐활량이란 사람이 소리를 내면서 한 번 공기를 최대한으로 들이마셨다가 내뿜을 수 있는 최대량을 말한다. 발성폐활량이 클수록 숨을 자주 쉬지 않고 노래할 수 있는 것이다. 배 교수는 “발성폐활량이 크므로 노래의 연속성이 확보되고, 이에 따라 가사가 훨씬 더 구슬프게 느껴진다”고 분석했다. 이미자가 저음과 고음 양쪽 모두에서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할 수 있는 것도 폐활량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저음의 목젖 떨림과 중음의 혀 떨림이 자유자재인 이유다. 일반가수는 저음 또는 중음 한쪽에서만 바이브레이션을 낼 수 있다. 아울러 이미자는 성대 떨림의 기본음이 아주 정교하고, 목 울림의 배음이 고른 특징을 갖는다. 배 교수는 “발성 외에도 음감을 느끼는 재능이 남다르다”면서 “애절하게 넘어가는 리듬과 템포를 50년째 유지한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겐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소비라이프Q | 소비라이프뉴스 | 2009-04-13 00:00